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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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불안에 대하여
  • 은옥주
  • 승인 2020.07.2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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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 가족의 세상살이] (108)
손주의 분리불안에 반응하는 할머니의이야기 - 은옥주 / 공감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아기가 발버둥을 치며 숨이 막힐 듯 울었다. 마음이 쓰리고 아팠지만 매정하게 선생님께 맡기고 돌아섰다. 아기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가슴을 헤집었다. 딸하고 사위하고 내가 번갈아 가며 보살폈지만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손자를 맡길 때면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느 날은 아기를 찾으러 가니 몹시 울고 있었다. '어떻게 했길래 저렇게 울지? 갑자기 의심이 가면서 아기를 함부로 대했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우는 아기를 데리고 나오니 내 품에서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 하지만 얼마나 울었는지 딸꾹질을 하듯 흐느꼈다. 점퍼를 덮어 씌어 안았는데 아이의 맨발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파랗게 질려 있었다. 우는 아이를 카시트에 앉히려고 하자 죽을 힘을 다해 버둥거리며 울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악을 쓰고 우는 울음을 들으며 허둥지둥 운전해서 집으로 오는 길은 무척 힘이 들었다.

3살 손자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위치를 확인하려고 잠깐 내렸다 차로 돌아가니 아이가 소리치며 울고 있었다.

"할머니가 갔쩌! 할머니가 갔쩌! "

내가 갑자기 없어져 놀란 것 같았다.

"돌돌아, 할머니는 세상에서 네가 제일 소중해. 절대로 너 버리고 안 갈게. 미리 이야기 못 해줘서 미안해. "

나는 한참이나 사과하고 달래 주었다.

어느 날은 베이비 카페에 가서 잠깐 물을 뜨러 간 사이에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며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혼자 놀다가 갑자기 할머니가 옆에 없는 걸 알고 놀란 모양이었다. 우는 아이를 안고 몇 번이나 말해 주었다.

"할머니는 너 없이 못 살아. 절대로 널 두고 안 가. 세상에서 네가 제일 소중해. 걱정하지 마."

나는 아이가 놀랄 때마다 꼭 껴안고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려 주었다. 이제 아이는 할머니가 잠깐 없어도 놀라지 않는다. 가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기를 절대로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영아가 애착 대상으로부터 분리될 때 혹은 분리될 것으로 예상될 때 느끼는 불안을 '분리불안'이라고 한다. 부모가 떠나거나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게 되는 것은 정상적인 발달과정이다. 일반적으로 6개월 무렵 분리불안이 시작되며 돌 전후 최고조를 찍고 점차 감소되지만 아동들의 기질과 특성에 따라 좀 더 오랫 동안 낯선 장소와 사람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돌돌이도 꽤 오랫동안 낯선 장소와 사람을 두려워했다. 그럴 때마다 한결같이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은 분리불안이 정상발달’ 과정이라는 것, 양육자의 일관성 있는 태도를 통해 분리불안은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배움 덕분이었다. 분리불안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자신에게 중요한 대상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인지적, 심리사회적 능력이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불안한 반응을 보일 때 그 불안을 인정해주고 잘 이해시켜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불안이 해소가 된다. 이때 아이를 다그치면 오히려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양육자가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어느새 7살이 된 손자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할머니는 나 없이 못 살지?' 한다. 자신을 스스로 이해시키듯, 확인하듯 되뇌인다.

 

분리불안은 중요한 애착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상발달이다.
 분리불안은 중요한 애착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상발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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