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별시냐 환경분쟁도시냐 - 갈림길에 선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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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특별시냐 환경분쟁도시냐 - 갈림길에 선 인천
  • 장정구
  • 승인 2020.11.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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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인천시가 자체매립지와 소각장 후보지를 발표했다. 일부 지역은 후보지를 밝히지 못했고, 후보지의 주민들과 정치권은 반발하고 있다. 전임 시정부들의 폭탄 돌리기로 해묵은 난제들을 떠안고 출범한 민선7기 박남춘 인천시정부가 최대 고비를 맞이했다. 수도권매립지뿐 아니라 발전소와 산업단지, 항만과 공항, 수많은 고속도로들. 인천은 돌아갈 길 없는 ‘환경특별시’냐 ‘환경분쟁도시’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시작이 반이다? 인천시가 발표한 자원순환정책은 해당지역 주민들이 모두 수용하더라도 절반의 계획이다. 진정한 쓰레기 독립을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쓰레기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매립할지 소각할지, 매립지와 소각장을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 고민하기 전에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경기피 시설의 입지논란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12일 친환경 에코랜드 및 자원순환센터 기본 추진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12일 친환경 에코랜드 및 자원순환센터 기본 추진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1회용이 아닌 지속가능한 인천을 만들어야 한다. 인천시 청사를 시작으로 모든 공공건물에서 1회용품 사용을 퇴출시켜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를 시작해야 한다. 선언이 아닌 제도로, 누군가가 아니라 모두, 의도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구입하지 않도록 ‘권고할 수 있다’ 정도의 조례로는 여전히 1회용품 도시일 뿐이다. 비닐봉투, 포장용기 뿐 아니라 각종 행사에서 제공하는 기념품과 음료들도 당연해서는 안된다. 빠르고 편리하고 값싸고 형식적인 미팅이 아닌 더디고 조금은 불편하지만 품격있고 진심 담긴 모임을 시작해야 한다. 퍼포먼스용 세련된 텀블러가 아니라 투박한 찻잔의 멋을 돌아봐야 한다.

쓰레기는 깨끗해야 한다. 소각장과 소각재 매립지만이 아니라 전처리시설 입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수도권매립지의 경우, 쓰레기매립 과정보다는 음폐수 처리시설, 주변 지역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들, 고물상과 영세한 공장들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분진 등이 더 큰 환경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다.

쓰레기 성상이 일정해야 소각효율과 배출물질이 제대로 관리될 수 있다. 소각장이 오히려 매립지보다 더 많은 환경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쓰레기의 분리배출에 시민들의 더 세심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겠지만 소각로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집하장과 선별장도 더 많이 필요하다. 이들 또한 집단민원발생 소지가 다분하다.

현재 매립되고 있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건설폐기물이다. 생활쓰레기보다 건설폐기물에 대해 배출, 분리, 선별, 재활용과정에서 보완해야 하는 점이 더 많다. 수도권매립지 옆에 산처럼 쌓여 있는 순환골재더미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인천 자체매립지 예시 조감도
인천 자체매립지 예시 조감도

인천뿐 아니라 수도권 여기저기가 공사장이다. 건설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자원을 순환할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은 아직이다. 헌집을 고쳐쓰기보다는 새집으로 이사하고, 새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한 대단위 재개발과 재건축이 계속된다면 건설폐기물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환경부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진정한 환경특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인천시도 건설폐기물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쓰레기 발생만이 아니라 민원 발생지도 여럿으로 쪼개졌다. 관리와 비용, 사회적 갈등관리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고 효과적이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쓰레기’, 모두의 문제여야 하고 그렇게 되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 서구와 영흥도만이 아니라 계양구과 부평구, 미추홀구와 남동구, 연수구, 동구와 중구,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다. 제품생산, 경제소비가 불가피하다면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에서부터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도화해야 하는데 아직 환경운동가들만의 주장일 뿐 실현은 더디기만 하다.

쓰레기를 종량제봉투에 담아서 버린 것만으로 처리의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다. 민선7기 인천시정부의 수도권매립지 종료선언과 자체매립지 계획안. 최선도 아니고 100퍼센트 동의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과소비, 쓰레기과다 발생의 우리의 삶과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환경특별시 인천’을 위해서는 수용성 확보와 환경시설 신뢰 구축, 남은 절반의 디테일한 자원순환체계가 필요하다.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한, 독립은 결코 완성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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