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배후단지는 대기업을 위한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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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항 배후단지는 대기업을 위한 곳인가"
  • 김주희
  • 승인 2011.05.1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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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대한목재협회 양종광 회장

취재: 김주희 기자

인천 북항 배후단지 위치도


지난 2일 인천항만공사는 인천 북항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 선정입찰 변경 공고를 냈다. 지난달 4일 입주기업 모집 공고에 대해 대한목재협회 등 관련 업계 반발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인천항만공사는 응모 대상 기업이 공동 참여할 경우, 주간사의 지분율을 51% 이상으로 제한했다. 다른 공동참여기업의 최소지분율도 10% 이상으로 정했다.

목재업계가 반발했다. 인천항만공사 기준은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목재업계의 현실을 도외시한 처사라며, 일부 대기업만을 위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간사의 지분율을 20%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인천항만공사가 한발 물러섰다. 주간사의 비율을 최소 30%로 낮췄다.

목재협회의 반발은 일단 수그러들었지만, 불씨는 남았다.

목재협회는 여전히 공모 기준과 방법 등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목재협회 양종광(사진) 회장은 "인천항만공사가 제시한 기준은 대기업을 전제로 한 것으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업계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 결과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항 배후단지는 목재가공 및 물류단지로, 총면적 56만5천㎡ 규모로 조성된다. 2012년 상반기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인천항만공사가 이번에 입주업체를 공모한 면적은 22만853㎡로, 목재 2개, 잡화 3개, 철재 2개 구역이다.(북항 배후단지 상세도 참조)

이 중 목재는 8만1,718㎡와 3만2,653㎡ 등 총 11만4,371㎡ 규모다.

양 회장은 "당초 북항 배후단지는 목재단지를 주목적으로 했는데, 차츰차츰 다른 용도로 부지를 떼어주더니 3만5천평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2009년 인천항만공사가 산림청과 함께 입주 희망업체를 조사했을 때 106개 업체에서 30만평을 요구했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면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인천의 목재산업은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됐다. 항만을 끼고 있고, 수도권을 시장으로 두고 있어 지역의 전통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동화기업이 서구 가좌동에 둥지를 틀면서 목재산업이 번성하게 됐다. 목재산업은 가구, 금속제품, 제1차금속 등과 함께 인천지역 제조업 중 특화도가 높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인천항 총 물동량 중 목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지난해 기준 목재, 광물, 곡물, 사료, 철강 등 5대 품목이 전체 물동량의 72.9%를 차지한다.

목재업은 그러나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4인 이하 영세기업이나 소기업의 비중도 높다.

산업 특성상 항만 배후에 있어야 하지만, 중구와 남동구, 서구 등지에 넓게 분포돼 있다.

이런 탓에 큰 원목을 실은 대형 트럭이 시내를 관통해 공장으로 이동, 지역의 전통제조업이면서도 시민들의 눈총을 받는 신세로 됐다. 각종 도시개발로 항만 배후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민원 대상으로 떠올랐다.

양 회장은 "항만과 공장이 멀리 떨어져 있어 물류비용이 더 드는 것은 물론, 원치 않게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면서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고, 항만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목재산업은 항만 배후단지에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목은 각종 병해충을 없애기 위해 하역작업때부터 방역작업을 꼼꼼히 해야 하는데, 항만 배후부지가 좁으니 지금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원목이 도심을 통과하지 않고 항만에서 방역작업을 끝내고 배후단지에 있는 공장으로 곧바로 옮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국립식물검역원도 인천항만공사에 협조공문을 보내 방역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양 회장은 이런 배경으로 지난 2009년 100여개 목재업체들이 목재단지로 30만평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01년 당시 해양수산부는 북한 배후단지에 원목야적장과 처리시설 등 목재산업단지 23만평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도 했다.

하나 인천항만공사가 이번에 한 입주 선정 공고 지분율대로라면, 북항 배후 단지 내 목재 구역에는 최대 16개 업체가 입주할 수 있다. 입주 희망업체의 20%도 수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양 회장은 "공고대로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안서를 제출하려면 업체당 1억 원 가까운 컨설팅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업계에서는 '대기업을 위한 목재단지다'라는 푸념이 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가 기준이 지원 업체의 사업 능력과 사업·운영 계획, 해외 투자를 포함한 투자·자금 조달계획 등이다"면서 "생산직을 빼고 관리직이 2~4명뿐인 업계 현실상 평가 기준에 맞도록, 수백 쪽에 달하는 제안서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해 이를 전문 컨설팅 업체에 의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라고 설명했다.

북항 배후단지 상세도

공모 대상 부지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목재 구역은 8만1,718㎡와 3만2,653㎡ 등 2곳이다.

양 회장은 "대상 부지를 하나로 묶어 입주업체를 모집해야지, 아파트 분양처럼 큰 평수와 작은 평수로 나눠 하는 것은 또 무슨 경우냐"면서 "두 구역이 면적이 크게 달라 컨소시엄 구성도 어려운데다, 업체들이 경쟁률을 따지며 눈치 보기에 급급하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입주업체 선정 후에 문제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별도 법인을 설립해 그 법인이 인천항만공사와 계약하고 낙찰된 부지를 관리·운영하도록 해두었다"면서 "아무리 컨소시엄을 구성했더라도 목재산업은 업체마다 공장을 따로 세워 가동하는 제조업인데, 어떻게 한 법인이 업체 모두를 관리·운영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인천항만공사가 인천항의 최대 화주이자 고객이고, 지역의 전통산업인 목재산업을 홀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목재단지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역 업체들은 항만비용이 저렴하고,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평택항이나 당진항 배후단지로 이주해야만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 인천항만공사가 제시한 공고 기준에 맞게 업체들이 준비하겠지만, 공모 절차가 끝나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업계 목소리를 모아 인천항만공사에 전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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