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백종원
상태바
대권주자 백종원
  • 전영우
  • 승인 2020.10.08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영우의 미디어 읽기]
(46) 백종원과 황교익

대권 주자에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인지도와 영향력이 크다는 말이다.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뜬금없이 졸지에 대권 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있으니, 바로 방송인 백종원이다. 야당의 대권 주자 하마평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되었기에, 본인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느닷없이 소환되었으니 본인도 황당했을 것이다. 이런 해프닝이 일어난 것은 그가 국민 호감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에 발생한 일이다.

한때 방송의 거의 모든 채널에서 요리사들이 나오는 먹방이 대세인 적이 있었다. 그렇게 화면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수많은 요리사들과 먹방 프로그램들은 이제 한물갔고, 최근에는 트로트 가수들의 시대가 되었다. 먹방의 인기가 시들해졌고 한때 화면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요리사들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사람이 백종원이다.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그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졸지에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백종원은 사실 요리사가 아니고, 본인도 요리사를 칭한 적이 없다. 성공한 외식사업가인 그가 실력 있는 전문 요리사를 제치고 각종 요리 프로그램에서 전문 요리사를 대체한 것은 그만큼 백종원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매력에 기인한다고 보겠다. 털털한 동네 아저씨 같은 수더분한 인상에,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구수한 말솜씨, 그리고 음식에 관한 한 누구보다도 더 전문적이고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박하고 겸손한 자세와 정감 있고 성실한 태도를 보여주는 그는 단연코 최근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하겠다. 어디 한구석 미운 곳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인물난을 겪고 있는 야권에서 그를 대권 후보로 언급한 것은, 비록 자조적인 표현이었고 어찌 보면 불쌍한 일이지만, 일견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지금 백종원은 존재감 없는 야권의 어느 후보보다도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보이기 때문이다.

백종원의 인기를 분석하면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백종원은 분명 요리사는 아니고, 본인 스스로도 요리사가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요리는 국민 레시피가 되어버린다. 왜 그럴까? 그는 대중의 가장 평균적인 입맛을 귀신같이 맞추어주기 때문이다. 전문 요리사의 까다롭고 세련된 요리가 아니라, 누구나 친근하게 접하고 맛있다고 느낄 평균적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매우 단순화시켜 보여주기 때문에, 그의 요리는 쉽고 편하고 맛있다. 누구나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데, 그렇게 간단하게 만든 음식치고 뜻밖에 상당히 맛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대중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음식평론가 황교익은 백종원의 요리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가 국민 비호감으로 등극했는데, 이 지점이 바로 정치인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황교익이 백종원의 요리에 부정적인 것은, 그가 요리를 굉장히 단순화시켜서 가장 대중적인 입맛에 맞도록 편하게 맛을 내는 손쉬운 방법, 예를 들자면 설탕을 한 숟갈 푹 털어 넣는 것 같은 방법으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에 해로운 요리 방법을 전 국민이 따라 하는 것이 불편했기에 지적을 했다고 보인다. 황교익의 지적은 적절했지만, 대중은 그를 비호감으로 봤고, 여전히 백종원을 추종한다. 바로 접근 방법과 태도의 차이 때문이다.

 

백종원은 딱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서 대중과 같이 호흡하고 있는 반면, 황교익은 일반 대중보다 한수 위의 엘리트적 시각에서 대중들에게 훈계하는 차원에서 충고를 하고 있다. 음식은 이래야 하고, 건강한 식단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을 음식평론가 황교익은, 일반 대중이 무지하게 설탕을 듬뿍 뿌려대는 백종원식 레시피를 추종하는 것에 우려와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보이고 나름 사명감으로 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중이 보기에 그것은 엘리트의 오만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고, 언제나 소탈하고 겸손한 백종원을 시기 질투하는 것으로 봤다.

설탕 한 숟갈 듬뿍 뿌리면 마법같이 내가 만든 음식이 맛있는 “요리”가 되는 신세계를 경험한 대중들에게 건강 운운하며 어려운 지적을 하는 황교익은 그저 밉상일 뿐이고, 백종원은 절대적 호감인 것이다. 백종원은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친근하게 느끼는 반면, 황교익은 까칠한 엘리트 훈장으로 비치는 것이기에 호감도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백종원 레시피는 쉽고 평균 이상의 맛을 내지만 건강식이라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는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특정 작물 농가를 도와주기도 하는 등, 긍정적 측면이 많다. 그러니 그가 대권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려도 하등 이상할 것도 없다. 백종원 정도의 긍정적 사회적 기여를 하는 정치인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정치권에서 툭하면 나오는 말이,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인데, 엘리트적인 오만한 시각을 담은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일반 대중이 원하는 것을 맞춰주는 것이 포퓰리즘이고, 일반 대중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정치 엘리트들이 대중을 교화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곧 백종원과 황교익의 차이를 드러내는 단어라 하겠다. 포퓰리즘을 비난하는 정치인은 그래서 백종원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 대중이 좋아하는 것이 비록 건강식이 아니라 설탕 듬뿍이지만, 그렇다고 대중의 무지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대중의 입맛을 인정하고 맞춰주는 동시에 건강을 지키는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백종원처럼 자신의 인기를 긍정적 영향력으로 풀어내는 것이 유능한 정치인 아니겠는가. 정치인들 모두 백종원에게서 배워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