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품고 있는 야무진 녹지, 석바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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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품고 있는 야무진 녹지, 석바위공원
  • 유광식
  • 승인 2020.07.10 0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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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일기]
(34) 미추홀구 석바위공원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석바위 공원에 자리한 석암산 정상 부위 큰 바위(금연 표시가 이채롭다), 2020ⓒ유광식
석바위공원에 자리한 석암산 정상 부위 큰 바위(금연 표시가 이채롭다), 2020ⓒ유광식

 

날이 덥다. 습한 공기가 더해지면서 코로나 못지않게 불쾌지수가 오르고 있다. 이보다도 더 답답하게 여겨진 것은 도심 속 천국 같은 도서관의 무기한 연장 소식이었던 것 같다. 주변만 보더라도 하루 아침에 자신만의 작은 아지트를 잃어버린 모양새로 투정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조만간 천국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미추홀구의 대표적인 도서관인 주안도서관을 맴돈다. 주안도서관은 비교적 큰 규모의 도서관으로 석바위공원 품에 안겨 있다. 

 

나의 유람 내비게이션-안내지도, 2020ⓒ김주혜
나의 유람 내비게이션-안내지도, 2020ⓒ김주혜

 

석바위공원은 지금도 옛 유원지 모습의 정취가 남아 있고 나뭇잎들이 오밀조밀 뭉게뭉게 피어 있는 작은 동산이다. ‘석바위’라는 지명은 오래전부터 들어는 봤지만, 이 의문이 이번에 풀릴 줄은 몰랐다. 코로나와 무더위 탓으로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이 많지는 않다. 나무가 심겨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등받이 벤치가 자리하고 있다. 인근 어르신들이 한 분 한 분 앉아 있어 둘레길을 걸으며 마주하게 된다. 해석이 다양하겠지만 ‘거리 두기를 잘하고 계시네요’라며 좋은 쪽으로 생각했다. 하트 모양 시설 안의 흔들의자에는 어깨동무를 한 연인의 담소가 흔들거리며 한창이다. 또한 기슭에서 노닐고 있는 사슴 가족과 이를 뒤쫓는 거북이가 의아스럽기도 하면서 반가웠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좋아할 설치물이다. 거북이는 정말 큰 놈이었고 말이다. 

 

오르막 등나무 줄기 터널(잎 무성한 터널은 어린아이의 눈엔 환상 그 자체다), 2020ⓒ유광식
오르막 등나무 줄기 터널(잎 무성한 터널은 어린아이의 눈엔 환상 그 자체다), 2020ⓒ유광식
석바위 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사슴 가족과 큰 거북이(간혹 통통 뛰는 까치를 볼 수 있다), 2020ⓒ김주혜
석바위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사슴 가족과 큰 거북이(간혹 통통 뛰는 까치를 볼 수 있다), 2020ⓒ김주혜

 

인천에는 돌과 관련한 지명이 많다. 석바위, 간석, 동암, 돌말, 검암, 검바위 등 알다가도 모를 돌과 연관한 이름이 많은데, 공원 정상에서 비로소 석바위의 유래와 마주하게 되었다. 정말 커다란 바위가 정상에 굳건히 있었고 유래를 설명하는 안내판은 시간을 증명하듯 시트지가 거북이 등처럼 가뭄이다. 탑돌이 하듯 큰 바위 한 바퀴 돌면서 나도 모르게 소원을 빌었다. 바위 아래에는 수도사라는 절도 있다. 영험함을 훔치려는 듯 바위 아래쪽에는 이름을 적어 둔 흔적이 있다. 숨어 놀면서 담배도 엄청나게 피워 댔는지 금연표지판이 어울리지 않게 붙어 있다. 혹자는 석바위공원을 대머리 공원으로 부르기도 한다는데, 홀라당 태워버린 적이 있던 건 아닐까 잠시 몹쓸 상상을 했다. 

 

석암산 정상 부위 ‘석바위’, 2020ⓒ김주혜
석암산 정상 부위 ‘석바위’, 2020ⓒ김주혜
석암산 정상 부위 ‘석바위’를 알리는 안내판, 2020ⓒ김주혜
석암산 정상 부위 ‘석바위’를 알리는 안내판, 2020ⓒ김주혜

 

정상 옆 정자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 연습하는 한 아저씨가 있었다. 코로나로 폐쇄 공간을 나와 공원 한쪽에 자신만의 열린 작업실을 마련한 아저씨의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곳곳에 벤치가 많으니 쉬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어디서 소식 듣고 뛰쳐나왔는지 훼방꾼 명배우로서의 개미가 좀 골치였다. 날이 선선해지고 나무의 잎이 곱게 물들 적에는 개미를 따돌리고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으리라. 

노래 연습하는 아저씨의 목소리와는 반대로 칼칼하고 시끌벅적한 소리의 근원은 입구 쪽 배드민턴장이었다. 집합금지로 배드민턴장에는 줄이 둘러쳐 있었고, 관련자 분이 나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화제는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였다. 배드민턴을 칠 수 없게 되었으니 그 원망이 어딜 가겠는가. 

 

코로나19로 개점 휴업 중인 배드민턴장, 2020ⓒ김주혜
코로나19로 개점 휴업 중인 배드민턴장, 2020ⓒ김주혜
석바위 공원 입구, 2020ⓒ유광식
석바위공원 입구, 2020ⓒ유광식

 

석바위공원에는 옛 보물찾기 하듯 나무나 돌 사이사이에 쪽지가 있을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청춘 메시지만큼의 설렘은 아니어도 코로나바이러스에 전하는 이별 공식이 적힌 쪽지를 남겨 두고자 했다. 

 

석바위 공원이 자리한 곳은 재개발이 한창인 주안4동. 중화반점 ‘태화각’ 테이블(처음 찾은 날이 마지막 방문이 되었다), 2018ⓒ유광식
석바위공원이 자리한 곳은 재개발이 한창인 주안4동. 중화반점 ‘태화각’ 테이블(처음 찾은 날이 마지막 방문이 되었다), 2018ⓒ유광식
‘태화각’ 맞은편은 이미 철거신호가 뚜뚜뚜~(기억이 묶인다), 2018ⓒ유광식
‘태화각’ 맞은편은 이미 철거신호가 뚜뚜뚜~(기억이 묶인다), 2018ⓒ유광식

 

공원 입구에 설치된 흙먼지 털이기를 작동해 보았는데 작동이 정상이었다. 누군가에겐 천국인 주안도서관의 대문이 활짝 열리고 건강신호탄인 배드민턴 공이 넘나들고 쪽지 비행기가 벤치마다 당도하는 그 날이 온다면, 석암산은 참 행복하겠다. 

 

주안도서관 아랫동네의 보람빌라와 백반집인 ‘즐거운우리집’ 겹침(잘 살았노라고~), 2020ⓒ유광식
주안도서관 아랫동네의 보람빌라와 백반집인 ‘즐거운우리집’ 겹침(잘 살았노라고~), 2020ⓒ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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