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법 개정해 항공정비산업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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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법 개정해 항공정비산업 육성해야
  • 최문영
  • 승인 2020.08.2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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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최문영 / 인천YMCA 사무처장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지난 20일 인천YMCA, 인천YWCA, 인천경실련으로 구성된 ‘인천주권찾기조직위원회’는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을 반대하는 남중권 협의회(영‧호남 9개 시‧군 단체장의 행정 협의기구인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 주장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은 지난 6월 인천의 유력 여권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의 발의로 제출된 법률개정안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항공기 취급업 및 정비업, 항공종사자 양성을 위한 교육 훈련사업 지원, 항행 안전시설의 관리‧운영, 공항 주변 지역의 개발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2001년 개항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해오고 있지만, 현행법상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불명확한 사업 범위로 인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법 개정의 주된 이유다.

우리나라의 항공운송 규모는 세계 6위권이지만 항공기 정비 물량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정비와 수리를 받는 실정이다. 비효율성은 물론 국부 유출도 막대하다. 국내 항공사가 ‘자가 정비’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원인인데 가능한 한 빨리 ‘전문 정비’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항공정비산업(MRO)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해 미국‧유럽(62%)이나 다른 아시아권(21%) 국가들보다 현저히 낮은 점유율을 보인다..

항공정비산업이란 안전한 항공 운항을 위해 주기적으로 항공기를 검사하고 분해하며 수리하는 사업을 뜻하는데, 흔히 MRO(Maintenance-Repair-Overhaul)로 통칭한다. 운항 정비, 분해정비, 엔진정비, 구성품 정비로 나뉘고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공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0년이 넘도록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은 국제여객 처리능력도 상위권에 속하지만, 항공정비산업은 세계적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인천국제공항은 여객인구수에서 홍콩 첵랍콕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 등 아시아권 공항과 경쟁해야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항공정비산업에서 그들에게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창이공항과 쿠알라룸푸르공항 배후에는 엔진 제조업체와 완제기 제조업체, 항공정비업체에 해당하는 프랫앤드휘트니ㆍ롤스로이스ㆍGE에비에이션ㆍ보잉 등 국제 항공 산업 업체가 각각 100여 개와 200여 개 입주해 있다.

인천국제공항 근거리에 인천공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산업단지 부지를 MRO 단지로 활용하게 되면 항공기의 정비수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방에 조성할 때와 비교해 물류비용이나 인프라구축비용 등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항공정비 인재양성을 통한 고급 청년 일자리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남중권 협의회’가 국토균형발전과 사천 항공 MRO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반대 공동결의문’을 채택하고, 이 결의문을 정부 부처와 국회 등 34개 기관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들 협의회의 결의문을 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이 개정되면 국가 핵심 인프라 사업에 대한 중복투자로 혈세 낭비는 물론 국가균형발전 시책에 역행해 지방경제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가 수년 전 경남 사천공항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MRO 사업자로 선정한 바 있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당연히 사천을 중심으로 MRO 단지가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공산업은 지역 균형발전을 뛰어넘는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국가산업이다. 인천공항이 2019년 기준 국제여객 연 7천만 명으로 세계 5위, 일일 운항 1,100편의 메가 허브공항이지만 항공기 정비 미흡으로 인한 지연 및 결항 등 비정상 운항 건수가 지난 5년간 5천여 건에 달했고, 지연‧결항률도 연평균 10%씩 증가했다. 결국, 해외 출국 시 우리 국민은 인천공항을 압도적으로 많이 이용하기에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담보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여객수송률이 급락한 상황이어서 이러한 통계가 무의미해졌지만 추후 코로나 19가 안정되고 정상적인 항공 운항이 재개될 때를 대비한다면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은 필수적이다.

공사법이 개정되면 인천국제공항 인근에도 MRO 단지가 조성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코로나 19 여파로 항공기의 신규 확보가 미뤄지고, 기존 것을 고쳐 쓰는 상황이 일반화된다면 인천공항과 사천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인천공항은 근거리에서 ‘항공 MRO 통합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천은 인천공항 클러스터에 정비부품을 조달하는 공급망의 역할로 분담할 수 있다. 물론 사천은 군수 분야 MRO 사업을 전문적으로 특화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양쪽이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소통과 대화로 역할분담을 논의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의 조정 역할도 필요하다.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대승적 차원의 국가적 이익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 19를 이겨내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꽁꽁 얼어붙은 항공산업의 미래는 첫 번째는 코로나 19 극복이고 두 번째는 미래 항공산업의 든든한 허리구축이다. 여객항공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기반산업인 MRO 산업의 준비도 필요하다. 지역 이기주의를 논할 때가 아니다. 국가경쟁력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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