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갈1호, 위로와 치유가 되는 책방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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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갈1호, 위로와 치유가 되는 책방공간으로
  • 강영희
  • 승인 2020.06.02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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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의 문화 오아시스 이야기](6)
배다리 '대창서점', '모갈1호'가 되다
2019년5월, 모갈1호가 자리잡은 대창서림@낙서쟁이 김수정
2019년5월, 모갈1호가 자리잡은 대창서림@낙서쟁이 김수정

드디어...  '오아시스' 기획의 첫 공간 '모갈 1호'

문화 오아시스 사업은 2018년 57, 201973개 문화공간이 참여했고, 2022년까지 추진 예정인 사업이었다. 그리고 이번 기획은 각 공간과 그 공간의 사람들, 여기에 참여한 시민들의 생각과 고민을 담아내고자 시작한 것이었다. 많이 알려진 공간들 말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들을 찾아가보고, 생활문화공간의 의미도 나눠보고 싶어 제안된 기획이었다.

그러나 이 공간에 급습한 코로나19. 감염병의 시대,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일이 조심스러워진 요즘, 공간을 찾아가야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워 기획방향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마을사진관 다행‘2020 오아시스공간으로 선정되어 이 곳에서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를 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페인독감이나 사스, 메르스처럼 지나가리라는 예상도, ‘코로나19’ 이전의 삶의 방식으로는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말도 있다. 치료제와 백신이 제대로 만들어지기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이 필요할 테고, 약들이 만들어지면 감기나 독감처럼 함께 매번 만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될 수도 있다.

그 속에서 우리의 일상은 변하기는 해도 지속되겠지만 3년 연속 공모에 선정된 공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자산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모갈1호'.

공간을 계약하고,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개받은 오아시스 추가 모집공고에 지원한 것이 운좋게 선정되어 시작하는 걸음에 되었다는 ‘모갈1호’를 찾아가 그 운영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배다리 책방거리입구에 있는 대창서림 간판의 모갈1호
배다리 책방거리입구에 있는 대창서림 간판의 모갈1호@2020.05.28

모갈1호도 오아시스 3년차죠?”

가끔 출근길에 '다행'에 들러 차 한 잔 나누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모갈1장덕윤 대표가 지난 목요일 아침, 오랜만에 다행에 들렀다.

, 모갈1호도 오아시스 3년차죠? 어떻게 진행하세요?”라고 묻자 올해로 지원은 끝나죠?” 올해보다 내년에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다는 말씀에 문화오아시스와 관련한 인터뷰를 요청했다. 더운 기운이 내려앉은 늦은 오후 그 공간에서 만났다.

 

대창서림 간판은 그대로 두시나 봐요?”

더위가 좀 걷힌 오후, 오랜만에 책방거리로 내려가니 여전히 그 모습인 양 하여도 조금은 낯선 모습에 배다리 변화의 시간이 오롯이 느껴졌다. 작고 낡았던 헌책방집현전은 세련된 옷을 입고 서 있었으나 그 단짝 서점인 대창서림은 익숙한 옛 간판을 달고 그대로 있었다. <위 사진>

배다리 일대 외관 조성사업이 끝났는데도 주인은 대창서림이라는 간판을 바꾸지 않았다. 

왜 바꾸지 않으셨나 물으니 오래된 흔적을 손대서 망가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움도 있고, 적잖은 비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게 정리되면 손 대볼 생각이라고 한다. 그때까지는 간판이라기보다 건물의 일부오브제로 두기로 했다고 한다.

이 책방의 새 이름은 모갈1’(경인철도 개통시 사용된 첫 증기가관차의 명칭)인데 처음 들었을 때도 3년차인 지금도 입에 붙지 않는다. 뜻도 예전 인터뷰를 통해 처음 알았다. 뜻보다는 왜 그 이름을 붙였는 지 궁금했는데, '기관차'의 역할과 연결지어 모갈1호라는  공간이 무엇인가를 이끌어가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의미를 나중에 붙였다고 한다.

원래는 사진공간배다리를 통해 전시회를 하기로 했다가 무산됐는데 그때 전시를 준비하면서 시인(詩人)인 친구(한승엽)가 전시회 발문 형식으로 써준 시의 제목이 '모갈1'였다고 한다친구가 써준 시의 제목을 그대로 공간 이름으로 가져온 것. '모갈1'라고 말하면 왠지악당로봇 1같은 어감. 장난기 있고 조금은 악할 것 같지만 어딘가 어리숙한 그모갈1가 마음에 들어 공간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살고있는 일상을 사랑하기를 .. 서점공간이 그런 위로와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으면 해요

어떻게 책방을, 오아시스 사업을 하시게 된 거예요?”

개인적인 아픔을 치유하고자 옛 기억을 따라 오가던 배다리 책방, 골목길 걷는 걸 좋아해 함께 하게 된 사진찍기,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사진 수업을 들으며 만난 이들과 꾸려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공간을 찾던 차에 '대창서림' 창문에 붙여져 있던 임대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우여곡절 끝에 서점을 인수하고 오래된 주인이 떠난 빈 책방, 주인 잃은 책들을 정리하며 책방을 채워낼 정체성을 고민하는 중에 나비달다 책방쥔장의 소개로 오아시스 사업을 알게 되었다. 책방거리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개인적인 고민을 담아 예술과 치유의 공간으로 정리하고 문학치료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기획, 선정되어 3개월 진행을 하고나니 한 해가 다 가더란다.

"우연히 운좋게 시작한 오아시스 덕분에 머릿속으로 생각하기만 했던 것들을 구체화 해 볼 수 있었어요. 몰라서 할 수 있었던 거지 알면 못했을 거예요. 북토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했으니까요. 오아시스를 두 번 정도 기획해서 운영해 보고 나니 '모갈1호'가,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좀 알 거 같아요. 앞으로의 생활에서 문화 활동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올해로 지원이 끝나죠? 이상하게 올해 진행할 프로그램에 대한 걱정보다는 내년에는 어떤 기획을 만들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머릿속에서는 그림이 있는데 어떻게 구체화 해 볼 수 있을 지 고민하는 거죠."

그러면서 꺼내놓은 작은 책 한권.

모갈 1호 연간지(年刊紙)예요. 시간이 흐르면 잊히고 지워지잖아요. 책방을 시작하면서 저와 약속을 했어요. 해마다 한 해의 활동내용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기로.... 이건 2018년 마지막 책이고 2019년은 떨어졌어요. 몇 권 더 주문해둬야겠어요.”

 

2018년 활동을 담은 모갈1호 연간지
2018년 활동을 담은 모갈1호 연간지

 

2018년은 씨앗을 뿌렸고2019년은 성장했고2020년에는 열매를 따는 해가 되지 않을까?

생의 전환기, 여러 가지 상황과 개인적 아픔 속에 선택한 책방과 오아시스 사업은 많은 노동과 고민을 안겨 주었다. 정신없이 그 속에 빠져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고통스런 마음을 잊고 지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스스로에게도 책방이 위로와 치유의 계기가 되어줬다.

2018년 권도영 교수의 서사문학을 통한 문학치료 강좌를 마음사이로 이름 짓고 진행을 했는데 이를 계기로 듣게 된 옛 이야기를 통해 한국 신화와 민화에 대한 관심이 2019년에는 한국신화읽기('我, 話'), 민화 그리기('색색하다'), 핸드폰 속 사진을정리하고 스스로의 역사를 써보는(인디아) 등 세가지 프로그램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원에 대한 기록'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모갈1호 연간지2호에 엮어냈다.

모갈1만의 색깔,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인천지역과 관련된 책을 찾다보니 지역사가 쓰이는 상황을 알게 되면서 사람의 역사-서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기록-서사를 담아내고 그것들이 모이면 보다 풍부한 지역의 역사가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2019년 활동 결과를 담은 인쇄물(민화그리기, 참여자 사진책, 참여자가 작가와 함께 만든 책)
2019년 활동 결과를 담은 인쇄물 -민화그리기, 참여자 사진책, 참여자가 작가와 함께 만든 책

2019년 이 공간에서 사진공부를 했던 이들이 ‘사갈-화이부동’이라는 동호회로 발전했고,  ‘인디아’ 수업에 참여한 시민이 모여 ‘사진 한 장 마음 하나’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을 모색하며 ‘모갈1호’가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착실히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엔‘한국신화 읽기와 쓰기를 통한 치유’(강사 권도영)를 진행, 2년 동안 진행된 한국 신화 읽기를 그리스-로마나 및 북유럽 신화와 엮어 읽기를 함으로써 ‘나의 신화 쓰기를 통한 자기 치유’를 마무리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지난해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시민 참여자 2인이 기획의 주체가 되어 모갈1호의 활동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2019년 기원을 찾아 떠난
2019년 프로그램 현수막 - 부분

모갈1호의 진짜 새로운 시작은 2021.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그저 체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살리고 뻗어나갔으면 좋겠어요. 변화하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뭔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도 발생되고, 이익이 지속되면서 자생력을 갖추면 더없이 좋겠지요.

주체적인 개인이 능력을 갖추고, 그런 능력들이 연대하여 만드는 가치들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사진과 글, 그림과 이야기, 노래여도 좋고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울려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장덕윤 대표@2020.05.28
모갈1호, 장덕윤 대표@2020.05.28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책방과 오아시스 활동으로 시작한 모갈1호 장덕윤 대표와의 인터뷰는 두 시간 넘게 진행됐다. 사업을 펼치는 방식이나 태도, 여러 가지 면에서 내가 알았던 것들과 달라서 신선하기도 하고, 삶에 대한 태도나 고민은 의외로 비슷해서 또 놀랐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또 하나의 우주를 만나는 일이라는 말이 거기에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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