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책방에서는 뭘 하며 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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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책방에서는 뭘 하며 놀까?
  • 위원석
  • 승인 2020.06.26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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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14) 위원석 / '딸기책방' 책방지기

"이 동네 책 사볼 사람 없어"

강화는 멋진 자연과 값진 유적지가 산재해 있는 관광지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강화 사람들이 밀집된 읍내, 그중에서 딸기책방이 있는 동문안 마을이 가진 특별한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우연히 이 마을을 지나다 첫눈에 반해 이곳에 책방까지 차리게 되었습니다. 45년에 건축물 등기된 저희 책방 소파에 앉아 창밖을 보면 70년대 이발소 뒤로 60년대 골목길이 펼쳐지는데요, 그 골목길 안에는 오래되었지만 정겨운 구옥들이 마을 사람들을 닮은 모습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풍경뿐 아니라 인심도 참 좋은 마을입니다. 낯선 이가 와서 차린 책방에 마음을 써주시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눠주시는 이웃들 덕에 저도 서서히 마을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처음부터 모두 예쁘게 봐주셨던 건 아니었습니다. 창고로 쓰고 있던 기울어져 가는 가게를 고치느라 날마다 쿵쾅거릴 때, 외부인에 대해 경계하는 시선이 없을 순 없었지요. 하지만 우리가 준비하는 것이 책방이라는 사실을 아시고는 마을 어르신들 시선은 경계에서 염려로 바뀌었습니다.

“아, 여기서 책방이 되겠어?”

“여기 책 사볼 사람 없어.”
“그전에 여기 막걸리집 할 때, 여기 월 이백만원은 벌었어. 책방해서 이백 만원 벌겠어?”

저의 대답은 ‘물론... 못벌죠!’ 였습니다만… 어쨌든 혼자 네 달 동안 꼬물락거리며 꾸민 책방이 마침내 문을 열었습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가게라는 걸 해보는 것도 처음이고, 장사라는 걸 해보는 것도 처음이니 얼결에 개업식을 해치웠습니다. ‘개업 빨’이라고 해야 하나요? 오랜 친구들이 멀리까지 찾아와 주었고, 힙스터 손님들이 새로 생긴 책방에 찾아와 주었습니다. 덕분에 아주 잠깐 딸기책방이 성황을 누렸습니다. 그 뒤의 적막함이라니!

딸기책방에 우리 동네 손님들이 찾아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몇 분의 젊은 어머니들이 그림책방인 딸기책방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고, 그분들의 입소문과 홍보 덕분에 편안하게 우리 책방을 이용하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아이들 손을 잡고 찾아오는 손님, 유모차에 둘째까지 태워 오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늘어나니, 아기들 보기 힘든 읍내 골목에 이전보다 활기가 돕니다. 동네를 유쾌하게 만드는데 까르르 넘어가는 아이들 웃음소리만 한 게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다정하게 말 걸어주는 마을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부침개며 고구마, 옥수수를 생각날 때마다 가져다주시는 이웃 어르신도 계시고, 애써 우리 책방에서 책을 주문하시는 고객들, 말씀도 없이 예쁜 화분을 놓고 가시는 속 깊은 책방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딸기책방이 이렇게 멋진 이웃들에게 관심 받으며 그 일원이 되고 있다는 것, 정말 멋지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림책으로 놀아요

딸기책방에서는 그림책과 만화책을 팝니다. 딸기책방은 그림책과 만화책을 만들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림책을 통해 마을 분들과 교감하기 원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런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특히 “그림책 만들기 워크숍”은 참여자들이나 책방지기 모두 마음 터놓고 대화하며 소중한 경험을 함께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워크숍을 시작할 때 기대하지 못했던 놀라운 사건이 생겼습니다. 소박한 자기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자고 시작한 모임에서 딸기책방에서 함께 책을 낼 작가를 찾아내게 된 것입니다. 워크숍에 참여한 김희정 작가는 오랫동안 본인 머릿속에 있던 이미지를 소개했고 우리는 그 이미지에 매료되었습니다. 워크숍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 이야기가 딸기책방 그림책으로 출간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작가도 기꺼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풀이 나다' 본문 그림 중 한 장
'풀이 나다' 본문 그림 중 한 장

 

김희정 작가님의 첫 그림책이 될 <풀이 나다>는 계속 더 멋진 모습으로 진화 중이고, 초가을쯤 세상에 나올 예정입니다.

그런가 하면 우연히 책방에 들른 여행자 손님이 딸기책방의 작가가 되기도 합니다. 인천에서 활동 중인 고진이 작가님은 머리도 식힐 겸 강화에 왔다가 우리 책방을 찾아 주었습니다. 딸기책방이 출판사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된 작가는 그림책으로 풀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그림책으로 만들면 좋겠는지 물어왔습니다. 그 물음이 출발이 되어 <섭순>이라는 책의 작업이 시작되었고, 이제 막바지 출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섭순' 본문 그림 중 한 장
'섭순' 본문 그림 중 한 장

 

이래저래 딸기책방은 그림책으로 남녀노소 만날 생각입니다. 그림책을 사고, 그림책을 팔며, 그림책을 읽고 그림책을 만들면서 그림책으로 놀겠습니다.

아, 참, 딸기책방과 그림책으로 늘 함께 놀고 있는 문승연 작가님의 그림책이 오랜만에 출간됩니다. 7월에 출간될 딸기책방 올해 첫 그림책, <노랑,파랑, 빨강, 세상을 물들여요>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노랑, 파랑, 빨강, 세상을 물들여요'의 표지
'노랑, 파랑, 빨강, 세상을 물들여요'의 표지

 

언제든 그림책으로 놀고픈 분은 딸기책방에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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