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문학단체와 진보 문학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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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문학단체와 진보 문학단체
  • 최일화
  • 승인 2020.06.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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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 최일화 / 시인

우리나라엔 큰 문학단체가 두 개 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작가회의다. 한국문인협회는 보수문학단체, 한국작가회의는 진보문학단체로 알려져 있다. 진보, 보수 문학단체로 등록되지는 않았을 텐데 두 단체는 각각 보수와 진보로 대변되고 있다. 두 단체 대다수의 회원들은 자기가 보수냐 진보냐를 의식하지 않고 작품을 쓰고 있을 것이다. 문인협회 회원도 진보적 경향의 작품을 쓰고 작가회의 회원도 보수적 경향의 작품을 쓴다. 진보적 경향은 무엇이고 보수적 경향은 어떤 것을 말하는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정치적 기준에 따라 나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나는 SNS를 자주 접하여 글을 읽고 쓰기도 한다. 지난해였다. 오랫동안 진보진영 문인단체의 회원이며 진보적 출판사에서 시집을 낸 유명한 시인이 어느 날 SNS에 막말에 가까운 언어로 현 정부를 호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평소 작품을 읽을 때는 전혀 진보 보수를 의식하지 않고 읽다가 SNS에 직접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문인들을 보면서 적지 않게 놀라게 된다. 아마 나와 의견이 달라서 그럴 것이다. 평범하게 SNS로 소통했던 시인 작가들이 갑자기 낯설어지고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참 막연한 기준으로 진보와 보수로 양분되다시피 했다. 그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도 못한 채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매사에 의견이 대립되어 상대방을 공격한다. 동창생들끼리도 예외가 아니고 가족끼리도 마찬가지다. 내게도 친하게 지내는 초등학교, ·고등학교 동창생들이 정치관련 글을 거의 매일 보내고 있다. 읽어보면 금세 가짜뉴스란 걸 안다. 어떤 친구는 지겹다며 친구를 차단했다고 하지만 나는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그런 견해 차이로 어려서부터 함께한 죽마고우와 소원해지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작금의 풍조는 그 폐해가 생각보다 크다. 따뜻한 우정과 사랑을 나누며 소통해야할 사람들이 서로 소원해지게 된다면 그건 신뢰와 공감으로 만들어가야 할 행복사회 실현을 방해하는 것이다. 옛날에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는 정치가 좋은 정치라는 말을 들었다. 인터넷과 SNS가 출현하기 이전에 나돌던 얘기일 것이다. 국민들이 지나치게 정치에 민감하다면 그것 역시 성숙한 사회는 아닐 것이다. 국민이 정치를 신뢰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일 것이다.

특히 문학단체의 경우는 좀 더 신중을 요한다. 문학과 문학단체가 정치에 종속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에 예속되어 맹목적으로 한 쪽을 편들고 나선다면 그건 문학의 사명에서 벗어난 것이다. 단체와는 별개로 작가의 양심에 따라 작품으로 말하면 된다. 대규모 촛불 집회 당시 정부 비판에 광화문이 들끓을 때 단 한 번도 성명서나 입장을 내지 않는 문학단체가 보수라는 이름으로 옹호된다면 그건 진영논리와 무책임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사건건 정치에 관여하고 자신들의 입장이 절대적인 것처럼 관철시키려는 것도 옳지 않다. 문학인이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상당부분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다. 자유와 민주, 평등을 지속적으로 부르짖은 작가들의 힘으로 한국사회는 발전해왔다. 그러나 비열한 언어, 난폭한 행동 등 과격한 운동으로서의 문학은 문학의 위신을 스스로 추락시키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는 신문을 모두 구독해야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다는 충고를 받은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진보와 보수 문인단체에 모두 가입하여 활동하는 것은 어떨까.

진정한 문학은 어떤 문학단체의 강령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 정책을 옹호하고 혹은 반대하는데 주목적이 있지 않다. 진보 보수를 표방하고 한쪽을 배척한다면 그건 반쪽짜리 불구의 문학에 지나지 않는다. 문학은 근본적으로 권력과 불화할 수밖에 없다. 비판정신은 문학의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그 문학단체 내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보수와 진보란 편견의 틀을 깨고 문학 본래의 사명을 되찾아야 한다. 문학은 사명에 충실해야지 정치의 하녀가 되거나 비열한 아첨꾼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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