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즐거운 놀이, 즐거운 인생 - 은옥주 / 공감심리상담연구소 소장
"결혼하고 몇 밤 자면 아기가 나와요?“
다섯 살 손자는 외숙모가 배가 부른 걸 보고 물었다. 배에 조심스럽게 손을 대어 보기도 하고 귀를 대어 보기도 하면서 아이는 진지하다.
"응 10달이 지나야 예쁜 아기가 태어난단다 "
"10달 ? 1234 30이야?
아이는 계산이 잘 안 되는 듯 양쪽 손가락을 구부렸다 폈다 하며 눈이 동그래진다
"30을 열 번 해야 돼. 300밤 이야 "
"300밤? 엄청 많네 "
아이는 양 손을 펴고 손가락으로 계산이 잘 안되어 난감해했다. 그 뒤로 아이는 생명의 탄생에 대해서 부쩍 궁금해했다. 자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아기 때의 모습은 또 어땠는지 알고 싶어 해서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고 즐거워하며 반복해서 돌려보았다.
그 뒤로 저녁마다 샤워를 끝낸 아이를 닦아줄 때 ‘아기출산 놀이’를 자주했다. 아이를 큰 타월 로 감싼 다음 가슴에 안고 같이 뒹굴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가 아파 죽겠네. 아기가 태어나려나봐“
아이는 타월속에서 같이 뒹굴다가 다리를 쏙 내밀고 "응아" "응아 "하고 수건 밖으로 나왔다.
"아유 큰일 났네. 아기가 다리부터 나왔네! 머리부터 나와야 되는데."
내 호들갑에 아이는 얼른 타월 속으로 도로 들어갔다.
"그럼 머리부터 나올게, 할머니"
아이는 수건 속에서 뱅그르르 돌아서 머리를 쏙 내밀고 "응아 응아 "하며 머리부터 태어나는 시늉을 했다. 둘이서 산고를 겪는 것을 보고 있던 딸이 한 마디 했다.
"아이고 이거 촌수가 어떻게 되는 거야? 내 아들이 내 동생이 되는 거잖아 "
딸이 손짓을 하며 아이를 불렀다.
"할머니한테서 네가 태어나면 촌수가 복잡해져. 이리 와 내가 낳아 줄게. 나한테 와“
아이는 수건을 뒤집어 쓰고 얼른 엄마한테 달려가 또 한바탕 ‘아기 출산 놀이’를 했다.
안나 프로이드(Anna Freud, 1965) 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배우고 자란다고 했다. 아이들은 놀이로 자신의 독특한 생각이나 욕구 또는 상상력을 발견하고 탐색한다. 생후 초기 단계는 어머니와 공생하는 단계로, 자신의 몸을 사용해서 논다. 아이가 더 크면 점차 매개를 활용하여 다양한 놀이를 하게 되는데, 이 놀이가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기제로 전환되기 때문에, 놀 수 있는 능력은 성인들의 일할 수 있는 능력과 같다.
손자가 성인이 되기 전에 아이와 열심히 놀아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 내 부모님이 나를 엄격하게 대해서 나도 내 아이들을 엄하게 키운 것이 가끔 미안함으로 다가온다. 돌돌아, 우리 함께 인생을 즐기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