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소리 듣고 싶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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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소리 듣고 싶지 않다면
  • 전영우
  • 승인 2021.01.27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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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의 미디어 읽기]
(62) 소통 - 나이 든 남성의 경우

 

베스트셀러 목록에 부자 되는 법과 더불어 상위에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소통에 관한 것이다. 인기 분야인 처세술도 소통 전략의 일종이니 인간에게 있어 소통은 존재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늘 소통하고 있지만 제대로 소통하는 것은 어렵기에 소통에 관한 책들이 그렇게 많은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기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신을 알지 못하고 앞으로 알아갈 일도 없는 무관한 사람이기에 편하게 속내를 털어놓기 쉽다는 것이다. 곧 그만큼 주변의 친한 사람들에게 편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소통을 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니 우리는 얼마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던가.

주위 사람들 중에서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 즐거운 사람도 있고, 피곤한 사람도 있다. 왜 그런지 유심히 관찰해보고 분석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운 사람들의 공통점은 경청을 잘한다는 점이다. 경청은 단순히 상대방이 말할 때 조용히 듣고만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진지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듣고 나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딱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도,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반면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만을 일방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에도 경청하지 않고 건성으로 듣고 자신이 다음에 할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틈새만 보이면 비집고 들어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기에, 같이 대화를 하다 보면 즐겁기는커녕 피곤해지기 일쑤인 사람들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들어주는 것은 일견 쉬운 것 같지만, 진정으로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을 내세우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태도를 더 많이 보이고, 그만큼 경청에는 소홀하다. 상대방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는 경우에도, 속으로 딴생각을 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경청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말로 소통을 잘하는 사람, 만나면 항상 편안하고 좋은 사람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청보다는 자신을 내세우는 경향이 강한 것은 존재감을 드러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짧은 시간에 자신을 알리고 홍보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더욱 그런 강박관념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다. 가만히 있으면 알아주지 않으니 어떻게든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유용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과 그저 피상적인 대화만을 나누고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나 때는 말이야~" 이렇게 대화에 뛰어드는 사람에게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사람들의 대화는 항상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업적이나 능력을 대화에서 자꾸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단기적인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코 좋은 전략은 아니다. 실력은 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행동의 결과로 드러나는 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듯 효과적인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한국 남성은 더욱 소통에 서툴다. 그래서 남자들의 대화는 술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이 경청을 유도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감각을 무디게 만들어 경청의 중요성 자체를 아예 희석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같이 술 취해서 알코올의 도움으로 기분이 좋았다는 사실 자체가 일종의 소통 행위로 작용을 하게 되니까.

흔히 나이 들어 연륜이 쌓이면 지혜로워진다고 착각하지만, 나이 들면 더욱 자신만을 내세우고 경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격언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고 느낀다면,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즐거움까지는 아니어도 대화 기피 상대가 되고 싶지 않다면, 더욱 더 입은 닫고 귀와 지갑은 열어놓는 지혜를 갖추어야 할 일이다. 꼰대 소리 듣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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