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마을에서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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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마을에서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
  • 정혜진
  • 승인 2020.10.14 0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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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의 마을탐험기]
(20) 주안4동 '기부엔젤' 조성희 대표를 만나다 - 정혜진 / 마을교육 공동체 ‘파랑새’ 대표

마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막상 거리를 걷다 보면 어른들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는 청소년들은 왜 마을과 골목에서 보이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마을안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기부엔젤'의 활동을 통해 되짚어 본다.

 

10대 청소년들이 기획/ 제작/ 나눔/ 봉사를 진행하고 있는 기부엔젤
10대 청소년들이 기획, 제작, 나눔, 봉사를 진행하고 있는 기부엔젤

 

10대 친구들이 활동하는 기부 엔젤. 주안4동에서 마을 청소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기획하다 아이들이 만든 제품을 기부하여 자연적, 자발적 나눔과 공동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하였다. 마을에서 모여 뛰노는 동생들을 보며 볼멘소리로 ?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없냐?’고 돼 묻는 고1 아이와 친구들이 주축이 됐다. 청소년들이 기획부터 제작, 자원봉사까지 진행하고 있다. 한 달에 2번 규칙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부엔젤은 재료만 어른들이 준비해 주고 모든 것을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 진행된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한 아이들도 있지만 지금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요즘은 스티커 디자인까지 개발하며 신나게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막연히 지나가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시간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자 시작한 일이다. 이 활동을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없애고, 서로를 이해하며, 차이를 극복하고 사회적 일원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고 '기부엔젤' 청소년들은 이야기한다.

 

기부 엔젤에서 직접 만든 비누와 기부 물품들.
기부 엔젤에서 직접 만든 비누와 기부 물품들.
 
'기부엔젤' 조성희 대표는 미추홀구 온 마을 학교 ‘신나는 실내놀이터’를 함께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그 마을을 좋아하게 하려면, 아이들이 그 마을에서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추억이 있어야 겉모습과 상관없이 아이들에겐 좋은 곳으로 기억될 수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좋은 곳에 살지 않았지만 저는 그 마을이 굉장히 그립고 아쉬움이 있어요"라고 마을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뛰어 놀았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도 그러기 위해선 어른들이 더 아이들을 배려하며 너그럽고 관대하게 아이들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 조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마을에서 아이들의 활동이 얼마나 의미 있고 중요한지를 새삼 강조하신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옆집 아줌마가 맨날 시끄럽다고 소리 지르고, 놀지 못하게 하고 한다면 아이들이 마을을 기억하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아이들과도 소통이 잘 되어야 하는데, 마을에 빈공간이 많아도 정작 아이들이 갈 만한 곳은 없고 여러 이유로 어른들에게 쫓겨나기 일쑤”라며 아이들이 충분히 놀 공간의 중요성도 이야기하며 대안을 고민한다.
 
온 마을학교 ‘신나는 실내 놀이터’는 밖에서 놀기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을 주1회 만나 다양한 놀이 활동을 진행하며 실내놀이/ 전래놀이/ 구연동화/ 미술놀이 등을 하며 마을에서 놀 수 없는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놀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추홀구 온 마을학교 ‘신나는 실내 놀이터’. 밖에서 놀기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을 주1회 만나 다양한 놀이 활동을 진행한다. 실내놀이, 전래놀이, 구연동화, 미술놀이 등 놀 거리도 다양하다. 

 

아이들이 활동할 때 어른들에게 여러 가지 이유로 민원이 발생한다고 한다. 누구는 야간 근무를 나가야 하니 조용히 해라고 하거나, ‘아이들이 왜 여기서 노냐?’고 이야기 하는 분들도 많다.

작년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일. 유치원 옆 놀이터에서 한 낮에 유치원 아이들이 바깥 놀이 시간을 가졌는데 인근 빌라의 어른이 본인이 야간 일을 한다며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욕설을 하여 놀지 못하게 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결국 아이들은 더 이상 그 놀이터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마을에 아이들이 많아 져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나라에서는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어른들은 아이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고 어떻게 이야기 하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는다. 사실 어른들은 동네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산다.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고, 거리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고, 간혹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를 지르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대놓고 큰 소리를 내며 장사를 하는 분들도 계신데 정작 아이들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는 코로나 탓에 더욱더 아이들이 놀거나 활동할 곳이 없다.

조 대표는둘레둘레 돌아보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조금 잘하는 건 나누고, 조금 못하는 건 도움도 받으면서 마을을 돌아보며 생활하면 라면 형제 같은 친구들도 조금 더 빨리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웃을 너무 무섭게만 생각하거나 불편하게만 생각 말고 함께 살아가는 문화가 만들어 지길 바래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요즘 아이들은 서로를 바이러스로 인식을 하고 사람을 멀리 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을 하며 더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친구가 바이러스가 되지 않고 옆집 사람들이 민원인이 되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려면 우리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간단한 대화가 오가고 인사만 잘해도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다. 또 다른 라면 형제가 나오지 않도록, 또 다른 고독사가 나오지 않도록 우리 옆집은 누가 살고 있는지?  작은 관심과 배려가 세상을 조금 더 살맛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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