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마음을 다스리는 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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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며 마음을 다스리는 책방입니다
  • 김한솔이
  • 승인 2020.11.13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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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31) 글쓰게(글을 쓰자, 게을러도) 모임 - 김한솔이/ 출판 스튜디오 '쓰는 하루' 책방지기

지난 3월에 시작한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연재가 10월부터 필진을 바꿔 새롭게 시작합니다. '시즌2' 연재에 참여한 필진은 부평구 부평동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김한솔이 대표, 동구 창영동 ‘책방마쉬’ 김미영 대표, 남동구 만수동 ‘책방시방’ 이수인 대표, 서구 가정동 ‘서점안착’ 김미정 대표, 미추홀구 주안동 ‘딴뚬꽌뚬’ 윤영식 대표 등 5분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눈물이 터집니다. 눈치 빠른 책방지기는 서둘러 티슈를 건네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따뜻한 눈 맞춤과 손길로 괜찮다고 다독여줍니다.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묵혔던 마음이 적힌 글을 마저 읽습니다. 한 글자, 한 문장들이 소리가 되어 테이블 위에 떨어질 때마다 어쩐지 조금씩 가벼워지는 기분입니다.

따사로운 오전의 햇살과 잔잔한 음악 위로 다시 사각사각 글이 적히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얹어집니다. 각자의 잔잔한 평안이 찾기 위해 우리는 매주 모여 함께 글을 씁니다. 안녕하세요. 심리상담소는 아니지만 마음을 치유하는 책방, 출판 스튜디오 <쓰는하루>의 글쓰기 모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작가의 첫 번째 기본 요건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꾸준히 한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줄 아는 성실함이랍니다. 아무리 좋은 필력과 아이디어 넘치는 소재가 있더라도 일단 글로 적혀야 하기에, 직장인이 매일 아침 회사에 가는 것처럼 작가들도 책상으로 출근해야 하죠.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매일 같은 시간에 앉아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게으름과 내적 친밀한 느끼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죠.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게을러도,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모임. 바로 이름하여 글쓰게(글을 쓰자, 게을러도) 모임입니다. 이토록 유쾌한 생각으로 시작된 글쓰게 모임이 마음을 털어놓는 모임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단순히 글쓰기 스킬과 꾸준히 쓰는 습관을 기르려고 모였다가 우리는 함께 울고 웃으며 깊은 공감을 나눴습니다. 첫 문단에 적은 것처럼 나의 글을 낭독하다 막혔던 눈물샘이 터지기도 했고, 릴레이로 글을 나눠 쓰며 오랜만에 어린아이처럼 낄낄대며 웃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의 글감으로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며 세계를 확장하기도, 내가 몰랐던 감정의 순간을 몰래 엿보기도 했어요.

테이블 위에 앉은 사람의 수대로 인생극장이 쫘르륵 펼쳐지는 날도 부지기수였습니다. 평범한 질문 하나가 우리를 심리 상담소로 데려가기도 했고, 고민하던 질문에 명쾌하게 마침표를 찍은 날도 있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봅시다!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글쓰기에는 그런 힘이 있었습니다.

어떤 장르의 글을 쓰던 글쓰기는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나’를 구성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대면해야 하죠. 완벽한 인생이 없는 것처럼 우리를 구성하는 조각들은 조금씩 불안정하고, 아프게 부서져있어요. 나조차도 볼 수 없게 까맣게 덮어놓은 탓에 찾지 못하는 조각들도 있지요.

타인에게 도난당한 기억, 스스로 잊어버린 순간, 외면하고 싶은 날들. 그렇게 부식된 기억을 용기 내어 직면하는 건 생각보다 대단한 결심이 필요합니다. 글쓰기는 그런 대단한 결심을 만나러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 습관을 기르러 왔다가 나도 모르게 마음을 터놓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수강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글을 쓴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쓰고 나면 분명 지금보다 가벼워질 거예요.” 글쓰기는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 믿고 있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과 출간 수업에서도 스킬을 가르쳐드리기 전, 나의 글을 무겁게 만드는 것들, 나쁜 글쓰기 습관, 예쁘지 않은 버릇들을 비우는 법부터 알려드립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처럼 말이죠.

거기 당신, 글쓰기가 두려우신가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나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속의 ‘나’에게 귀를 기울이는 시간입니다. 혼자는 어렵겠지만 함께라면 그 시간이 무척 즐거울 거예요. 마음을 보여달라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나만의 시선으로 천천히 음미하듯 따라오시면 되세요. 그러다 문득, 되뇌게 될 거예요. 아! 글쓰기 참 즐겁다!라고 말이죠. 출판 스튜디오 <쓰는하루>는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 즐거움의 공유, 마음 나누기를 지향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과 함께 글을 쓰는 날을 고대하며 두 번째 글을 마칩니다.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주소: 인천광역시 부평구 부평대로 165번길 26, 1층

블로그: https://blog.naver.com/two_hs

인스타그램: @writing_day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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