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은 정말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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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정말 일하고 싶다"
  • 이병기
  • 승인 2011.05.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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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 - 임금도 현실적으로 개선돼야


현재 바리스타 생활이 "결혼할 때보다 더 좋다"고 말하는 김광수씨.

취재: 이병기 기자

"결혼할 때도 이렇게 좋진 않았어. 이런 거로구나. 아침밥 먹고 나갈 데가 있다는 게 그렇게 신날 수 없어. 남자가 바깥일을 하다 보니 나이 들면 갈 데가 없어. 늙으니 사회관계가 좁아지는 거야. 집에서 처신도 난처해지고. 집에서 TV나 보고, 게을러지고. 내가 나이 들었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지. 여기서 돈 벌어봐야 얼마나 벌겠어. 나이 60~70 먹고 일할 수 있다는 게 신나는 거지. 나오니까 젊어지는 거야. 우리가 즐겁게 일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 - 김광수(65, 간석동)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꿈꾸는 카페' 바리스타

김광수씨는 작년 7월부터 한 달간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현재까지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2층에 위치한 '꿈꾸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63세때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 몇 개월은 여행도 다니고 아내와 산에도 오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김씨. 그러나 몇 개월 지나 점차 자신이 게을러지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인터넷에서 바리스타 모집을 알게 됐고, 지금까지 인천시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운영 중인 '꿈꾸는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아침마다 카페에 나와 빨간 모자를 쓰고 손님들에게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주는 게 결혼할 때보다 더 좋다고 말하는 김광수씨는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그는 "사회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해서 나이 먹은 사람들도 밖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동네 노인정에서 시간을 때우거나 공원 같은 곳에서 노인네들 모여 담배나 피우기 보다는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면 무언가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노인일자리 창출, 임금수준 상향 '숙제'

인천시에 따르면 2010년 11월 현재 지역에서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 취업희망자는 7만3970명인데 반해 실질적으로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1만3560명으로 일자리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8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노인생활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인천의 노인인구수에 비춰 분석한 것인데, 당시 인천시 노인취업자 분석결과에서는 취업이 23.8%, 미취업 76.2%로 나타났다. 미취업자 중 40.9%가 취업을 희망했으며, 평생 동안 한 번도 일자리를 갖지 않았던 사람은 20.1%, 취업 경험이 있던 사람은 56.1%로 조사됐다. 

작년 11월 기준 인천의 노인인구는 23만7343명으로 취업자는 5만6487명, 미취업자는 18만856명으로 추정됐다.

타 시도와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취업노인 평균이 34.5%인데 비해 인천은 23.8%, 서울 20.6%, 경기도 26.8%로 나타난다. 미취업 노인의 경우 전국은 65.5%, 인천 76.2%, 서울 79.4%, 경기도 73.2%로 조사돼 서울이나 인천 등 도심 지역보다 경기도가 노인 취업인구가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농촌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노인들이 취업자로 분류되면서 상대적으로 농촌 지역이 많은 경기도가 인천이나 서울보다 취업노인 수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전국 평균도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부평구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사랑채우미' 급식 봉사

정은모 인천시 노인정책과 노인복지팀 담당은 "작년에는 9천여명이 노인일자리에 참여했으며, 올해는 약 1만3천명이 활동하고 있다"면서 "노인일자리는 보통 하루에 4시간, 일주일에 3일 정도를 근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인천시 노인일자리사업은 총 263개로 '우리동네 환경지킴이 사업' 10개와 '노인인력활용지원사업' 236개, '노-노 홈케어 사업' 17개로 분류된다. 이 중 대부분의 사업은 3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동안 운영되며, 임금은 20만원~30만원 수준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인일자리는 점차 다양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보편화된 스쿨존 교통지원사업이나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사업, 우리동네 환경지킴이 사업 등에서부터 인천세관 압류물품 재활용사업, 문화관광 홍보단,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그린실버악단, 주례사파견사업, 아파트택배 사업단 등 '틈새'를 활용한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노인들의 수요 욕구에 비하면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시 관계자의 지적이다.

정은모 담당은 "아직은 소득보다는 노일들이 일 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민간과 연계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중이지만 어려운 점이 있다"라고 말한다.

소위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청년취업 문제부터 여성이나 장애인 등의 취업난도 어려운 실정인데, 무작정 노인일자리만 늘리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한계가 있어 민간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데, 기업에서는 노인들을 잘 쓰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문제와 함께 적은 임금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월 50~60만원 정도 받는 노인정원관리사나 1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얻는 택배일자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노인일자리 임금이 20만원 정도인데, 정작 생계를 위해 일하는 노인들에게는 부족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중구노인복지관의 인천세관 압류물품 재활용사업

조병국 부평구노인복지관 관장은 "복지관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은 군인이나 공무원 등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이고, 사회적으로 은퇴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일자리 확대보다는 급여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사회활동 참여라는 측면에서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에게는 현재의 임금을 유지하되, 열악한 노인들에게는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은모 담당은 "예산도 문제지만, 노인 인건비를 올리면 일자리가 적어질 수 있다"면서 "우선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민간 기업과 어떻게 연계해 노인일자리를 활성화 시키는지가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또 현재 3월부터 10월까지만 실시되는 노인일자리 사업 기간도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외부에서 일하는 노인들은 겨울에 추위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정작 난방비 등 가계 지출이 늘어나는 기간에 일자리가 없다 보니 생활에 불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노인일자리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인건비 저하 문제도 제기된다. 주유소 아르바이트의 경우 예전에는 학생들의 대표적인 아르바이트 장소로 여겼지만, 노인들이 참여하면서 인건비가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또 청소나 경비 등의 일도 노인들이 몰리면서 인건비가 떨어지거나 민간의 일자리를 뺏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변경된 노인일자리 참여 기준, 현실과 괴리


부평구노인복지관 다솜공동작업장

현장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올해부터 변경된 노인일자리 참여 기준이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토로한다.

인천중구노인복지관은 올해 총 528명의 노인일자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11개 사업은 357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오는 5월 9개 사업에 171명이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중구노인복지관의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노인일자리 참여가 65세 이상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사람만 참여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면서 "작년에는 60세 이상이나 연금을 받지 않는 분들도 지원이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나이가 많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회를 우선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역할도 있지만, 일부 노인일자리 사업에서는 체력을 필요로 하거나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데 참여 기준이 변경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 급식 도우미 일자리의 경우 식당 홀만 청소하는 것도 나이 든 노인들에게는 버거운 일이라는 지적이다. 또 발맛사지 일자리 역시 연령이 높아지면서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게 실무자들의 말이다.

중구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사업에 따라 능력이나 연령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일부 노인들은 능력이 되지 않아 중도에 일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정부 기준이 변경되면서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뺐긴 꼴이 됐다"라고 말했다. 

부평구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수요처가 필요 없는 휴지줍기나 굴포천 청소 등의 일자리가 있는 반면, 지역아동센터 방과후 지도나 도서관 책 관련 일자리 등 수요처가 있는 일자리도 있다"면서 "사업의 특성에 따라 인원을 배치해야 하는데, 일괄적으로 65세 이상 분들을 모집하다 보니 힘든 점이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내년에는 다시 전처럼 되돌렸으면 좋겠다"면서 "실무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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