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 계획,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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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 계획, “최선입니까?”
  • 지영일
  • 승인 2020.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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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지영일 /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오랫동안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저렇게 걱정했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났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제2순환선 인천~안산 구간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 공고를 냈다. 이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가운데 유일하게 착공되지 않은 인천~안산 구간에 대한 계획을 담고 있다. 그 계획에 따르면 이 도로는 인천 중구 신흥동과 경기 시흥시 정왕동 사이의 19.8㎞ 구간을 연결하며 14.57㎞는 해상 교량으로 건설된다고 한다. 송도 국제도시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갯벌 안쪽으로 도는 노선을 택하고 있다. 사업 기간은 오는 2029년까지로 다음 달부터 국토부의 주민설명회가 열릴 예정이란다.

습지보호지역이자 람사르습지인 송도 갯벌이 계획 노선에 편입된 데다 안쪽으로 깊이 들어온 모양이라 영향 범위가 넓을 수 있다. 그 만큼 환경 교란과 훼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송도 갯벌은 지난 2009년 해양수산부의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2014년 국제협약인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이곳은 멸종위기 2급 보호종인 검은머리갈매기 서식지이기도 하다. 송도 11공구 매립 과정에서 송도 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검은머리갈매기 때문이었다. 국내 80% 가량의 검은머리갈매기가 여러 곳의 국내 번식지가 사라지자 유일하게 남다시피한 이곳을 의지해 살아오고 있다. 이밖에 다양한 저서생물을 포함,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를 비롯해 황조롱이, 매 등의 야생조류도 빼놓을 수 없다.

송도갯벌에는 세계적 멸종위기종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가 번식하는 곳으로 UN이 주목하는 중요한 습지로 평가받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에 대해 국토부는 생물종 서식지 면적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별도의 대책으로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있을 주민설명회라든가, 의견 수렴 후의 추가 보완책을 더 두고봐야겠지만 일단은 안일한 태도로 읽힌다. 인천시가 국제협약을 통해 갯벌 보호를 공언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돌이켜보기 민망한 것은 두 번째이다. 어쨌든 도로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인정한 것이고 지금까지 정부나 개발부서들은 그런 식의 논리와 태도로 생물 서식지를 훼손해왔고 생태계 파괴를 자행해 온 그들이다.

지금까지 송도와 청라신도시, 영종국제공항을 위해 드넓은 갯벌이 매립되어 사라졌다. 그로 인해 수많은 생명들이 터전을 잃었으나 갯벌 매립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제2회곽순환고속도로가 침범한 습지보호지역이자 람사르습지인 송도갯벌에 어쩌면 배곧대교라는 비수마저 꽂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기존 도로의 교통정체 해소, 교통망 확충을 명분으로 뭍 생명의 삶의 자리를 언제까지 빼앗을 것인가? 서식지보호와 더불어 생물다양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는 언제든 필요하면 무시되어도 좋단 말인가? ‘갯벌은 생명의 공간’이라는 주장이 인간의 편리와 도시개발의 욕망 앞에 한낱 울림 없는 메아리로 그치는 것 같아 통탄스럽기 그지없다.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다른 대안은 없는지 더욱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더불어 생물종 보호와 대체서식지와 관련한 보완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어떤 형태로든 진행될 도로공사 자체에서 빚어질 수 있는 반환경적 문제 대처와 공사 전·후의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 등에 필요한 방안을 세워야 한다. 인천시는 갯벌보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습지를 훼손할 수 있는 어떤 계획에도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는 기존의 무분별한 개발과 도시화가 초래할 재앙의 한 단면이며 인류는 너무도 당연한 교훈을 이제야 아프게 배우고 있다. 생태계의 보호와 공존을 위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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