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성공 신화를 경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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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성공 신화를 경계하며
  • 전영우
  • 승인 2020.11.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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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의 미디어 읽기]
(52) 집단주의 문화, 개인주의 문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긍정적인 측면을 꼽는다면 한국의 국격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민들의 자긍심도 높아졌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워지는 경험은 꽤 낯설고 신선한 경험이다. 선진국에 진입한지도 꽤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스스로 개발도상국 국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는 선진국에 살고 있는 선진 국민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주었다. 물론 긍정적인 현상이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언론 기사를 검색하던 중, 영국은 왜 코로나 방역에 실패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 되었는지를 분석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이 기사는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문화가 갖는 차이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 분석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에서 코로나 방역이 실패한 경우가 많고,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코로나 방역이 성공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사는 프랑스의 68혁명을 지목하여 서구, 특히 북유럽 사회의 개인주의 성향을 설명한다.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했던 68혁명이 유럽 국가에 개인주의 문화를 자리 잡게 했고, 특히 영국에서 그런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은 것을 지적한다.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간섭하는 것을 거부하는 영국인들은 한국과 같이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동선을 추적하고 개인정보를 활용하거나 마스크 쓰는 것을 강제하여 방역에 이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에, 영국 정부는 애초부터 한국과 같은 방역 정책을 펼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영국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아무리 정부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권해도 국민들은 그런 정부의 말을 국가 기관이 개인의 삶에 참견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과 같은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자유보다 집단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더라도 집단의 안녕을 도모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그럴듯한 분석이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맞지는 않다.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도 방역에 실패한 경우를 볼 수 있고, 유럽에서도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스페인 등의 국가들이 방역에 성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가 지적하는 것 한 가지는 마음에 새겨둘 필요가 있는데, 코로나 방역에 실패했다는 이유 한 가지만으로 영국과 같은 유럽 국가들을 후진국가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대목이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바로 이웃의 강대국인 일본을 예로부터 무시하는 전통이 있고, 더불어 중국도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과 중국을 무시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한국 사람밖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사람들은 이웃의 두 국가를 과도하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한국인들이기에, 이제 성공적인 방역으로 세계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 한국인들이 영국이나 유럽의 강대국을 발 아래로 내려다볼 수도 있겠다. 

사실 방역에 실패한 일본이나 서구의 기존 선진국들을 보며 이들 국가가 실체보다 과대평가되어있었고, 우리의 역량이 생각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마음은 곧 그런 기존 강대국에 대한 무시로 이어지고, 이는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경고를 기사는 싣고 있는데, 이 부분은 우리가 마음에 새겨봐야 할 문제이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 과거 일본이나 중국을 폄하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감정적인 기반이 있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오랜 세월 선진국으로 존재했던 국가들의 역량이 코로나 방역이라는 단 한 가지 사례만으로 형편없이 추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집단주의 문화가 개인주의 문화에 비해 우월하다는 생각을 갖는 것도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집단주의는 집단주의가 갖는 장점이 있고, 개인주의는 그것대로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어느 문화가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코로나 사태로 야기된 국가 간 대처의 차이가 곧 국력의 차이로 이어진다고 단정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고, 그동안 스스로를 저평가했던 것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 것은 좋으나, 그렇다고 근거 없는 과신을 할 필요도 없고, 이럴 때 일 수록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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