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방]이 추천하는 도서목록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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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이 추천하는 도서목록 - (15)
  • 인천in
  • 승인 2020.10.2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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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명문장 67선》《사기병》《그리스인 조르바》
《나와 승자》《나는 농담이다》

인천in 기획연재 [작은 책방, 그 너머의 기록]의 필진이 추천하는 도서목록을 매주 소개합니다. 이번에 추천해주시는 분들은 '딴뚬꽌뚬' '마쉬책방' '동네책방 시방' '서점 안착 '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책방지기 5분입니다.

 

- 딴뚬꽌뚬 추천  《친일파 명문장 67선》 김홍식 엮음 그림씨

한 편의 글은 그 글을 쓴 이에게 얼마만큼의 무게를 지울까요? 《친일파 명문장 67선》은 바로 그 글의 무게에 대한 책입니다. 친일파들의 ‘명문장’을 모아 이 책을 엮으신 김홍식 선생님은 친일파를 비난하려거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비난해야 한다고 지적하십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친일파의 삶을 평가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그들의 일대기가 아니라 그들이 쓴 글을 읽어보는 것이라는 점이 무척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어쩌면 친일파의 글에 ‘명문장’이란 말을 붙인 것이 불쾌하다고 여기실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여기서 ‘명문장’이란 글쓴이들의 생각과 행동이 오롯이 녹아 들어간 글을 가리키는 것이 라고 생각합니다. 이 ‘명문장’들은 친일파들이 일제에 부역한 덕분에 누릴 수 있었던 안락한 생활과 높은 학식을 투자하여 쓴 것으로 아무데서나 굴러다닐 허술한 글이 아니지만, 결국 훗날에는 그 글쓴이들의 부끄러운 삶의 반영이자 고발자로서 후대에 그들이 왜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들인지를 명백하게 보여주게 되는 것이지요. 일제를 찬양하고 동포들을 일제가 벌인 총력전에 동원하기 위해 쓴 글을 탈고하며 흐뭇해했을 친일파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그들이 문장을 쓰는 기술에 있어 전문가였을지언정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는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었는지 느껴볼 수 있습니다. 짧은 문장들이 글쓴이의 사람됨에 대해 이토록 깊고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은 무척 놀라우면서도 두려운 경험입니다.

그러므로 《친일파 명문장 67선》은 일단 친일파에 대한 책이지만, 한편으로 글을 쓰고 읽는 행위의 무게에 대해서도 한 번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기도 한 것입니다.

 

- 마쉬책방 추천  《사기병》 윤지회 웅진지식하우스

윤지희 작가는 어린아이의 엄마이자 '방긋 아기씨'외 다수의 그림책을 쓰고 그린 그림책 작가입니다. 위암 4기 생존율 7%를 마주하고 희망을 품고 나아가는 그림일기 <사기병>을 인스타에 연재했어요.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에도 따뜻함이 스며있어요.

인스타 투병 일기와 같은 이름<사기병>이 2019년에 책으로 나왔습니다. 작가가 같은 처지에 있는 환우들에게 투병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쓰고 그린 <사기병>은 암 환자와 환자들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줍니다. 어린아이와 엄마의 마음부터 환경과 지구에 넓은 사유를 예술로 승화한 윤지희 작가의 그림책도 함께 만나보세요.

 

- ‘동네책방 시방’ 추천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이윤기 역 열린책들

사회, 인간관계, 질병, 재난, 환경 등 무수한 요인으로부터 억압된 생활을 견뎌내야 하는 시대입니다. 많은 사람이 자유를 갈망하지만 진정한 자유를 어떻게 쟁취하고 누려야 하는지 명쾌한 해답을 구하지 못한 채 방황하기도 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스스로를 얽매는 요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을 때, 살면서 한바탕 넘어지고 싶을 때 꺼내보면 위로가 되는 책입니다. 무신론자인 저에게 이 책은 법구경이자 논어이며 성경인 셈입니다. 이미 국내외 명사들이 추천하는 도서로 자주 등장하였고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진부한 소개가 될 것 같아 우려되지만 여전히 읽지 않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서 선택한 작품입니다.

인생을 만만하고 살 만하게 여기는 주인공 조르바의 언행이 때로는 가벼워 괴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미래가 아닌 지금을 살아가며 당면하는 삶, 죽음, 자유, 신, 우정, 사랑 등의 고뇌로부터 유연하고 노련하게 대처해 나가는 모습에 존경심마저 듭니다.

‘나는 바라는 것이 없다. 나는 두려운 것도 없다. 나는 자유이므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조르바처럼 두려움을 피하기보다는 투쟁하고, 삶에 끌려가기보다는 이끌고 가는 두둑한 배짱을 키워보길 바랍니다.

 

- 서점 안착 추천 《나와 승자》 1화, 2화 김아영 행복한재수가있는-1인출판사

유독 엄마와의 이별이 힘든 둘째 딸이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도록 16년 후 60세가 된 자신과 91세가 된 엄마를 기록한 연재 만화책입니다. 전지 크기의 종이를 직접 자르고 접어서 가내 수공으로 만든 독립출판물이기도 한데요.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을 하지 못한 성인이 부모와의 이별로 느끼게 될지 모를 상실감과 공허함을 귀여운 그림체와 다정한 말로 표현했어요. ‘나와 승자 1화’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22회 정동진독립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한 매력적인 독립서적입니다.

-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추천  《나는 농담이다》 김중혁 장편소설 민음사

제법 코 끝이 쌀쌀해진 날씨가 성큼 찾아왔습니다. 이런 날에는 이불 속에서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재밌는 소설 책 한 권이 딱이죠. 첫 장을 넘기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끝 장까지 빨려들어가는 소설 하나를 추천할까합니다. 바로 김중혁 소설가의 「나는 농담이다」입니다. 책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싸구려 클럽에서 시덥잖은 농담으로 먹고 사는 스탠딩 코미디언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벼운 농담이 적혀있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우주를 넘나드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칩니다. 물론 재미도 함께 몰아치니 걱정하지마세요. 심각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싶다면, 김중혁 소설가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느낄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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