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뒤에 도사린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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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의 뒤에 도사린 ‘탐욕’
  • 최원영
  • 승인 2020.03.30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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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행복산책]
(101) 탐욕이 부르는 비극

풍경 #138. 탐욕이 부르는 비극

코로나19로 인해 온 세상이 두려움에 떨고 살아야 하는 지금, 어김없이 초록봄이 찾아왔습니다. 곳곳에 개나리가 노란 옷을 입고서는 봄을 알리고, 벚꽃 또한 만발해서 봄의 완성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겨울 추위가 아무리 혹독했다고 해도 어김없이 봄이 머리를 내미는 것처럼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어려움도 언젠가는 기어코 물러갈 겁니다.

이런 난국에도 어김없이 국회의원 선거일이 가까워졌습니다. 두 개의 거대 정당들이 비례대표를 뽑는 자매정당을 만들어 세간의 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자매정당을 만든 이유를 그럴듯하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그 속셈을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탐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CEO 경영우언』이란 책에 ‘머리가 아홉 개 달린 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이한 새가 산에 살았습니다. 그 새는 머리가 아홉 개여서, 먹이가 생기면 아홉 개 머리가 서로 먼저 먹으려고 싸우는 탓에 먹이를 제대로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때로는 싸우다가 서로를 쪼아 피가 나고 깃털이 뽑혀 아홉 개 머리 모두가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것을 본 물새가 말했습니다.

“잘 생각해봐. 아홉 개 입으로 먹는 먹이가 결국 똑같은 뱃속에 모이는 거잖아. 난 너희가 왜 싸우는지 모르겠어.”

똑같은 배에 들어가는 먹이일 텐데, 머리마다 서로 먼저 먹으려고 하다니 참으로 어리석어 보입니다. 이게 저 우화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일까요? 지금 우리의 정치의 현실도 저런 모습은 아닐까요? 한 자리를 놓고 서로 싸워야 하는 후보자들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똑같은 배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장자』에는 탐욕을 경계하는 예화가 꽤 많습니다. 그중 하나를 전해드립니다.

혜시는 양나라 재상인 국상 자리에 있었는데, 한번은 장자가 그를 방문하겠다는 전갈을 보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혜시의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자가 오는 이유는 국상 자리에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들은 혜시는 장자가 오는 것이 두려워 군사들을 풀어 도성 곳곳을 무려 사흘 동안이나 뒤졌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수색해도 장자 일행을 찾지 못했습니다.

장자가 이 소동을 듣고 스스로 혜시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저 남쪽 하늘 멀리 한 마리 봉황이란 영물이 산다고 해요. 봉황이 남해에서 북해로 길게 날아가는 중에 오동나무가 아니면 쉬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질 않고, 감미주가 솟는 맑은 샘물이 아니면 마시질 않습니다. 그때 난폭하고 게걸스러운 솔개 한 마리가 어디선가 썩은 냄새가 나는 죽은 쥐 한 마리를 물고 왔는데, 마침 봉황이 높이 날아가는 걸 보고 자신의 먹이를 뺏길까 봐 두려워 봉황에게 성난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지르며 위협하기 시작했소.

지금 공께서는 국상 자리를 보전하는 일이 걱정되기 때문에 저를 이렇게 번거롭게 하는 겁니까? 그러나 공께서 애지중지하는 국상 자리는 제게 단지 썩은 냄새가 나는 죽은 쥐에 불과할 따름이오.”

만약 자신의 자리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와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아무리 유명한 장자가 온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거란 말입니다. 그러나 혜시는 자신만이 그 자리의 주인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보다 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자신의 자리를 탐하는 사람으로 여길 것이고, 결국 그 사람에게 해를 끼칩니다. 자리에 대한 탐욕 역시 자신만이 세상이 인정하는 유일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교만함의 결과입니다.

아래의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옛날에 우정이 아주 두터운 친구 셋이서 길을 가다가 우연히 길에서 묵직한 금덩어리 하나를 주웠습니다. 셋은 이 금덩이로 인해 자신들의 깊은 우정에 금이 갈까 봐 금을 팔아서 셋이 똑같이 나누어 갖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축하하는 뜻으로 술을 사다 마시며 실컷 즐기자고 했습니다.

한 명이 술을 받으러 인근 주막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갑자기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옳지, 술에 독약을 타서 두 녀석을 모두 죽이면 그 금덩어리는 몽땅 내 것이 되겠다.’

그래서 그는 술에 독약을 탄 후 태연하게 두 친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한편 남아있던 두 친구도 술에 독약을 탄 친구의 생각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금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갖고 싶은 욕심으로, 술을 받으러 간 친구를 죽이자고 모의했던 겁니다. 이윽고 친구가 술을 갖고 들어오자마자 그를 죽였습니다. 그러고는 받아온 술을 실컷 퍼마셨습니다. 잠시 후 두 사람 역시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탐욕이 준 결과는 이렇게 ‘너’뿐만 아니라 ‘나’도 죽이고 맙니다. 머리가 아홉 개 달린 새나 장자의 방문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혜시나 금덩어리 하나 때문에 모두 죽임을 당한 세 친구 역시 불행을 스스로 불러들이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불행의 뒤에는 ‘탐욕’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좋은 정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정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정치인들 스스로가 정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나라냐?’고 외치기 전에 자신의 정당을 향해 ‘이게 정당이냐?’고 외치는 정치인들의 양심선언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생각에 잠시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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