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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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하여
  • 정민나
  • 승인 2021.01.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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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나의 시마을]
기회(機會) - 조수현

 

 

기회機會

                                                            - 조수현

용현동 스포츠센터 바둑 공부하러 가느라

사십 오번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은 경칩이다 개구리가 동면에서 나오는 날이다

어제는 웅크리다 오늘은 펄쩍 뛴다

제2의 코로나 사태가 온다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한다고

과학기술 뉴딜정책에 착수할 때라고 야단법석인데

버스 정류장 사람들 저만의 일을 향해 골똘히 서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세 번은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선인들은 말한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식들 학교 교육이 석 달간이나 미루어지고

사람 간에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다

하늘 길도 바닷길도 함께 묶였다

영암에서 인천으로 올라올 때

낯선 곳이 두렵고 힘들었지만

이사 온 것이 기회가 되어 공부도 더 하고

직장도 구하고 장가도 들어

나는 지금처럼 잘 살고 있다

모든 사람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하여

어제는 웅크리다 오늘은 꼿꼿이 어깨를 편다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은 언제 끝날 줄 몰라 인류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못하고 있다. 티비에서는 효과적인 재난 대비법이나 도시 생존법에 대해 종종 방영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사고나 재난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시대가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미래의 위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일명 프레퍼족)도 생겨난 것인데 그들은 평소에 비상탈출 경로를 확인해 두거나 일정한 양의 곡식을 물병에 담아 두기도 한다.

나라와 국민 개인들의 노력뿐 아니라 재난에 대응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가령 원자력 폭발 사고로 방사능 유출 공포를 다룬 <판도라>(2016)나 코로나19와 비슷하게 호흡기 감염병을 다루는 재난 영화 <감기>(2013), 기상이변으로 인해 변종을 일으키는 살인 기생충 이야기를 다룬 연가시(2012), 초대형 쓰나미를 다룬 <해운대>(2009), 평화롭던 한강에 갑작스런 괴물의 출현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괴물>(2006)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그 외 많은 재난 영화들은 21세기를 무심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듯 최악의 사태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혼란한 사회상을 방영한다.

이번 코로나19는 1968년에 발생한 홍콩 독감과 2009년의 신종플루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하는 세계적 대 유행병(팬데믹)인데 코로나 블루가 장기화됨에 따라 사람들의 불안감과 걱정, 우울, 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은 증대되고 있다. 세계보건총회(WHA)는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공조 속에서 백신과 진단기기, 치료제를 시기를 놓치지 않고 만들어내려고 노력하지만 이러한 공정한 대응 속에서도 코로나19의 장기적인 공격은 사람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롭게 하고 지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시간은 가고 절기는 바뀐다. 세상이 아무리 어둡거나 힘들어도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나는 경칩이 오고, 세상이 이토록 우울해도 사람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자신이 가야할 차를 기다린다. 확진자가 속출하는 날에도 세계의 과학자들은 단념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고, 이 시를 쓴 시인 역시 거리두기 단계가 낮아진 오늘, 답답한 집안에서 나와 스포츠센터에 바둑 공부하러 간다.

견디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어도 “자식들 학교 교육이 석 달간이나 미루어”져도 “하늘 길 바닷길이 모두 묶”이어도 인내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때는 온다. “이사 온 것이 기회가 되어 공부도 더 하고 / 직장도 구하고 장가도 들어 / 나는 지금처럼 잘 살고 있다”는 시인의 전언은 걱정과 근심에 빠져 있지 않고 미리 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그 위기가 전화위복이 된다는 말. 그리하여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하여 / 어제는 웅크리다 오늘은 꼿꼿이 어깨를 편다”.

시인 정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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