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오래오래 책방하고 싶어요”
상태바
“마을에서 오래오래 책방하고 싶어요”
  • 청산별곡
  • 승인 2020.09.25 1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25) 청산별곡 / 나비날다책방 책방지기
9월2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전국동네책방넷인천모임 1인 시위
9월2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전국동네책방넷인천모임 1인 시위

 

지난 월요일 인천에 있는 6곳의 동네책방지기들은 책방을 잠시 접어두고 길 위에 섰습니다. 때아닌 도서정가제 폐지 논란으로 인하여 '도서정가제가 사라지면 동네책방도 사라진다'는 피켓을 들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도서정가제 개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른 아침 인천의 책방산책과 나비날다책방이 먼저 만나 피켓을 만들고, 강화에 있는 책방국자와주걱, 우공책방, 책방시점, 딸기책방이 어울렁 더울렁 함께 여의도에 모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동네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적어지면서 일부 책방은 비대면 예약제로 운영하는 상황이라 그나마 시간을 낼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책방을 하면서 1인시위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책방을 찾는 단골손님을 떠올리며 책을 고르고,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눈 밝히며 찾아내느라 밤새는 줄도 모르고 책 속에서 헤매는 것이 낙으로 여겼던 책방지기건만, 이렇게 문화 지킴이가 되어 길 위에 서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 거저 얻어지는 일이 없다고 하지만, 책방을 꾸리는 일 또한 쉽지 않습니다. 책방을 시작하는 첫 마음은 다 달랐겠지만, 이제 동네책방지기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이웃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며 오래오래 책방을 하고 싶습니다.”

나비날다책방은 배다리 헌책방거리 초입, 한 귀퉁이에서 동네에서 제일 작은 책방을 꾸려오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책을 사고파는 일보다 책을 통해 저자와의 만남, 책모임, 낭독회, 글쓰기, 책 만들기, 책방탐방, 책축제 등 책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맘껏 펼쳐보았습니다. 문화지원사업을 통해 책방 손님들이 만나보고 싶어 했던 작가들을 초대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고 깊어지면서 작가와 함께하는 책방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시인과 소설가, 문학작가, 평론가, 번역가들이 책방이 펼치는 문화활동에 적극 귀 기울여주었습니다. 나비날다책방은 작가와 함께 걸음하고 있습니다. 좀 늦되지만, 그 걸음은 곧, 책과 함께하는 걸음입니다. 글 쓰는 사람,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을 파는 사람, 책을 사는 사람, 그 누구도 힘들게 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싼값이 아닌, 정신이 깃든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값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국민후생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행해지는 도서정가제 폐지는 개악입니다.

이제 책방 연습 그만하고, 책방고양이 반달사장님께 맡겼던 나비날다책방을 제대로 운영해보자 맘 다잡는 시기였는데, 다시 길 위에서 동네책방을 지켜달라고 시위를 하게 되니 맘이 무거워졌습니다. 어젯밤, 인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께 도서정가제가 흔들리면 책방뿐 아니라, 책문화생태계가 무너진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하는 SOS 문자를 보냈습니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가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여기 기다렸다는 듯이 손잡아 주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책방을 살리려는, 도서정가제를 함께 지키고자 하는 작가들의 메시지를 같이 나눕니다. 함께 목소리를 내주신 작가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나비날다책방은 마을에서 고양이와 함께 책방을 꾸리며 오래오래 살고 싶습니다”

강화책방국자와주걱에서 9월동네책방인천모임
강화책방 국자와주걱에서 9월 동네책방 인천모임

 

심혜진 작가 『인생은 단짠단짠』 『일상, 과학다반사』

우리 동네에 책방이 있어요. 요란하게 불러 세우지 않고 은은하게 마음 훔치는 책들로 가득한 곳, 혼자 걷는 길모퉁이에서 환히 불 밝혀 무언의 이야기를 건네는 공간, 저자와 독자들 한데 모아 무릎 맞대고 얘기 나누는 작은 서점, 책과 책이 만나고 책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이 사람을 부르는 동네 책방. 이곳에서 만난 따뜻한 이야기들 덕분에 삶이 덜 쓸쓸했어요. 동네 책방을 지키고 싶습니다. 도서정가제 개악을 반대합니다.

 

이재은 작가 『비 인터뷰』

책을 읽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보는 것도, 만지는 것도, 냄새 맡는 것도 좋다. 책을 생각하면 서점이 떠오르는데 그게 인터넷 서점일 때는 한 번도 없었다. 동네책방에는 사람이 있고, 그게 나를 살게 한다. 자주 가지 않아도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난다. 방문하는 날엔 행복이 배가 된다. 책과 책방, 사람은 할인율이 아니라 마음으로 연결돼야 한다. 도서정가제 폐지를 반대합니다.

 

이설야 시인 『우리는 좀 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동네책방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닙니다.

다양한 취향의 문화와 예술, ‘오래된 미래’를 함께 파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전국 동네책방의 불빛들이 사라지면 우리 영혼의 불빛도 깜박거릴 것입니다.

 

양진채 작가 『변사기담』 『검은 설탕의 시간』

도서정가제는 동네 책방을 살립니다.

동네 책방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예술, 문화, 지역상생을 도모합니다. 동네 책방이 사라지면 지역문화도 흔들립니다. 도서정가제는 작은 책방을 살리고 동네 문화를 꽃피울 마중물입니다

 

김시언 시인 『도끼발』

동네책방은 동네사랑방이고 문화아지트입니다.

동네책방이 없어지면 작가가 설 자리도 없어집니다.

동네책방과 작가를 지키기 위해서 도서정가제 개악을 반대합니다.

 

김중미 작가 『괭이부리말 아이들』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책은 저자의 노력이 담긴 창작물이며, 한 사회의 문화를 이루는 공익적인 문화상품이다. 완전한 도서정가제는 다양한 좋은 원고를 쓰고 책을 펴내고 유통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될 것이다.

 

김금숙 작가 『나목』 『풀』

책 한 권을 만나는 것은 한 우주를 만나는 것이다. 완전도서정가제는 그 우주를 지키는 기본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게하는 문화의 기둥이다.

 

이병국 시인 『이곳의 안녕』

도서정가제는 책을 싸게 사지 못하게 하는 차벽이 아니라 책을 적절한 가격에 만나도록 이끄는 마중물입니다. 그 마중물은 동네책방이라는 우물을 길어올리고요. 그 우물가에서의 만남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서정가제를 지켜주세요!

 

박소희 작가_늘푸른도서관장 『우리 동네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여기는 작은 도서관입니다』

마을의 책문화공간은 사람과 사람을 잇고 책을 잇고 마음과 생각을 잇는 공간입니다. 도서정가제는 소중한 이 공간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입니다. 작가가 살고, 출판이 살고, 도서관과 서점이 공생하는 지름길, 완전도서정가제로 이루어집니다. 지킵시다. 동네서점! 도서정가제로 안전한 읽을 권리를 지키는 일 시민이 나서 지켜야 합니다.

 

최영희 작가: 『칡』 『검은 숲의 좀비마을』

동네책방은 작가들의 고향이자 예술혼의 시초지입니다. 도서정가제 개악을 반대합니다.

 

전국동네책방 인천모임 회원들 피켓 인증샷
전국동네책방 인천모임 회원들 피켓 인증샷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