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태극기에 집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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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태극기에 집착하는가?
  • 전영우
  • 승인 2021.02.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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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의 미디어 읽기]
(64)국가주의 - 통치자를 위한 이데올로기

오죽하면 '태극기 부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싶다. 그 정도로 그들은 태극기에 집착한다. 그들의 집회는 예외 없이 태극기의 물결로 넘실거린다. 자신의 자동차에, 오토바이에, 자전거에 혹은 배낭에 태극기를 매달고 휘날리며 다닌다. 왜 그들은 그렇게 태극기에 집착하고, 태극기를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달고 다닐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최근 출간된 책 '국가의 딜레마'(홍일립 지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가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해답을 모색한 이 책은, 다양한 역사적 맥락과 사상을 기반으로 국가의 의미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나름의 해석을 제시한다.

태극기 부대의 속성에 대한 해석은 3장 '국가라는 괴물'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국가주의에 관한 명쾌한 분석을 통해 국가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에 우선시하는 국가주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개인에게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태극기 부대가 그렇게 태극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태극기는 국가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국가는 숭배의 대상이고 문명과 이성의 대표인 것이고, 태극기는 바로 그런 국가를 상징하는 대표적 상징물이기에 태극기를 분신처럼 여긴다.

태극기 부대가 숭배하는 국가주의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전체주의적 국가에서 상습적으로 통치를 위해 사용된 이데올로기이다. 일반 민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 통치자를 위한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국가가 개인의 삶을 안전하게 보장해주는 수단인 것을 망각하도록 만들고, 오히려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은 희생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주어 통치자의 불순한 의도를 숨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태극기 부대는 곧 이런 통치 이데올로기의 순진한(?) 희생자인 셈이다.

"국가의 딜레마"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국가가 어떻게 특정 계층이 다수 대중을 착취하는 구조를 합리화시키는지 잘 보여준다. 비록 헌법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적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런 미사여구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음을 저자는 통렬하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다른 모든 국가도 동일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그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국가의 형성이 인간 조상의 동물적 본능에 기반한 비천한 출신으로부터 태동하여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적시하고, 기본적으로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구조가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헌법의 문구가 실은 허상이라는 것은, 우리는 드러내 인정하지 않지만 사실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점을 지적하며 저자는 국가주의라는 극단에 대한 대척점으로 반국가주의자들의 주장과 한계를 세심하게 배치하여 균형 있는 시각을 보여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저자는 또한 현재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민주주의 시스템과 이 시스템의 근간인 일반 대중의 속성에 대한 친절한 분석을 제시하고 결국 이를 통해 국가가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말한다. 결국 우리들은 국가의 실체를 냉정하게 직시하고 국가가 정당한 조직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도록 깨어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국가의 딜레마"는 그런 의미에서 어쩔 수 없이 국가에 소속되어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들이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먹고살기 바쁜데 골치 아프게 국가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럴 여유가 어디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내가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쓸데없는 헛수고라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런 태도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고, 그런 태도와 게으름 때문에 소수의 통치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필히 일독해야 할 책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국가를 의심하고 견제하고, 순진한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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