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인천보건의료 위기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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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인천보건의료 위기 불러온다
  • 이병기
  • 승인 2011.04.2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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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보건의료 실태와 영리병원 도입 문제점' 토론회 열려


취재: 이병기 기자

"경제특구 내 영리병원 도입은 고용창출 효과, 의료의 질 향상, 해외 환자 유치 및 부가가치 창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볼 때 실효성이 없습니다. 오히려 의료비 상승과 의료비 부담 증가, 건강보험의 약화, 불형평성의 심화 등 한국의 보건의료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를 만들 것입니다. 특히 인천시는 민간 부문을 포함해서 보건의료체계 내 공공적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에서 더 큰 위기로 다가올 것입니다." - 임준 가천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 교수

'인천의 보건의료 실태와 영리병원 도입의 문제점' 토론회가 27일 인천시의회 의총회의실에서 열렸다.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정책위원회와 정수영 인천시의원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임준 가천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장정화 참의료실천단장, 배순호 인천시 동구보건소 보건행정과장, 최은민 민노당 무상의료추진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임준 교수는 "인천시가 영리병원 도입을 앞장서서 추진하는 일은 인천시민의 보건의료와 건강수준 향상을 핵심 목표로 삼고 활동해야 할 시의 본분을 잊는 것"이라며 "지금은 영리병원 도입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현 보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거점병원의 양적 확충을 포함한 공공보건의료의 인프라와 역량을 강화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공보건의료체계를 새롭게 세우고, 보건-복지연계 체계를 구축해 공공과 민간의 협력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면서 "공급체계에 대한 공공성 강화가 병행됐을 때만 당면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산재보험 개혁 등 무상의료의 실현이 실천적 의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시가 송도에서 바이오산업이나 의료관광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영리병원 도입이 아니라 기존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수행한 비영리병원과 공공병원의 역량 강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지역거점병원이 부재한 지역에서는 지역거점공공병원을 확대하거나 신설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임 교수가 제시한 인천시 보건의료, 공공병원 현황에 따르면 인천은 전국 시·도 평균보다 의료기관 병상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인구 천명당 의료기관 병상수 현황을 살펴보면 2008년도 전국 시·도 평균이 9.72인데 반해 인천은 8.69로 조사됐으며 2007년도에는 전국 9.13, 인천 80.2, 2006년 전국 8.32, 인천 7.29로 집계됐다.

임 교수는 "인천시의 천명당 의료기관 병상수는 꾸준하게 늘고 있지만, 전국 시·도 평균에는 미치지 못하고 증가율도 더 낮은 상황이다"면서 "특히 대도시에 병상이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병상수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08년 기준 인천시 소재 의료기관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할 수 있는 병상 규모인 300~500병상 이상의 의료기관을 확보하고 있는 지역은 중구와 동구, 남동구, 부평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남구에 위치한 종합병원의 규모가 커져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봐도 5개로 늘어나지만, 여전히 5개 군·구는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할 병원이 없다는 것이다.

연수구와 서구, 계양구의 경우 인구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점차 인구수가 증가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지역거점병원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제대로 된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종합병원이 부족하다는 점은 의료서비스의 질적 측면에서 매우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인천은 2020년에 이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3.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노인 인구의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노인 인구가 늘어남은 만성질환에 의한 질병 부담과 사회적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는 폭발적인 의료비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료비와 가계부담의 증가, 의료 및 건강의 양극화 등 한국 의료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들을 통해 시장이 지배하는 보건의료체계로는 이런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장정화 참의료실천단 단장은 "공공의료의 경우 도시형 보건지소 확대가 이뤄지고 있으나, 취약계층을 위한 방문 간호사업만 중심이 될 뿐 지역특성에 맞는 공공의료사업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사업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장 단장은 "인천의 공공의료기관인 적십자 병원, 인천의료원, 경인의료재활센터 병원 등의 지역 거점병원 확대를 염두에 둔 상태에서 지역 공공의료위원회를 설립해 공공의료 계획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또 건강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민관협력, 교육청과의 협력체계 구축도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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