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邵南)의 발자취를 쫒아 - 인천 실학로드를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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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남(邵南)의 발자취를 쫒아 - 인천 실학로드를 복원한다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0.12.21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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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남 윤동규를 조명한다] (2) 신홍순 남동문화원장 인터뷰

[인천in]이 인천의 잊혀진 실학자 소남 윤동규(1695~1773)의 삶과 업적, 연구·기념 사업 등을 조명하는 특집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최근 소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남동문화원은 오는 12월30일 소남 탄생 325주년를 맞아 기념사업준비위 발족과 평전 출판기념회 등을 갖고 본격적인 소남 선양 사업에 나섭니다. [인천in]은 이에앞서 △소남의 9대 종손 윤형진씨 인터뷰 △남동문화원의 소남 발굴 및 연구사업 △소남 기념사업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차례로 싣습니다.

 

최근 남동문화원이 3D 작업을 통해 복원한 소남 윤동규의 생전 모습

“안 될 것이라 의심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어요. 우리는 인천시민이라면 그 누구든 소남(邵南)과 만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인천 남동구 소래아트홀 한 켠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 법인 ‘남동문화원(아암대로 1437번길32)’이 자리잡고 있다. 지역의 고유문화와 향토사를 발굴·보존·계발하고 문화강좌·당제 등 각종 지역문화행사를 주관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남동문화원은 코로나19가 극성인 이맘때 더욱 분주한 모습이다.

잊혀진 인천의 실학자, 소남(邵南) 윤동규(尹東奎, 1695-1773)를 발굴하고 조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in]은 소남의 9대 종손 윤형진씨에 이어 신홍순 남동문화원 6대 원장을 만나 문화원이 진행하고 있는 소남 복원 사업의 구체적인 맥락과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신 원장과의 인터뷰서 오간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신홍순 남동문화원 원장

◇ 남동문화원이 소남 발굴 사업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인천의 역사는 짧지 않아요. 미추홀, 매소홀현(買召䑸䎱), 소성(邵城), 인주(仁州) 등 수많은 명칭으로 불려왔던 인천은 수천년의 역사가 담긴 도시죠. 하지만 ‘인천을 상징하는 인물은 누군가?’라는 질문에 답할 땐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요. 김구 등 개항기에 인천을 거쳐간 일부 인사를 제외하면 인천이 내세울만한 역사가 바다 밖에 더 있습니까.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찾고, 그 인물이 지녔던 가치를 계승·발전시키는 것은 문화원뿐 아니라 행정기관 입장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에요. 그런데 성호 이익과 더불어 조선 중·후기 실학관 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소남이란 학자가 스스로 인천 사람임을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했으니, 인천을 상징하는 인물로 가장 적합하지 않겠습니까.

 

◇ 소남과 관련한 어떤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인지?

평전 출간부터 학술대회 등 다방면에 걸쳐 소남을 알리고 연구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중에서도 문화원이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 것은 소남과 후손들이 남긴 유물을 해제(번역)하는 작업이죠.

내년부터 2023년까지 3개년에 걸쳐 소남이 남긴 유물 전부를 해제할 계획이에요. 이를 위해선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위탁돼 있는 유물들을 일일이 스캔해 파일로 만드는 텍스트화 작업이 급선무입니다. 이후 고서(古書) 등에 적힌 글자가 정확히 어떤 한자인지 파악하고, 이를 다시 우리말로 완전히 번역할 계획입니다.

소남의 9대 종손 윤형진씨가 공개한 유물 목록 일부

◇ 해제 작업이 우선돼야 할 이유가 있나?

종손이 공개한 소남의 유물은 소남선생유집초(소남유고) 및 행장 14권, 간찰 1,190점, 고서 331권, 고문서 1,557점 등 수천점에 달하지만, 완벽하게 번역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어요. 국가기관이 해제 작업을 주도한 적이 없을 뿐더러 학자 개인이 수고한 극소수의 번역물도 작업이 급하게 이뤄진 탓에 완전하지 않죠.

소남의 유물이 공개됐음에도 그에 대한 연구가 그간 폭넓게 진행돼 오지 않은 것은 해제본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자들이 옛 인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려면 선행 연구기록과 논문 등이 필요한데, 체계적으로 정리된 해제본마저 없는 실정이니 소남에 대한 연구가 불타오를 수 없었죠. 때문에 문화원은 다른 어떤 사업보다도 유물 해제 작업에 힘을 쏟아 소남 선생 탄생 328주기를 맞는 2023년까지는 반드시 작업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 소남은 잊혀진 실학자였다. 유물이 해제되도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 할 수도 있지 않나?

그렇지 않습니다. 소남은 성호 이익의 수제자인 동시에 가장 가까운 벗이었고, 성호와 함께 성호학파의 토대를 만든 당대의 양대 실학자입니다. 또 성호의 유지(遺志)를 이어 받아 학파의 좌장으로서 제자들의 의지처가 됐던, 우리나라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죠.

종손이 공개한 유물 속엔 소남이 당대 석학들과 나눈 학문에 관한 진지한 논의는 물론 일상적인 대화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유물에 담긴 그의 사유와 철학은 소남 개인을 조명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학문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게다가 호패·과거시험지·시편 등 당대의 정치·사회·경제·문화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 수없이 많은데 왜 관심을 받지 못하겠습니까.

최근 소남 윤동규 발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남동문화원 직원들과 소남의 종손 윤형진씨가 자리를 함께했다. 왼쪽부터 신홍순 원장, 윤형진씨, 이보근 사무국장, 이호준 과장, 조은강 사무원.

◇ 유물 해제 작업과는 별도로 계획 중인 사업·행사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한을 듣고 싶다.

문화원은 올해부터 소남 선생의 양력 출생일인 12월30일을 ‘소남의날’로 정하고 30일부터 각종 사업을 본격화 할 계획입니다. 이날 오후엔 소남 선생 기념사업준비위원회 발족식과 평전 출판 기념회, 영정봉안식(제사) 등이 진행됩니다.

기념사업준비위에는 인천 각계서 활동하고 있는 오피니언리더 20여명이 참여해 장차 진행될 소남 관련 행사의 내용과 규모 등을 문화원과 함께 논의할 예정입니다. ‘성호학파의 좌장 윤동규’로 이름 붙인 평전 제1권에는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로 파악할 수 있는 소남의 일대기와 개략적인 약력 등을 실었습니다.

내년도부턴 ‘소남 총서’를 만든다는 일념으로 평전 제2권, 제3권도 발행할 예정입니다. 발행된 평전을 각 행정기관과 학교 등에 배포할 계획이고, 어린이용 만화 평전 제작과 이를 토대로 한 독후감·백일장 대회도 개최하려 합니다. 소남 서거 250주년을 맞는 2023년에는 범위를 넓혀 국제학술대회도 진행해 볼 생각이에요.

이 밖에도 당제사업, 휘호대회는 물론 소남 세거지 인근에 깔린 도로 이름을 ‘소남로’로 지정하기 위한 작업, 소남이 스승 성호를 만나러 걸어갔던 옛 길 28km를 따라 걷는 프로그램 제작 등 다양한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겁니다.

 

◇ 지금까지의 준비 내용과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해제 작업은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연구 좌장은 현 연세대학교 교수이자 인천 사람인 허경진 박사가 맡죠. 최근에는 소남 연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인천시로부터 연구에 쓰일 예산 3억원을 지원 받을 예정이기도 해요.

소남 선생이 인천을 상징하는 인물이 될 수 있는 만큼, 각종 행사에 앞서 그의 생전 모습을 복원하는 사업이 우선돼야 했습니다. 때문에 선생의 실제 유골을 토대로 3D 프린팅 작업을 거쳤고 현재 기초 작업이 완료된 상태에요.

문화원은 소남과 연고가 있는 당대 석학들의 후손들 및 해당 인사가 거주하던 지역의 문화원, 박물관 등과도 자주 왕래하며 업무 협조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소남 쪽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보낸 간찰 등은 해당 인사의 후손들에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12월9일 허경진 박사를 좌장으로 남동문화원 신홍순 원장, 조봉래 인천학연구원장과 연구위원, 송성섭 박사(동양철학)  등이 참석한 가운데 소남 윤동규 유물 해제 사업과 관련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 지역 문화원이 진행하기에는 다소 규모가 큰 프로젝트다. 어려운 점, 한계점은 없나?

외적인 부분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합니다. 문화원의 인력이 조금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인천시의 준비가 아직이라는 점이죠. 인력과 관련해선 2~3명 정도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 뿐입니다. 조만간 구청과 시청에 관련 요청을 할 예정이에요.

더 큰 문제는 인천에 소남 선생의 유물을 보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에요. 현재 경기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있는 소남의 유물은 올해로 위탁 기한이 끝나 인천으로 되돌아 올 수 있어요. 하지만 인천 소재 박물관에는 그 유물 전부를 온전히 보관,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준비가 될 때 까지는 경기도에 그냥 놔둬야 하는 실정입니다.

누군가는 우리 문화원의 계획이 무모하다고 할 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와 직원들은 단 한 번도 안될 것이라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소남 발굴 사업은 지역 문화원이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사업이기 때문이죠. 안되면 되게 해야 합니다.

 

◇ 사업의 의의, 그리고 남동문화원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소남 발굴 사업은 조선 후기, 그것도 개항기 시점에만 머물렀던 인천의 역사와 외향을 소남이라는 인물을 통해 조선 중기까지 끌어올린다는 데 첫 번째 의의가 있습니다.

또 소남으로부터 이어진 실학의 계보를 따라 그의 제자들과 후대 실학자들이 기거했던 다른 지역과도 연계될 수도 있겠죠. 이른바 ‘실학 실크로드’의 중심지에 인천이 위치할 수도 있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천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인천을 대표하는 실학자 소남 윤동규를 알게 되는 겁니다. 문화원은 그것을 목표로, 누구나 소남을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겁니다.

 

소남 윤동규의 일대기, 약력 등이 실린 평전 1권. 오는 30일 평전 출판기념회가 진행된다.
성호 이익이 소남 윤동규에게 보낸 시. 남동문화원 이보근 사무국장이 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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