남는 것은 모은 것이 아니라 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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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것은 모은 것이 아니라 준 것
  • 최원영
  • 승인 2020.03.16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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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행복산책]
(100) 감동을 주는 봉사

풍경 #137. 내가 세상에 남기는 것은?

이렇게 힘든 위기 상황에서도 눈물겨운 사연들이 참 많습니다. 마음이 설렙니다. 곳곳에서 응원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힘들고 지쳐서 구석에서 쪽잠을 자면서 방역을 하는 분들, 마스크가 부족해 환자를 돌본 뒤에 벽에 걸어두고 또 쓰고 있는 의료진들, 이어지는 성금과 먹을 것들을 대구와 경북지역으로 보내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흐뭇한 광경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천사는 이렇게 우리 주위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평상시에는 마치 천사처럼 말하던 사람들은 여전히 ‘네 탓’을 따지며 다투고들 있는데 말입니다.

참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때로는 무뚝뚝하고 때로는 거칠기도 하지만, 역시 이들이 천사였다는 사실을 고난이 닥치니까 비로소 알게 됩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영화 <버킷 리스트>에 나오는 대화가 가슴을 후벼팝니다.

“천국에 들어가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하네.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대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는가?’이라네.”

자신이 하는 일을 즐겁게 그리고 기쁘게 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행복한 사람일 겁니다. 자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사람들 역시 행복한 사람일 겁니다. 동시에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고 나아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겁니다.

매주 귀한 글을 보내주는 <행경 이야기>에서 8년 전에 보내준 글을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거상 임상옥의 말을 떠올려 본다. 먼저 ‘의리와 신뢰를 쌓으면 나중에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동양의 전통사상인 선의후리(先義後利)와도 일맥상통한다.”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장사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장사라야 돈도 벌고 신뢰도 깊어질 겁니다. 그러므로 최고의 행복은 사랑을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목적이나 의도도 없이 ‘그냥’ 주는 겁니다. 따스한 말 한마디, 따스한 격려가 왜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습니다.

사랑과 봉사는 하나입니다. 일을 하되, 그 일을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그것이 사랑이고, 동시에 사람을 얻는 지혜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누가 우리의 봉사를 필요로 할까요.

제임스 걸리라는 미국인 목사님이 나이지리아 선교 중에 친구에게 쓴 편지가 나중에 책으로 나와 저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제목이 ‘지구를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이라고 기억이 되는데, 정확한 제목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대충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구를 100명이 사는 마을로 가정하면, 70명은 영양실조에 걸려 있고, 80명은 제대로 된 집에서 살지 못하고, 6명에 해당하는 부자들이 전체 수입의 50%를 갖고 있고, 94명이 나머지 50%로 연명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누구에게 사랑을 전해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 뉴스에서, 평생 구두닦이로 모은 돈으로 사둔 수억 원의 땅을 코로나19로 인해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돕겠다며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뉴스를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왠지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분들이 계셔서 이 세상은 아직도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언젠가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내가 세상에 남기는 것은’이라는 제목의 어느 스님의 글을 보내주었는데, 이 문장 역시 감동적이었습니다.

“일생을 마친 다음에 ‘남는 것’은 우리가 ‘모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남에게 ‘준 것’이다. 억척스럽게 모은 재산은 그 누구의 마음에도 남지 않지만, 숨은 적선, 진실한 충고, 따뜻한 격려의 말은 언제나 남게 마련이다.”

그래요. 참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하고, 위로를 전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힘들지만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서 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힘겨운 상황이 잘 극복되기를 바랍니다. 사람들 만나는 것을 자제하고, 늘 입을 가리고, 늘 손을 씻는 등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조용히 희망을 전하고 계신 여러분들이 영웅입니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이 어쩌면 우리의 역사를 5천 년이나 버티게 해준 비결인지도 모릅니다.

정호승 시인의 ‘새는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라는 시를 전해드리면서 펜을 놓겠습니다.

 

새들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태풍이 불어와도 나뭇가지가 꺾였으면 꺾였지

새들의 집이 부서지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지은 집은 강한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지만,

바람이 불지 않은 날 지은 집은 약한 바람에도 허물어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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