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아기염소 ‘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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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아기염소 ‘꽃지’
  • 문미정
  • 승인 2020.05.11 07:0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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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에서 아이들과 생활하기]
(22) 하얀 아기염소가 새로운 가족이 되었어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정신없는 틈을 타서 나는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오솔길 가장자리를 꽃길로 만들었다. 사실 그 사이에 몇 번의 쥐 소동이 있었기에 쥐 소탕 작전을 이야기 거리로 삼아야지 하고 있었는데... 완성을 하려니 쥐를 완전히 다 잡아야하지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쥐 한 마리는 여전히 우리집 안팎을 드나들며 우리를 성가시게 한다. 글 소재를 기다리다가 벌써 두 달이 지나버렸고, 나는 다른 이야기 거리를 찾던 중이었다.

 

작년 초봄에 우리집에 들어온 아기염소 깜지는 이제 어른 염소가 되었다. 어른 염소가 되어도 여전히 겁도 많고 사료보다는 초록 풀을 좋아하며 얼굴 쓰다듬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어른 염소가 된 이후 나와 우리 집 아이들은 여기저기 멍이 들기 시작했다. 깜지가 머리에 난 뿔로 우리를 자꾸 공격하기 시작하는 거다.

게다가 혜림원 정원인 꽃누리에 심겨진 튤립 싹을 다 잘라먹어서 잎이 없이 꽃만 핀 튤립이 꽃누리를 갈 때마다 민망스럽게했다.

 

발정기가 오면서 스트레스도 많아지는 것 같고, 풀을 먹이러 이동할 때도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만 가려고 고집을 피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전에 비하면 사춘기 반항처럼 점점 버겁게 느껴지다가 감당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몇 주를 고민했다. 우리 가족은 어렵게 어렵게깜지를 농장으로 다시 돌려보내기를 결정했다. 대신 다른 아기염소를 데려오기로 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외출할 때 차를 제법 알아서 잘 타던 깜지는 농장으로 가던 날에는 차에도 안타려고 버티는 것이 아닌가.

 

염소농장 사장님에게는 무척 죄송했다. 사장님 편할대로 하라며 깜지 대신 튼튼한 하얀 암염소 새끼를 골라 주셨다. 마침 한배에 세 마리가 태어난 새끼가 있어 엄마 젖이 부족할 까봐 그중 한 마리를 데려왔다. 엄마 젖 잘 먹던 걸 데려오는게 미안했지만 사장님은 젖병으로 직접 먹여야 깜지처럼 잘 따르게 된다하시며 기꺼이 내어 주셨다. 그리고 엄마 염소도 덜 힘들고 아기 염소들도 잘 자라도록 조치한 일종의 배려였다.

 

태어난지 5일된 아기염소
태어난지 5일된 아기염소

 

깜지는 염소 우리로 생각보다 잘 섞여 들어갔고, 온 가족은 간단히 깜지와 인사를 하고 새 아기 염소를 데리고 오는 차 안에서 염소의 이름을 짓기 시작한다.

 

우리집 아기들은 모두 라는 글자가 들어간다.

지' 자가 포함되는 괜찮은 이름이 뭐가 있을까?

백지?’ 종이같고

흰지?’ 흰쥐같고

아얘 다른 이름으로 눈꽃?’ 이건 부르기 힘들잖아.

....

꽃지어때?

그래, 꽃이 피는 계절에 꽃들과 함께 왔으니 꽃지좋다.

 

젖먹이는 것을 배우는 첫째딸 지인이
젖먹이는 것을 배우는 첫째 딸 지인이

 

이렇게 우리는 꽃지와 한 가족이 되었다. 오는 첫날부터 우유병도 잘 빨고 사람도 잘 따르고 여간 귀여운게 아니다. 데려온 지 벌써 일주일이 되어가는 꽃지는 깜지와는 또 다르게 신기함과 기쁨을 준다.

깜지는 기분 좋을 때만 뛰었는데 꽃지는 하루종일 폴짝 폴짝 뛰어다니고, 우유를 다 먹고 난 후에는 사방팔방을 뛰며 돌아다니면 만족감을 표현한다. 염소 말을 잘 못해서 다 커서까지 ~’ 하며 울던 깜지와 다르게 꽃지는 다행히 ~’ 하며 염소 소리를 낸다. 소변도 대충은 가릴 줄 아는 듯이 마당에 나가면 꼭 쉬를 한다.

 

이제 제법 혼자서 잘 먹이는 모습
이제 제법 혼자서 잘 먹이는 모습

염소 2마리도 이렇게 성격이 다르다. 우리 집 닭 3마리도 모양도 크기고 성격도 다 다르다. 심지어 알 모양도 크기도 색도 다르다. 하물며 인류는 어떠한가? 코로나 19로 혼란스러운 전세계 지구인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50억 인구가 전부다 모양도 생각도 성격도 다를테니 어쩌면 이런 혼란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창조주의 섭리와 질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요즘이다. 인류가 함께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다시 빨리 평화가 찾아오면 좋겠다.

 

이번엔 둘째 지유와도 잘 지내줘야 할텐데...
이번엔 둘째 지유와도 잘 지내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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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정 2020-05-12 13:42:24
혹시나 다들 오해가 있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올립니다.
첫번째 아기염소 깜지는 젖땔때까지만 어느정도 키우고 다시 돌려보내기로 하고 데려온 거였어요.
제가 정 때문에 너무 오래 데리고 있었고 염소농장 사장님도 제가 너무 예뻐하니까 달라고 못하셨죠.
아마 잡거나 팔거나 하지도 못하실 듯.... 사장님께는 너무나 민폐인 가족이죠 뭐 ㅋㅋㅋ

강영희 2020-05-11 17:09:51
이쁘고 어릴때만 가족처럼 키우다가 농장으로 돌려보내고 다시 새끼염소 데려와 키우는 거는 아닌거 같아요. 다시 커지고 감당하기 힘들어지면 책임지기보다 또 보내게 되잖아요. 흔히 반려동물 데리고 올때 .. 고양이나 강아지 어릴때 키우다가 크면 감당하지 않고 버리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아요. 생명은 장난감이 아니니까요 ...

이진우 2020-05-11 13:59:11
꼭지를 농장에 데려다 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네요. 그리고 꽂지를 데리고 올 수 있음에 가족으로 함께 지내게 되서 아주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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