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으로 건너간 맹꽁이는 잘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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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으로 건너간 맹꽁이는 잘 살까?
  • 박병상
  • 승인 2020.10.21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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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10월이다. 맹꽁이는 이런 날씨에 전혀 울지 않는다. 울지 않을 뿐 어딘가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인데, 인천시에서 맹꽁이 위한 새집을 조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있을까? 소식 듣고 불안한 마음을 진정하고 있을까? 생명공학이나 바이오산업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여하는 우리는 맹꽁이의 한해살이를 거의 모른다. 그저 장마철 울음소리만 떠올릴 따름이다.

장마로 땅이 흥건하게 젖어서 뙤약볕에도 마르지 않을 만큼 빗물이 고이면 맹꽁이가 찾아왔다. 두엄을 모아놓은 곳이라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농약이 농촌에 스며들자 사라지고 말았다. 장마철이면 걱정 많은 농촌 노총각의 시름을 달래주던 맹꽁이가 이제 보호 대상 종이 되었다. 일손 모자라는 농촌에서 생산을 늘리려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거침없이 쏟아부은 이후의 일인데, 요즘 무슨 영문인지 도시에 맹꽁이가 존재를 드러낸다. 개발이 예정된 곳에서 개발업자 속상하게 만든다.

누가 풀어놓은 것이 아닐 텐데, 무슨 영문인지 아파트단지 공사를 위해 굴착기가 들어가려면 맹꽁이가 운다. 얼마나 우렁찬지 지역의 환경단체의 귀에 들어간다. 맹꽁이가 보호 대상이 아니라면 무시할 텐데, 참개구리나 청개구리와 달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맹꽁이가 분포하는 지점을 빼고 아파트를 짓는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사업자는 환경단체에 대체서식지를 제안한다. 맹꽁이에게 제안하는 건 절대 아니다. 맹꽁이는 그 대체서식지를 환영할까? 대체서식지로 운 좋게 옮겨진 맹꽁이는 이 시간 잘 살아 있을까?

인천시는 맹꽁이 서식지를 14곳을 추가 확인하고 보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10월 11일 발표한 모양이다. 환경단체가 그동안 얼마나 요구한 걸까? 대응이 없던 인천시에서 보호 대책을 발표하는 걸 보면,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맹꽁이 이상 컸을 게 틀림없겠다. 개발업체가 마련한 대체서식지를 가면 개발 사업 전에 우렁찼던 맹꽁이가 장마철에도 조용한 게 보통이다.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한데, 인천시는 다를까?

맹꽁이 한해살이를 연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바이오산업의 새 발의 피인데, 맹꽁이를 연구하는 학자가 드물고 그런 학자에 제공하는 연구비는 거의 없다. 다른 개구리 종류와 마찬가지로 맹꽁이 역시 울지 않을 뿐, 장마철 이전에 활동하고 동면에 들어가기 전에도 어딘가에서 무엇을 먹으며 돌아다닐 게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모르면서 대체서식지를 만들어 옮겨놓았다. 잘 사는지 한두 해 모니터링하고 손을 털었다. 새집을 만들어주겠다는 인천시 계획은 어떨까? 맹꽁이들이 만족할 수 있을까?

맹꽁이뿐 아니라, 먹이사슬에 대단히 중요한 양서류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보호 생물종은 보호 대상이 아닌 동식물이 충실하게 보전된 환경이라야 보전될 수 있다. 먹이는 물론 몸을 보호할 다양한 서식 환경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생태계가 아니라면 이내 사라지고 만다. 맹꽁이를 비롯해 인천시가 보존하겠다고 선언한 ‘깃대종’들도 그들의 생태계가 보전될 때 비로소 우리 겉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환경단체의 목소리 때문일지언정, 모처럼 의지를 보인 인천시의 계획에 기대하고 싶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관광버스로 나가야 개구리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의 정서가 예전과 달리 건조하고 가끔 사납다. 앞으로 인천 어디 지역으로 가면 맹꽁이 소리를 장마철이면 들을 수 있는 걸까? 서울과 수도권 학생의 교육 장소로 명성을 올리는 걸까? 개발 예정지에서 숨죽이는 맹꽁이에게 희망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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