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뜯어내는 도시재생이라면 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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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뜯어내는 도시재생이라면 뉴딜
  • 박병상
  • 승인 2020.1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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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질까? 12월 10일 오후 7시 37분 시작한 대통령의 대한민국 탄소중립 선언, “더 늦기 전에 2050” 연설을 보고, 전혀 흔쾌하지 않았다. 다만 현 정부는 전 정부와 달리 노력은 하겠지만 성과는 불가능하리라 확신했다. 진지한 언어와 자세는 다소 긍정적이지만, 정책 실천에 대한 구체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을 양립하겠다는 주장이 거슬렸다. 모순이라는 생각은 없어 보였다. 연설문을 준비한 참모는 누구였을까?

전기와 수소차로 탄소가 줄어들까? 어떻게 생산한 전기일지 궁금하지만, 현재 대기에 응축된 온실가스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정도로 온난화를 예방할 만큼 느긋하지 않다. 차체와 배터리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거기에 들어가는 지하자원을 채굴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생략해도 좋을까? 앞으로 30년 이내에 기상이변이 사라져 후손이 지금과 같은 건강을 유지하려면 지금과 완전히 다른 정책과 실천이 시급하다. 대기에 배출된 탄소를 서둘러 숲이나 땅에 되돌려야 한다. 연료 일부를 바꾸기보다 자동차를 대부분 없애야 한다. 개별 교통수단 없이 이동이 편리한 사회를 구상해야 한다.

그날 오전과 오후, 인천학회는 요즘 어쩔 수 없이 유행하는 줌 방식의 온라인 정기학회를 열었다. 회원이므로 참여한 학회의 기조연설에서 인천시 교통환경조정관은 자원순환정책을 강연하면서 환경을 언급했다. 갯벌 매립으로 조성한 서구 경서동의 수도권 생활쓰레기매립장을 2025년 반드시 종료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인천시는 영흥도에 친환경 매립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는 담당관의 주장은 이미 언론에 소개된 그대로였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생활쓰레기를 인천에 계속 매립하겠다는 자세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담당 관료의 결의에 동의하고, 인천시가 추진하려는 정책과 방식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준비한 인천시의 매립장이 하필 외곽이어야 하고, 하필 갯벌 매립지인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장담하는 대로 환경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 시설이라면, 쓰레기든 매립재든, 이동거리를 최소화해야 옳지 않은가.

이어진 두 명의 학회 발제자는 부천 원미구와 광명시의 주택개발 공사, 그리고 인천에서 계획한 주택을 이어 소개하면서 ‘뉴딜’을 언급했다. 이 시기의 뉴딜이라. ‘한국판 뉴딜’일까? 아니면 ‘그린뉴딜’일까? 주택공급을 주도한 건설회사의 방식과 무엇이 다르기에 뉴딜을 언급하는지 귀를 기울였지만, 상식이 부족해 그런지,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수입이 안정되고 노동자가 만족할 일자리를 늘린다는 걸까? 그런 내용이 없으니, 그린뉴딜이라는 건가? 계획을 살펴보니 양적이나 질적으로 건설회사에서 조성하는 녹지보다 나은 면이 보이지 않는다. 이윤 확대를 위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구조물을 최우선으로 늘어놓는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외치는 마당인데, 콘크리트로 뉴딜을 이루겠다고?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요즘, 유엔 사무총장은 “인간은 자연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자멸과 같다”라고 경고했다. 기후위기로 치닫는 지구온난화는 인류와 생태계의 파국을 예고한다. 돌이키기 어려운 위기를 자초한 인류의 가장 커다란 실책은 생태계를 콘크리트로 뒤덮은 파국적 개발이었다. 산과 들, 강과 바다를 콘크리트로 뒤덮어 생태계는 태곳적부터 이어오던 완충력을 잃었다. 콘크리트를 생산하려면 비슷한 무게의 온실가스를 내뿜어야 하는데, 간신히 남은 생태계마저 콘크리트로 뒤덮는 일자리로 탄소중립이 가능할까? 코로나19가 창궐하는데, 그리 급한 일인가?

개발 계획이 세워졌던 영종(2지구) 갯벌
'콘크리트' 개발 계획이 세워졌던 영종(2지구) 갯벌

 

올해로 지구촌을 뒤덮은 인공물이 드디어 자연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합보다 많아진다고 이스라엘의 한 연구소에서 전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거기에는 가축도 포함할 텐데, 상당한 인공물은 콘크리트가 차지할 게 틀림없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제까지 미국에서 생산한 시멘트의 총량을 중국에서 3년 만에 뚝딱 만들어낸다면서 중국 1년 생산량을 영국에 붓는다면 전국이 베란다처럼 편평해질 거라 덧붙였다. 생태적 완충력을 잃은 세계에 얼마나 많은 고속도로와 비행장이 있을까? 그런 시설을 이용하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위험을 경신하는 코로나19가 그렇다. 머지않아 백신이 보급되면 줄어들까? 콘크리트가 줄지 않으면, 제2 제3의 코로나, 사스, 메르스 바이러스가 창궐을 기다릴 것으로 전문학자는 경고한다.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코로나19 대처에 이어 “탄소중립은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라고 치켜세웠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탄소중립으로 GNP를 끌어올릴 궁리는 하지 않아야 한다. 가능하지 않다. 2050년 후손을 생각한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콘크리트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던 시절, 수소차나 전기차는커녕 일반 자동차도 드물었던 시설, 선조는 불행하지 않았다. 누가 생산했는지 아는 농작물을 사서 이웃과 나누고, 손전화기 없이 옆집 노인의 건강을 살피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코로나19는 잠잠해지고 탄소중립은 성큼 현실화할 것이다.

이번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은 ‘멸종저항’ 운동에 나서는 유럽인의 시각으로 얼마나 긍정적일까? 유럽은 물론 일본도 내연기관이 있는 자동차의 판매를 2030년 이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건만, 기후위기에 민감한 유럽인들은 미심쩍어한다. 우리 선언은 시작에 불과하니 양해하고 넘어갈까? 예산 규모가 10조원을 뛰어넘는 화력발전소의 중단은 물론이고 현재 운전 중인 화력발전소도 대폭 멈춰야 진정성을 느낄 게 틀림없다.

여기저기 재개발이 초고층으로 추진되는 인천은 어떤가? 온실가스를 최적으로 조절하는 갯벌을 광범위하게 매립한 자리에 콘크리트를 초고층으로 줄세워놓고, 자동차가 사통오달 질주할 배곧대교를 냉큼 받아들이려는 인천은 현재 2050 탄소중립에 얼마나 기여하나? 자원순환정책은 환경의 한 부분이다. 갯벌이 대거 사라진 인천은 해수면 상승의 직격탄을 먼저 받는다. 콘크리트를 걷어낸 자리에 밀려들 바닷물을 완충하려는 움직임은? 코로나19를 완충할 녹지를 조성하겠다는 소식은? 식량 자급을 돕는 텃밭을 충분히 조성하려는 정책은? 아쉽지만 들리지 않는다. 절박한 시대에 상응하는 뉴딜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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