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설이 살아숨쉬는 보물 섬, 강화
상태바
역사와 전설이 살아숨쉬는 보물 섬, 강화
  • 박상희
  • 승인 2020.12.21 0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빛으로 읽는 도시, 인천]
(12) 조양방직과 대룡시장에서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거리두기로 뜸하지만 여유 시간이 나서 가장 자주 들러보는 나들이 장소는 영종도와 강화도이다. 영종도는 섬이지만 국제도시답게 깔끔한 분위기가 멋진 곳이고 강화도는 한마디로 표현이 부족한 정말 다양한 매력이 무궁무진한 곳이라 내게는 새로운 충전을 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섬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게 외지지 않아 서울과도 멀지 않고 시골이라고 하기에는 세련된 카페와 음식점, 편의시설들이 갖추어져 있어 교외의 전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강화도가 좋은 이유를 굳이 더 언급한다면 산과 바다, 비옥한 농토와 값진 농산물, 고건축물과 그에 걸맞은 수많은 전설과 역사, 사계절 모두 아름다워 네 가지 이름을 가졌다는 금강산에 뒤지지 않는 365일 계속되는 자연의 변주들, 그리고 최근 더 활발해진 레포츠 시설들과 특색있는 펜션, 리조트 등 현대와 과거, 자연과 문명이 뒤섞여 있어 갈 때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하다.

 

조양방직 입구에서 _종이 위에 수채_ 36x25cm _2020
조양방직 입구에서 _종이 위에 수채_ 36x25cm _2020

 

그중 최근에 인상적인 곳을 얘기하자면 조양방직이다. 이전에도 타지역에서 기존 공장 건물들의 건축 구조물을 그대로 남기는 방식의 특색있는 레트로 까페들을 알고 있던 터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조양방직은 비교할 수 없이 큰 규모와 근대 한국에서 생산되었던 각종 생필품들과 공장 안 부속물들을 한곳에서 몰아 보는 재미가 꽤 신선했다.

특히 과거에는 촌스럽고 이미지의 복제라는 대량생산품들이 공장 안 벽에 작품처럼 걸려 있으니 거울 아래 새겨진 공작새와 화려한 액자 안 꽃 그림들이 다르게 보이는 마술이 펼쳐진다. 까페 안 안내문을 보니 강화도는 일제강점기 최초로 강화도에 방직 산업의 기계화를 선도했던 곳으로 대구, 구미로 방직 산업이 이전하기 전까지 역사적인 섬유산업을 주도했던 곳이라 했다. 벽면 한편에 걸린 단발의 여공들이 고무신을 신고 직조하는 흑백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교동도 쌍화차 _종이 위에 수채_ 36x25cm _2020
교동도 쌍화차 _종이 위에 수채_ 36x25cm _2020

 

이렇게 트렌디한 까페들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 강화도에 또 한 곳의 핫플레이스를 말한다면 교동도에 있는 대룡시장이다. 교동도는 북한 땅 황해도 연백군과 마주 보는 최전방 섬이라 교동대교를 건널 때 해병대의 신원확인이 필요한 군사 분계선 접경지대로 대룡시장도 황해도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고향 연백 시장을 떠올리며 만든 작은 시골 시장이라고 한다.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된 이후 지금은 편하게 다닐 수 있어 골목 마다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오밀조밀하게 붙어있는 키 작은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7~80년대 골목길 그대로 소소하게 꾸며진 가게마다 정감 있고, 벽마다 그려진 추억의 그림들과 포스터, 벽보 등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가게 문을 닫은 곳들도 여럿 있지만 인심 좋은 상점의 주인들과 이북식 주전부리와 다양한 간식들 덕분에 따뜻한 추억의 시간을 갖게 되는 특별한 곳이다.

시장의 아기자기함과 포구의 순박한 바닷가를 거닐면 이곳이 분단의 긴장감으로 둘러 쌓인 남북 접경지대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어서 빨리 남북한의 화해 무드가 회복되어 대룡시장도 더 활성화되고 일상의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20201220일 글, 그림 박상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