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소비촉진의 경제기반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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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소비촉진의 경제기반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
  • 정세국
  • 승인 2020.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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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국의 경제노트]
코로나19 배틀 현장에서 - 정세국 / 인천대 산학협력중점교수
코로나19는 봄철 미세먼지 존재 자체의 기억도 밀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앓고 있는 심각한 사회, 경제 문제는 하루 이틀 만에 해소되지 않는다.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이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확장성은 전쟁의 광기만 없을 뿐이지 긴장의 연속은 모두를 피곤하게 한다. 바이러스는 치열했던 경쟁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듯 활발한 움직임을 죽여 놓았다. 봄철 미세먼지는 존재 자체의 기억이 아득하다. 경제성장만이 살길이라고 보고 경쟁력 향상에만 매몰되어 있는 세계 모든 기업들이 이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그대로 받아들여 인류가 공생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지려면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이다.

환경 파괴를 기반으로 좀 더 많은 소비를 촉진하고, 온갖 화학물질의 융합과 혼용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확보하려 하며 더 많은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야 하는 기존의 경제 질서가 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수정 가능한 기회가 되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온도 상승 1.5도 이하 유지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어떻게 해야 살아있는 지구를 후세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 현재는 코로나19에 대응하여 긴급하게 각 나라마다 형편에 맞는 처방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번을 기존 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사회적 문제의 직격탄을 맞은 나라별 대응 현주소를 정리해 본다.

5월 20일부터 고3을 시작으로 단계적인 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학교의 사정에 따라 비대면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학생 책상 거리 띄우기, 급식실 거리두기, 자판기 없애기 등을 준비하였다. 지난 몇 달간 개학 지연과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생과 부모, 선생님 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로 납품하던 식품재료 공급기업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떨리는 손을 꼼짝 못한 채 지내고 있었다. 납품업체에서는 창고에 쌓아두었던 냉동실 식재료를 헐값이라도 팔아 종업원의 생계를 이어나가도록 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 내 음식점들은 학생들이 없어 몇 달간 문을 닫은 채 월세를 내야 할 형편이고 학교에 나와 있는 일부 사람들을 위해 피치 못해 운영해야 하는 학생식당은 싼 가격으로 책정된 음식가격을 올리지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식탁 위에 비말 방지 장치를 해야 했고, 출입구엔 손소독제와 온몸 세척 샤워기를 투자해야 했다. 중소기업 특히 수출을 중심으로 했던 기업들은 구성원을 전부 해고해야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이다. 전통시장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은 더 말할 나위가 아니다.

프랑스는 지난 5월11일부터 단계적으로 등교 수업을 한 클래스 당 15명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자율학습을 하거나 화상수업, 문화 아틀리에 등 분리 수업에 참여케 하고 등교를 원하지 않는 학생은 원격수업을 듣도록 했다. 지난 5월11일 등교수업을 시작했다가 전국적 코로나19의 확진자 발생으로 다시 원격수업이 되었다. 직장 출근 이외에는 기초식료품구입, 병원치료와 상담, 아동 및 가족 돌봄 등 예외의 경우와 1시간 이내 반경 1km내 이동만 허가하고 있다. 약국, 시장, 병원, 식료품점을 제외한 카페, 박물관 등 다중이용 시설은 모두 폐쇄하였다. 파리시 소유 건물의 경우 임차인의 상황에 따라 월세 납부 일자를 조정하도록 하거나 심각한 경우 지불 유예까지도 가능하도록 하였다. 저소득층에게는 가족수당지원기금을 통해 식료품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공공기관(학교, 보육기관, 박물관, 오페라하우스, 전시장), 영화관, 술집, 클럽, 스포츠시설 등 운영을 제한하였고 가족 2명 이상의 야외 동행이 가능하며, 병원 방문 및 생필품 구매를 위한 외출과 강아지 산책 등에는 예외 적용하였다. 외부 활동 시에는 타인과 1.5~2m가량 간격을 유지해야 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반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외출하거나 동행인 수가 많은 경우엔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행사 및 영업 제한을 위반한 경우에도 벌금을 부과한다. 학교는 3월16일부터 폐쇄한 상태이나 의료인력이나 주요 사회기반시설 종사자의 자녀들은 긴급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기업과 자영업자, 프리랜서들에게는 최소의 절차를 거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모든 기업에게 단기적 유동성을 공급하되 조업을 단축한 기업에게는 지원금 지원 조건을 완화하여 지급한다.

이탈리아는 확진자 20여만 명에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었다. 북부 롬바르디아 중심지인 밀라노 인근은 중국인들과의 접촉이 많은 전통적으로 섬유 가공 지역이기 때문에 많은 확진자가 2월부터 발생하였다. 학생은 모두 온라인 원격수업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사회질서 유지 및 의료계 종사자 외에는 이동 제한 및 외출을 금지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가구에 생필품과 식료품 구입을 위한 쇼핑 바우처를 지급한다. 2인 미만 가구에는 300유로부터 5인 이상 가구에 500유로(약 66만원)을 매월 지급하고 있다. 또한 벌금 납부와 대출금 상환 등을 일시 유예토록 하였다.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염원하는 홍콩은 250억 홍콩달러의 구제기금 조성을 발표하였다. 구제기금이 조성된 이후 홍콩의 관련 부처에서는 절차를 간소화하여 기업과 시민들이 조속하게 혜택을 받도록 각종 지원정책을 발표하였다. 식품환경위생서는 코로나19의 발생으로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과 식품업계에 보조금을 지급하되 일반음식점과 수상 음식점, 공장내 식당 운영 기업에게 20만 홍콩달러를 지급하고 허가받은 노점상에게는 5000홍콩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고용하고 있는 모든 기업대상 직업 급여의 75%를 지원하고 있고 10만여 자영업자에게 매월 1000싱가포르달러를 9개월간 지급하고 있다. 저소득층 저소득 근로자 대상 3000싱가포르달러를 1회에 한하여 지급하고 있다. 4월부터 재택학습을 주 1회 시행하다가 모든 유흥 시설(술집, 노래방, 극장, 클럽, 디스코텍) 폐쇄, 쇼핑몰은 16m² 당 1인 시상 출입 금지, 10인 초과 모임 금지, 모든 종교집회 금지, 모든 직장과 학원 폐쇄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10인 이하라도 가족 이외에는 만남이 금지되었고 모든 식당은 배달만 가능하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일부 임금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생활 필수 기업이나 상점을 열게 하고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유럽의 대부분은 몇 주 동안 기업의 행위를 일체 금지하는 정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확진자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어 우리와 비교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좋아지겠으나 이번 사태를 배경으로 경제의 기본을 다시 보아야 한다. 나라마다 특성을 반영하고 있기는 하나 바이러스 이후 경제상황에 대한 미래를 알려주는 가치는 발견되지 않는다.

양극화의 문제와 함께 지구온난화에 대비하는 경제정책이 향후 경제회복의 주요 단서가 되어야 한다. 나만의 고통이 아니어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일부 청년들의 사회적 일탈을 고스란히 우리 사회가 짊어지고 있고, 이들로 인해 고3 학생들이 80여일 만에 등교했다가 3시간 만에 다시 돌아가야 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지금 더 넓은 시야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사회는 바이러스로부터 얻고 있는 교훈을 또다시 망각하게 될 것이다. 전 국민에게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이 순간에도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든 시민들의 희망이 빨리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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