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의 길 - 오염된 지구 살리기 위한 치열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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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의 길 - 오염된 지구 살리기 위한 치열한 시간
  • 지영일
  • 승인 2020.12.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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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화두로 2020년을 보내며
- 지영일 /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전 지구적으로 코로나19가 휩쓴 한해였다. 그것은 커다란 충격, 고통과 함께 블랙홀처럼 우리의 일상을 빨아들였다. 동시에 그 배후에 놓인 기후변화로 유례없던 폭염과 긴 장마, 태풍 등 기후이변을 겪기도 했다. 그에 따라 근본적 원인을 성찰하고 달라져야 할 삶의 방식을 고민해야 했던 우리다.

그렇게 2020년 한 해 어디에 누구든 두 가지의 청구서를 받아든 셈이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라는. 그나마 단기적으로 백신과 치료제가 코로나19에 대처하고 또 극복하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당장 써먹을 백신과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과 고착된 습관에 반한 과감한 선택, 그에 이은 긴박한 대처, 획기적 전환을 향한 매우 강력한 목소리가 높았던 이유다.

이에 거칠게나마 인천에서의 지난 1년을 나름대로 돌아본다. 결론적으로 인천의 지역사회도 코로나19로 정중동하면서 방식을 달리하고자 하는 기후변화 대응에 숨 가빴던 시간을 보냈다. 가장 먼저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인천시민이 마음을 모으고 행동에 나섰던 기후위기대응이 있었다. 인천지역 41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이 모여 지난 2월 인천시청 본관 앞에서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가 온난화를 넘고 기후변화를 지나 기후위기에 이르렀다는 위기의식 속에 인천이 더 늦기 전에 지속가능한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기후비상사태’ 선포, 석탄화력발전 종식을 위한 대응을 인천시, 인천시교육청, 시의회 등에 요구했다. 이를 받아 인천시, 인천시의회, 인천시교육청 3주체가 4월 22일 지구의 날 50주년을 기해 ‘기후비상사태’를 공동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이 자리에서 인천시는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화석연료 에너지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인천에서 탈석탄이 중요한 화두이자 시민사회단체들이 기후위기 핵심현안으로 꼽는 이유는 대규모 화력발전시설이 지역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인천 영흥도에 세계 7위, 국내 3위 규모의 영흥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그를 그대로 두면서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선언이나 구상은 공상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인천시가 빠른 시일 내에 탈석탄을 선언하고, 중앙정부와 함께 2030년까지 석탄화력 발전의 단계적인 폐쇄계획과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환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11위이고, 에너지부문이 전체 배출량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 있는 60기 정도의 석탄화력 발전소도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후 구체적인 탈석탄 이행계획이나 에너지 전환을 위한 세부구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단적으로 박남춘 인천시장이 야심차게 발표했던 ‘인천형 그린뉴딜 종합계획’은 기후위기 대응에 역부족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것이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은 그에 대해 기후위기 해법이 아닌 기존의 성장주의 계획일 뿐이며 기후위기 대응 없는 그린뉴딜, 인천시민을 기만한 졸속 추진이라고 즉각 반발했었다. 그린뉴딜의 본래 취지가 탈탄소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 대전환 정책임에도 정작은 본질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천시의 정책전환을 위한 노력이 없지는 않았다. 시민사회의 요구도 있었거니와 지속적인 협의 속, 하반기에 들어 기후위기와 관련한 자문단을 구성하고 워킹그룹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1월에는 박남춘 인천시장이 ‘탈석탄동맹(PPCA)’ 가입을 공식화했다. 현재 111개 국가·지방정부·기업·단체가 동맹에 가입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충남, 서울, 경기에 이어 인천이 4번째로 가입했다. 인천시가 기후위기에 대한 능동적 대응과 에너지전환의 목표를 국제사회에서 발표한 만큼 2030년 석탄발전 조기폐쇄를 향한 적극적 정책 행보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인천시가 인천지역 8개 구와 합동으로 ‘탈석탄금고’를 선언했다. 탈석탄금고는 자치단체 등이 재정을 운영하는 금고를 선정할 때 평가 지표에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투자 항목을 넣어 금융기관의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박남춘 시장이 밝혔다는 ‘인류의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기후위기에 응답해야 할 때’라는 말이 새삼 가슴을 때렸다.

이렇게 다사다난한 2020년을 뒤로 하며 비로소 진정한 출발선 앞에 섰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위기 앞에 내놓은 의지의 표명이 공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 인천시 관련 부서와 조직, 기관, 전문가, 시민사회의 협력이 굳건해야 할 것이다. 석탄발전의 조기폐쇄를 실질적으로 이뤄내야 하는 과제로 똘똘 뭉쳐야 한다. 에너지분권, 실질적인 지역에너지계획을 위한 정부 대응이 관건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말이 있다. 자료를 보니 1970년대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갤브레이스(J.K. Galbraith)교수의 저서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로부터 기인했다고 한다. 저자는 “과거처럼 우리에게 확신을 주는 경제이론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존 상식이나 전통적 이론으로 예측하기 힘든 상황 혹은 시기를 그리 풀이한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에게 지난 1년이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시각각, 매일 매일을 스스로의 확신에 따라 꿋꿋이 지속가능한 탈탄소의 길, 생태적 삶의 길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치유와 회복을 향한 길고도 치열한 노력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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