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동네책방이 함께한 5월의 제주, 그리고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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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동네책방이 함께한 5월의 제주, 그리고 광주
  • 청산별곡
  • 승인 2020.05.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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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10) 청산별곡 / 나비날다 책방지기
마지막 제주 중산간마을 사진전
마지막 제주 중산간마을 사진전

나비날다책방에서는 두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7평밖에 안 되는 자그마한 공간에서 <마지막 제주>와 <五月書架> 라는 주제로 ‘제주’와 ‘광주’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전과 책전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제주> 사진전은 책방 안에, <五月書架> 책, 문장전시는 책방 옆 배다리 책쉼터에 준비하였습니다.

5월 30일이면 두 달 동안 나비날다책방에서 전시중인 <마지막 제주> 릴레이전시를 마치게 됩니다. 손바닥만 한 좁은 공간에서 두 달이란 긴 시간동안 사진전을 하는 것이 만만찮았습니다. 책을 사고, 파는 일도 서툴지만, 사진전을 꾸려가는 것도 역시나 서툽니다. “이게 무슨 전시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욕심을 내어 최선을 다해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책들이 빼곡히 쌓여있는 공간을 잠시 비우고, 책에 담겨진 세상의 목소리, 세상의 목소리를 담은 책 이야기를 책방을 찾는 손님들께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배다리마을이 8차선 산업도로 건설로 인해 마을공동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을 때 헌책방을 꾸리고 계신 아벨서점 사장님이 마을을 지켜달라고 몸으로 호소하였었지요. 나비날다책방은 그 힘 있는 목소리를 듣고 배다리에 책방을 열게 된 계기가 되었답니다. 이제는 나비날다책방이 지역과 호흡하여 그 역할을 이어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책방을 꾸리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함께 숨 쉬며 요란하지 않게 뚜벅뚜벅 세상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살아가는 거지요. 또 누군가 그 걸음에 발맞춰 저처럼 배다리에 책방하나 들어서지 않을까요?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마지막 제주 강정 사진전
마지막 제주 강정 사진전

첫 번째 전시 <마지막 제주>

<마지막 제주>는 제주를 지키기 위한 전국 책방 사진전으로 제주프로젝트팀이 기획하여 제주의 강정마을, 비자림로, 성산, 중산간마을 등 4개 지역의 현장의 모습을 12명의 작가의 시선으로 담은 전시입니다. 제주의 난개발, 군사기지, 마을, 제2공항 문제를 다뤘으며, 빠른 속도로 본래 모습을 잃어가는 제주의 슬픈 진실을 전시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닥친 현실을 직면하는 기회로 준비했다고 합니다. 특별히 동네책방에서 릴레이 전시를 기획한 이유가 작은 것을 소중히 하고 세계의 낮은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 책방의 설립 취지를 살리고자 했기에 나비날다책방도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인천을 비롯, 서울, 경기, 충청, 부산, 광주, 전라, 제주 등 전국 7개 지역 20여 곳의 동네책방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달 말이면 2달동안 전국 책방을 돌며 여행을 마친 사진들을 각 책방에서는 다시 제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인천에서는 책방 국자와주걱에서 전시된 사진을 나비날다책방에서 이어받아 전시를 하였고, 이제 다시 제주로 사진들을 돌려보내야 합니다. 어제 저녁에 들려온 제주소식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중단되었던 비자림로 공사가 1년 만에 재개됐다는 소식을 접한 지가 엊그제인데, 150명이 사는 작은 마을 소성리에 미군기지건설 사스기지공사 재개를 위해 대규모 경찰병력이 기습 동원됐다는 소식을 밤늦게 들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소성리 주민들의 몸부림에 가슴 아픕니다. 제주 강정마을, 성산, 비자림로, 중산간마을이 ‘마지막 제주’의 모습이 아닌 ‘다시, 제주’의 모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실어 보냅니다. 힘내세요. 제주!

 

배다리 책쉼터 광주 오월서가
배다리 책쉼터 광주 오월서가

두번째 전시 <五月書架>

나비날다책방 옆 배다리 책쉼터에서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5월도서 문장전시 <동네책방, 오월을 만나다> 전시가 준비되어있습니다. 광주동네책방 13곳이 모여 기획하였으며, 전국동네책방에서도 함께 전시를 하였으면 하는 제안이 있어 나비날다책방도 기꺼이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오월을 이야기하는 책 17권을 선정하고,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책 속 문장들을 만들어서 문장 전시 및 책갈피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전국 23개의 동네책방과 함께 각자의 책방의 방식에 맞춰 <오월서가>를 꾸미고 있으며, 나비날다책방은 배다리헌책방거리를 찾는 분들과 오월의 정신을 함께 나누고자 책쉼터에서 펼치고 있습니다. 마침, 전시에 맞춰 광주의 한 마을기업에서 주민들이 손수 키운 농산물로 만든 오월주먹빵 소식을 듣고 주문하여 책방을 찾는 손님과 빵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오월광주이야기를 담은 문장이 담긴 주먹빵, 세상에 전하지 못한 그날의 사연을 담긴 오월주먹빵이 또다른 방식으로 5월을 기억하게 합니다. 동네책방에서 문장 전시로 되살아난 80년 오월 광주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기억해요. 광주!

책에는 우리의 삶과 살아온 역사, 이 시대를 함께 건너야할 고민들이 담겨있습니다. 그 수많은 삶의 역사와 고민들이 책방에 가득합니다. 동네책방은 책 하나를 파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맘입니다. 시대의 아픔을 몸으로 겪어낸 사람들, 세상을 읽어내는 밝은 눈,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지혜를 같이 나누고자 하는 맘입니다. 오늘도 동네책방은 책 한 권을 책방에 들여 놓기까지 마음을 기울려 고민합니다. 제주와 광주의 목소리처럼 세상을 건너는데 함께 맞잡을 손이 필요하다면 그 역할을 동네책방에서 함께하고 싶습니다. 책방 가기가 불편하다고요? 너무 부담스럽다고요? 나비날다책방은 더 불편한 책방이 되겠습니다. 하하.

배다리 책쉼터 광주 오월서가2
배다리 책쉼터 광주 오월서가2
책방손님들과 나눈 오월주먹빵
책방손님들과 나눈 오월주먹빵
나비날다책방 사진
나비날다책방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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