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순왕릉 - 신라왕릉이 왜 경기도 연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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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순왕릉 - 신라왕릉이 왜 경기도 연천에...
  • 이창희 시민기자
  • 승인 2020.04.22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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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이창희의 산수풍물]
신라 백성의 더 큰 희생을 막으려고 왕건에게 항복 선언
경순왕릉 입구 전경
경순왕릉 입구 전경


장남교에서 고랑포리 방면으로 4km 정도 가면 경순왕릉 입구가 나온다. 나라를 들어 왕건에 항복한 신라 최후의 왕, 경순왕(재위 927~935)의 무덤이 여기 강변 언덕에서 남향하고 있다. 무덤마저 고향 경주를 그리워하는 모양새다. 임진강조차 건너지 못했으니 참으로 아득한 고향길이다. 

경순왕은 왕건에게 항복한 후 개경에서 살다가 죽는다. 그의 무덤만은 고향에 쓰기 위해 경주로 운구하는데 급하게 개경에서 달려온 군사들이 제지해 더 이상 남하하지 못하고 이곳에 안장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경순왕의 유해가 경주로 운구되면 지역 민심을 자극할까 우려해 왕건이 제지한 것이다. 이미 몰락한 왕국이고 견훤이 허수아비처럼 세운 것이 경순왕인데 포용과 관용의 왕건답지 않다. 왕릉이 있는 바로 뒤 능선이 DMZ 남방한계선이서 절묘한 운명적 입지에 회한이 더한다.


경순왕릉에서 임진강을 따라 1km쯤 가면 왼쪽 산중턱에 경순왕의 장남으로 투항을 극구 반대했던 마의태자 영단이 있다. 마의태자는 강원도 인제와 설악산 일원에서 부흥운동을 주도하다 좌절, 금강산에 들어가 생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무덤은 금강산 비로봉 옆에 있다고 하지만 전설일 뿐, 그의 최후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그래서 후손인 경주김씨 종중에서 영령을 모시는 영단을 경순왕릉 인근에 만들고 제사를 모신다. 

마의태자의 본명이 김일이라는 것을 영단 비를 통해 처음 알았다. 본명과 영단을 보니 전설속에 실체가 묘연한 마의태자가 아니라 역사에 실존한 인물로 성큼 다가온다.


마의태자 영단 맞은편 강변 언덕에 우뚝한 성벽은 고구려의 전초기지였던 호로고루성이다. 10m 정도의 강변 절벽을 자연 성벽으로 활용해 방어력을 극대화한 구조다. 

이런 강변 성곽은 임진강과 한탄강변에 여럿 분포한다. 용암지대의 하안단구는 최소한의 축성으로 방어능력을 확보할 수 있어 천혜의 성곽입지를 이루기 때문이다. 6·25 때도 이 일대 고랑포는 대전투가 벌어진 격전지였다. 태생적으로 임진강은 전선이 될 운명을 타고난 것만 같다. 

 

경순왕릉앞에서....
라이딩 길에 경순왕릉앞에서....

 

연천군은 2005년부터 장남면 고랑포리 산 18의 1 민간인 통제선 안쪽에 위치한 사적 제244호 '경순왕릉'을 완전 개방했다고 한다.

신라의 마지막 왕 무덤인 경순왕릉은 남방한계선(DMZ)과 인접해 있고 주변이 미확인 지뢰지대로 남아있는 등 민통선 내에 소재, 그 동안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야만 제한적으로 출입이 가능해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연천군은 경순왕릉 개방을 위해 군부대와 지난해 5차례에 걸친 협의를 거친 끝에 민통선 초소 이전에 합의했다. 3억4천여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초소를 신축하고 경순왕릉으로 이어지는 도로 주변에 1.1㎞ 펜스를 설치하는 등 현 오리동초소를 1㎞ 안쪽으로 이전했다.

또 군부대 경계근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곳곳에 감시카메라(CCTV)와 안내용 방송시설, 가로등 등을 설치했다. 경순왕릉이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관람시간은 남방한계선과 인접해 있는 등 안보상황을 고려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했다고 한다.

연천군 관계자는 "경순왕릉 개방으로 관광객들이 무장공비침투로와 상승전망대 등 주변 안보관광지 및 문화재를 동시에 둘러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문화재의 효율적인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순왕(재위 서기 927~935년)은 기울어진 국력을 통감하고 고려에 귀부한 신라의 마지막 왕으로 비운의 삶을 살다 고려 경종 3년(978년)에 세상을 떠난뒤 이곳에 묻히게 됐으며 지난 75년 무덤이 사적 제244호로 등록됐다.


시민기자 이창희 lee902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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