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으로 이어지는 중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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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으로 이어지는 중앙공원
  • 박병상
  • 승인 2020.05.2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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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온 친구와 일주일 인천 여기저기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하자. 어디가 좋을까?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 한 명을 떠올려본다. 중구에 살던 그 친구와 개항 시절의 모습을 담은 중구 일원의 전시장을 돌아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점과 점으로 이어지니 흥미가 끊어졌다. 그나마 어릴 적 사생대회를 위해 찾았던 공원에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었다. 고교 시절의 친구를 떠올려본다. 그 친구가 다니던 동구의 골목은 이미 없다. 조금 남은 흔적은 ‘뉴스테이’라는 이름으로 한 점 없이 사라질 예정이다. 젊은 시절 걸었던 사리재도 주상복합건물로 망가질 거라던데, 그 친구가 자신이 살던 곳을 찾는다면 얼마나 허망할까?

친지와 사나흘 찾을 곳, 어디가 좋을까? 가까운 섬이라면 괜찮겠다. 요즘 인천 앞바다의 섬은 예전과 사뭇 다르다. 기상과 운항시간을 잘 맞추면, 설레게 하는 수려한 풍광을 가슴에 오롯이 남길 수 있다. 바다에서 잡거나 채취한 신선한 해산물을 풍족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루나 이틀이라면 자동차 접근이 가능한 섬도 좋고 하루를 보내려면 계양산이나 인천대공원을 방문해도 좋겠지. 그렇듯 인천에 찾을 만한 곳이 많은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외국 젊은이들은 이제껏 외면했다. 물론 행정처에서 앞장서 북성포구를 메우는 도시가 인천이므로, 그들을 탓할 일은 결코 아니다.

친구와 반나절 찾을 만한 곳은 어디인가? 승용차보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좋으면 좋겠다. 주변에 살거나 근무하는 시민이 즐겨 찾는 곳이더라도, 친구에서 자랑스레 소개할 만한 공원은 어디에 있을까? 해군 시설이 점거해 접근 불가능했던 월미공원을 추천하고 싶은데, 어릴 적 추억이 남은 송도유원지는 아무리 원하더라도 동행할 수 없다. 중동지역으로 주로 팔려나갈 중고차로 빼곡하게 메워진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겠나. “시민운동한다면서 저리 고약하게 바뀔 때까지 도대체 뭐 했는지” 따질 때, 대답이 궁하다.

과거 ‘자앞마을’의 갯벌에서 조개 채취하는 주민들의 소박한 터전이던 동춘1동 소암마을은 근사한 아파트단지로 바꿨다. 그 앞에 보이는 송도신도시는 어릴 적 친구들에게 매우 생소할 텐데, 동춘1동에서 송도신도시를 건너면 좁은 수로 가장자리를 근사한 공원으로 조성했다. 축구장과 테니스장, 그리고 10km가 넘는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가 다채로운 꽃이 피는 나무 아래 놓인 ‘달빛공원’이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하면서 한 바퀴 걸으면 등에 땀이 촉촉해지며 만 보를 훌쩍 넘게 걸을 수 있다. 곧 무더운 여름이 다가온다. 매점과 그늘이 마련되면 친구와 대낮부터 생맥주잔 기울이고 싶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친지와 땀 흘리는 맛도 괜찮다. 옛친구도 좋고 가족과 연인도 좋겠다. 문학경기장에서 승기천을 따라 남동산업단지 유수지 근처까지 이어진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데. 주변에 화장실이 거의 없고 매점은 전혀 없다. 마땅한 그늘도 없다. 그 길을 이용하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동행한 이의 짜증 섞인 불만을 들을 수 있다. 운동 삼아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도 존중해야겠지만 천천히 산책하며 애정과 우정을 나누고 싶은 이를 위한 소박한 시설을 중간중간에 배려하면 어떨까? 사회적 기업이 맡을 수 있을 텐데.

인천의 대표적 도심 공원으로 등극한 중앙공원이 드디어 연결되기 시작했다. 문학경기장 근처에서 동암역 주변까지 100m의 폭에 4km 가깝게 이어지지만, 그동안 중앙공원은 크고 작은 도로가 9토막으로 나눴기에 시민들은 이용하기 불편해했다. 2019년 5월에 9개 지구를 안전하게 잇는 계획을 세운 인천시는 드디어 지난 5월 8일, 3지구에서 5지구를 보행자 도로로 연결한 것이다. 이제 인천시민은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에서 예술회관역 사이, 대략 1.1km의 거리를 끊어지지 않게 걷거나 자전거를 밀면서 이용할 수 있다.

오래전 계획했지만,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여러 이유로 공간은 방치되었다. 그 사이 무허가 불량 주거 시설이 모이며 시민들은 피했던 불편한 역사가 서렸다. 주변에 번듯한 주거단지와 상가, 그리고 관공서가 들어서면서 인천시는 예산을 과감히 투여해 공원을 의미 있게 조성했지만, 불편했던 역사는 지워졌고 나눠진 지구는 연결하지 못했다. 개통식에서 이용현황과 주민만족도들을 수렴해 9개 지구를 차차 연결할 계획이라고 인천시장이 약속했다는데, 중앙공원은 어떤 모습일 때 긍정적 이용이 활성화될까?

며칠 전, 맑은 물이 흐르는 나무 사이를 걸으며 녹음이 우거질 즈음 어떤 느낌일지 상상했다. 지금은 1.1km, 나중에 3.9km가 녹지와 습지로 이어진다면 시민 휴식처로 여느 도시보다 주목받겠다고 생각하며 친구를 초대하고 싶었는데, 공원에 대한 역사와 문화가 소개되지 않아 다소 아쉬웠다. 녹지와 시설 수준도 시민에게 자부심을 전하지만, 그런 공원은 다른 도시도 충분히 조성할 수 있다. 인천의 ‘중앙’이라는 선언답게, 인천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도 이용자에서 전달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중앙공원 9개 지구는 특색이 있다. 자랑과 아쉬움도 있다. 그런 모습을 보완 개선하면서 안전하게 연결한다면 시민의 자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녹지뿐 아니라 습지를 갖춘 공원이 도심에 자리잡았기에 기온이 온난화되는 요즘 더욱 소중하다. 거기에 문화와 역사가 깃들어 지역에 뿌리내린다면 인천시민들에게 자부심으로 정주하지 않을까? 기쁘게 한 바퀴 걷고 주변의 식당에서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온 친구와 시원한 맥주 한잔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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