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1년, "책방으로 밥벌이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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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1년, "책방으로 밥벌이가 돼요?"
  • 안병일
  • 승인 2020.05.01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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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6) 안병일 / '책방시점' 책방지기

개업 1주년을 맞았습니다. 다들 소감을 묻습니다. 그러면 “개업 1주년인 건 좋은데, 아무도 찾지 않던 개업 당시와 같은 상황이다. 초심을 찾게 해준 코로나가 참 고맙다”며 쓴웃음을 짓습니다.

확실히 코로나19 여파로 책방 운영이 녹록지 않습니다. 문 닫는 책방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릴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이 난관을 돌파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느니 그동안 책방을 찾은 분들의 반응과 질문을 더듬어 보는 편입니다. 혹시 아니요, 그 속에 돌파구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손님보다 동네 고양이가 더 많이 찾는 한산한 코로나 시대, 책방 지기가 지난 1년, 책방을 찾은 손님들을 떠올리는 날이 많은 까닭입니다. 오늘은 1년 책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 '베스트 5'를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들은 왜 이 책방에 찾아와서 비슷한 질문을 하는 걸까요?

질문1. 책방으로 밥벌이가 돼요?

상상 이상으로 정말 이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하루에 손님 다섯 분이 온다고 치면 두세 분은 꼭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일수록 그 빈도는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이 질문 속엔 '책방이 (돈 벌기) 어려운 분야라는데, 그래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면 좋겠어요, 여기만의 어떤 대비책은 갖고 있는 거죠?'라는 숨은 행간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 질문을 하는 분들은 적어도 책과 책방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입니다. 때문에 이 ‘무례한 질문’이 모두 관심과 애정, 걱정이라는 걸 저도 잘 압니다. 저도 나름 위트 있게 답하려 애쓰지만(절대 살려주세요! 힘들어요! 망할 것 같아요! 같은 부정적인 답을 하진 않습니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구요), 그렇다고 기분이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카페나 음식점에 가서 “여기 장사는 잘 돼요?”라고 묻는 게(직장인에게 “그 월급으로 밥은 먹고 살아요?”라고 한다면) 굉장히 실례인데, 유독 책방에선 아무렇지 않게 용납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그런 질문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걱정되는 만큼 책을 가득 사세요”라고 너스레를 떨어야겠습니다.

 

질문2. 이곳의 책은 직접 고르나요? 책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는 이 질문이 반갑고 재미있어요. 이런 질문이 많이 나올수록 책방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회사로 치면, 일종의 핵심 성과 지표이기도 하죠.

강화도에만 다섯 곳의 동네 책방이 있습니다. 다섯 곳 모두 자기만의 색깔과 취향으로 책을 고르고 진열합니다. 서로의 다름과 취향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그 차이에 관심을 갖는 손님들이 오면 그날 하루가 참 싱그럽습니다.

저희는‘큐레이션 책방’을 추구합니다. 책방은 각자의 색깔과 관점으로 책을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제안을 하는 공간일 때 빛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려면 책이 인문, 소설, 사회과학 같은 십진분류가 아닌 다양한 해석, 분류 방법이 필요합니다.

우리 책방은 질문의 용기, 발견의 기쁨, 관점의 확장이라는 세 가지 주제와 연관 소주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질문의 용기엔 [내가 믿고 있는 게 과연 맞을까?], [쉽게 답하기 어려운 딜레마], [다른 존재를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할까?] 등의 연관 소주제를 두고 있죠.

 

질문3. 여기 차는 안 팔아요?

이 질문을 하는 분들은 85%의 확률로(저는 뼛속까지 문과생입니다만) 저희 공간을 잘못 알고 오신 분들입니다.

(북)카페로 알고 오신 거죠. 이분들은 입장할 때 표정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어요. ‘저희는 카페도, 북카페도 아닙니다’라고 확실히 말씀드리면 대부분 아! 하고 돌아가세요. 한때는 차를 팔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책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잘 하는 걸 해야죠. 아! 맞다, 그건 있습니다. 책을 사면 지기가 정성스레 드립 커피를 내드리긴 합니다. 이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질문4. 원래 이쪽에서 일했어요?

이 질문은 손님과 수다가 농익을 때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희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지 전문가도 종사자도 아니었어요. 이 질문의 후속 질문 목록으로 ‘여기 있는 책 모두 읽어봤어요?’가 있는데요. 저희가 책을 진열하는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가 ‘내가 읽고 싶은 책’이라고 답해 드리면 적절한 답이 될까요?

 

질문5. 책 추천 좀 해주세요?

가장 반가우면서도 긴장되는 질문입니다. 실은 책방 여행을 제대로 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마음에 드는 책 몇 권과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책을 고르는 것 말이죠.

대개의 동네책방이 그렇겠지만 이런 상황에선 베스트셀러보단 지기가 직접 읽은 책을 추천합니다. 때문에 어떤 책방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그 책방 지기가 가장 사랑한 책일 가능성이 큽니다.

조금 더 깊이 있는 책을 추천 받길 원한다면 지기와 대화를 많이 나눌수록 좋습니다.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최근에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지 묻다보면 조금씩 윤곽이 잡힙니다. 그렇게 만난 책이 ‘인생의 책’이 될 가능성도 높구요.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손님들도 책방지기에게 책 추천을 요청하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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