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여성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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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여성리더십
  • 박교연
  • 승인 2020.12.0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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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박교연 / '페이지터너' 활동가

 

“코로나라는 재난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먼저 위기에 처한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리베카 솔닛은 “여성 일자리가 남성만큼 좋았다면, 여성의 목소리가 남성만큼 또렷이 들렸다면, 여성을 보호하는 일이 남성을 보호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다뤄졌다면, 아이와 가정을 돌보는 일이 여성의 일과 마찬가지로 남성의 일로 여겨졌다면 달랐을 것”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케이트 반도 같은 말을 남겼다. 케이트 반은 대공황 때의 사례를 들면서 “코로나 사태가 저임금, 여성, 유색인종 근로자에게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10월 한 달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한 총사망자보다 많다며, 최근 20~40대 여성의 자살률이 2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대부분 여성들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일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여성들이 많다”고 전했고, <아사히신문>은 “여성들은 평소에도 남성의 5배 이상의 시간을 가사·육아에 쏟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고립감이 큰데다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가지 못하면서 가사 부담이 가중돼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상태”라고 보도했다. 최근 자살시도를 한 일본여성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여성은 약자”라며 “일본은 나쁜 일(경제 위기)이 생기면 가장 먼저 약자(여성)를 끊어내는 사회”라고 소회를 밝혔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감을 호소하는 여성 환자가 올해 30%가량 늘었다”며 “대부분 코로나19로 실직했거나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사회취약계층에 먼저 타격을 준다”며 코로나 블루의 취약계층으로 여성을 꼽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월 22일 전국여성대회에서 “고용 안정성과 구조면에서 여성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고용 현장에서 여성이 가장 먼저 공격받고 있다”고 현상황을 우려했다. 이낙연 대표의 우려대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9월 여성 취업자는 28만3000명(2.4%) 감소했다. 이 감소율은 남성(0.7%)의 3.4배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세계 각국에서는 여성재난상황이 매일같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끔찍하지만 새로운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는 원래 있던 불평등을 심화시켰을 뿐, 모든 건 우리사회에 내재되어있었다. 보다 시급한 의제가 있단 이유로 여성은 역사 속에서 소외되고 무시되어왔다. 낮은 질의 일자리와 가정을 돌봐야한다는 압박 속에서 여성은 필연적으로 정치·경제·사회적 고립을 겪어야했다. 카트리네 마르살은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2015)>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여성들이 돌보는 일을 책임지는 것은 자유 선택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모든 경제 체제는 여성들이 아주 낮은 비용으로 특정 임무를 수행해 내는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마리아 미즈도 <가부장제와 자본주의(1986)>에서 여성착취가 자본주의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고 신랄하게 분석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강압적인 노동관계를 통해 여성 노동을 갈취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폭력은 자본주의적 축적 과정에 필수적인 것이지, 주변적인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그 축적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가부장적 남녀관계를 이용하고, 강화시키고, 심지어 발명해내야 했다.” 그렇다면 이 억압과 착취의 굴레를 끊고 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우선 시급히 시행되어야할 것은, 여성 대표성을 인정하고 마련하는 것이다. 지난주 12월 2~3일 동안 열린 ‘2020 아시아 미래포럼’에 연사로 참여한 런던대학교 교수 가이 스탠딩은 연설을 하기에 앞서 행사에 참여한 이들을 대신에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아무리 비대면 포럼이지만 현재 패널에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는데, 소득이라는 페미니즘적 논의를 하기에 이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역시 시급한 여성문제를 인식하고 경제팀의 주요 포스트 상당 부분을 여성으로 구성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재닛 옐런(74)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미 사상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 후보로 지명한다고 발표했고, 백악관 예산관리국(OMB)과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도 여성을 기용키로 했다. CEA 위원장엔 흑인 여성인 세실리아 라우스(57)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명됐다. 라우스는 진보적 노동경제학자로 이 직책에 처음 앉는 흑인 여성이다.

재난을 직격타로 맞는 여성이니만큼, 이 위기를 정면 돌파할 힘을 가진 것도 여성이다. 반다나 시바 세계국제화포럼 상임이사 역시 ‘2020 아시아 미래포럼’ 기조연설에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전지구적 위기가 닥쳤을 때 희생을 요구받는 건 항상 여성”이라며, “늘 여성이 가족과 사회를 책임졌다. 이젠 여성과 자연을 중심으로 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여성들이 이끌고 있는 ‘바느질하는 아줌마 모임(Auntie Sewing Squad)’은 교도소 출소자, 이민자 출신 농장 노동자, 미국 원주민 등 취약 계층을 위해 11만5000개가 넘는 천 마스크를 집에서 만들어서 전달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여성이 위기 속에서도 관대하게 낯선 이들을 돌보고 보살폈다. 우리에겐 여성 리더십이 필요하다. 팬데믹 속에서는 더욱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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