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퇴치를 위한 정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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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퇴치를 위한 정책이 아쉽다
  • 조민호
  • 승인 2011.05.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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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칼럼] 조민호 / 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 관장


빈곤은 다차원적이며, 빈곤이 발생하는 원인도 역시 다양한 요소를 갖고 있다. 빈곤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를 보는 전략들이 필요하며, 상호 연관 관계들을 고려하는 통합적인 관점이 요구된다. 인천시의 빈곤 관련 정책도 이러한 관점에서 한시적이 아닌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정책을 마련할 때 사회 전체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에서 비로소 빈곤퇴치를 위한 조치들이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빈곤계층에서도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의 경제적 여건 등이 수급층보다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원이 수급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각종 복지지원이 시급하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위험으로 소득분배의 악화, 잠재성장률 둔화, 저출산·고령화와 가족구조 변화가 있다. 이러한 여건 변화는 우리사회의 기존 사회적 위험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겹쳐서 진행될 것이므로 사회적 불안정성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소득분배의 악화는 중산층의 위축과 함께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 

정부 공식자료를 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 규모는 410만명으로 전 인구의 약 8.4%에 이른다. 이들 중 제도 개선을 통해 비수급 빈곤층 200만명을 기초생활보장법 테두리 안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취약계층한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선하고 근본적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한시적 대책만을 쏟아내고 있다.   

빈곤은 경제적인 박탈, 사회적 배제, 문화적 소외 등이 복합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빈곤의 양상은 사회적 구조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빈곤의 규모나 속성 등이 크게 바뀌고 있다. 비수급 빈곤층이라는 차상위계층은 수급자계층과 함께 경제적ㆍ사회적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며, 사회·경제·정책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다. 차상위계층은 일반적으로 소득, 인적 속성, 고용 측면으로 규정된다. 최근에는 인적 속성이나 소득 측면보다는 빈곤계층으로서의 취약계층이라는 개념으로 논의가 진전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차상위계층은 어느 특정한 경계선위에 존재하는 집단을 뜻하는데, 빈곤층과 매우 유사한 성격을 나타내며 기초적인 욕구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 일정기간 소득이 빈곤선 이하인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차상위계층의 개념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규정된 소득인정액을 기준소득으로 최저 생계비의 100분의 120이하인 비수급자로 정의된다. 차상위 계층은 경제적인 취약성을 가지며 이로 인해 극빈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로 인해 국가의 각종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는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회복지정책의 잠재적 대상층으로 분류된다. 
 
차상위계층은 사회 및 경제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절대상황으로 빠져들고 수급대상으로 될 수 있다. 그것은 차상위계층이 재산 및 소득뿐만 아니라 고용측면에서도 취약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경제위기와 금융위기 등 경제적 난국을 거치면서 비정규직이 고착화되었으며 영세자영업 부문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또한, 지속적인 빈곤률 상승으로 사회양극화 심화 현상이 심각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지원액은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는 반면 취약한 사회보장 수준 및 느슨한 사회안전망 결과로 ‘가난의 대물림’은 사회갈등·불안을 가져오고 지속적인 사회·경제발전 저해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단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선5기를 맞아 인천시는 지원자 및 수혜자(client)에 대한 종합적인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여 재원의 부족 및 중복 지원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재원확보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늘 없는 복지도시’ 조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인천시는 이를 위해 첫째, 복합 문제를 가진 가정에 대한 지원체계가 구축하고, 둘째, 틈새 빈곤가정(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생활안정 지원과, 셋째, U-Health System이 구축, 넷째, 장애인 어울림 도시 조성을, 다섯째, WHO(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하는 건강도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틈새 빈곤가정에 대한 생활안정 지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인천시의 발상은 ‘그늘 없는 복지’ 구현과 부합된다고 하겠다. 하지만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정확한 추계나 축적되어온 조사결과는 미미하다. 사실상 가족관계 단절 등 실질적 부양을 받지 못해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부양의무 기준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을 지원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틈새빈곤층)을 구제하지 않는 한 ‘그늘’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빈곤층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이들을 6개월간 한시적으로나마 지원하였다. 지원 대상은 경기침체로 생계가 곤란하나 지원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다. 지원방식은 생계비를 지원하거나 일자리를 제공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한시적 지원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빈곤층의 고통을 잠시, 그것도 조금 덜어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와 인천시, 그리고 우리는 빈곤퇴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빈곤을 줄이는 방향으로 키를 조정할 수 있는 수단들과 가능성은 충분하고도 많다. 빈곤은 자연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자연재해들과 같은 현상이 아니다.

유럽 국가들의 사회보장 정책들을 비교하면 빈곤을 줄여나갈 수 있는 길들을 추출할 수 있다. 빈곤 연구는 부유한 나라들의 경우 거시정책에서 빈곤퇴치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다음과 같은 8개가 있다는 사실을 경험 과학적으로 증명하였다.

①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해 국가가 지출하는 재정의 비율과 이 돈의 분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효과
②사회적 출신 성분에 제약받지 않고 사회적 상승을 보장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③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누진세 체계
④소득을 보장하고 생존을 지켜주는 일자리 수
⑤여성 취업률, 여성이 부모로서 직업을 가지면서도 가정을 돌볼 수 있는 가능성
⑥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인 집단에 대해 노동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자질향상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
⑦사회시스템에서 최소한의 생존을 가능케 하는 요소들의 구축
⑧감당할 수 있는 주거의 가능성

앞의 8개 항목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얻는 국가들이 유럽에서 빈곤률이 가장 낮은 국가들이다.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의 빈곤률이 가장 낮다. 빈곤퇴치와 예방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사람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시스템을  앞의 8개 항목에 따라 검사해 보아야 한다. 빈곤문제를 축소해 보거나 사회전체를 보는 시각으로 사고하지 않는 사람은 8개 항목에서 하나나 둘을 끄집어내서 살펴보고 다른 항목들을 잊어버린다. 특히 1번 항목인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재정지출과 3번 항목인 누진세가 빈곤퇴치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두 항목들을 넘어가버린다. 
 
이런 면에서 서울시가 실시하는 ‘서울형 그물망복지센터’ 사업과 경기도의 ‘무한돌봄’ 사업은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서울형 그물망복지센터는 활동현장에서 발굴된 서비스 사각지대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을 개발해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그물망복지가 실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서울형 그물망복지센터는 서울시민 누구나 자신이 필요한 부분의 복지혜택을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한다. 금전지원 위주의 복지를 자립과 자활 위주 복지로 행정환경 변화와 생애주기를 반영해 일반 시민의 욕구가 절실한 분야까지 복지 외연을 확대시켜 한 명의 시민도 공공복지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도의 ‘무한돌봄 사업’은 현행법상 자격요건이 안 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만들어낸 복지정책이다. 국가에서 펼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 지원제도로는 지원이 불가능한 사각지대의 위기가정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어려운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마련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빈곤은 개인이 처해 있는 상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들을 보여주는 현상이기 때문에 빈곤을 피하기 위한 전략들은 전체로서의 사회적인 관계들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여야 한다. 특히 국가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정책과 방법을 유럽의 예시와 같이 다차원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인천지역 빈곤예방과 빈곤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경기도와 같은 장기적인 정책으로 사회전체를 투시하는 접근방식과 결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인천시도 빈곤문제가 사회전체에 미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인 통합적인 관심과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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