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일어서고 시(詩)로 이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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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일어서고 시(詩)로 이루어지다
  • 정민나
  • 승인 2021.02.22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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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나의 시 마을]
- 조수현 시집 『내 마음의 메아리』

 

조수현 시인의 첫 시집 『내 인생의 메아리』가 2021년 2월 도서출판 다온애드에서 출간되었다. 시인 조수현은 초등 학교장을 은퇴한 후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받아왔다. 그에게 이번 시집 출간의 의미는 아마도 그동안 살아온 삶의 여정을 ‘서랍 정리’하는 것과 같이 ‘성찰의 열매’를 맺는 것이라 하겠다.

그의 시집에는 가난했던 50-60년대 유년 시절의 추억과 성년이 된 후 굴업도 분교에서의 삶의 흔적들이 진솔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섬마을 분교에서의 삶을 담은 이야기 시는 적지 않은데 그 중 『초라한 낙성식』, 『구렁이 천국 굴업도』, 『섬마을 똥 이야기』, 『고무신 인사』와 같은 시들은 한 편의 동화처럼 아련하고 아름다우면서 재미있기까지 하다.

 

한 사람의 졸업식 하면 휴전선 비무장지대 대성동

초등학교 떠 올리지만

졸업식 하면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졸업식 노래만 떠 올려지고

굴업 분교는 한 언니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하여

전교생 열세명의 후배들이

리듬합주 굴업가를 준비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내빈이요 학부모이다.

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다 내 일이다.

격려의 박수도 눈시울 눈물도 함께 흘린다.

끝날 무렵 새로 지은 노래

‘굴업가’도 함께 불렀다.

노랫말은 여자 선생님이

가락은 분교장이 만들었다.

육지 본교 못지않게 척척이다.

졸업은 한 사람이어도

한 학년의 자리매김은 당당하였다.

                        - 조수현 「한 사람의 졸업식」 전문

 

그는 한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으면서 음악을 가까이 하여 직접 작사 작곡을 즐겨 하였다. 그가 작곡한 「굴업도 노래」는 굴업도에서 함께 교사생활을 한 그의 아내 나경숙이 작사하였다. 1절과 2절의 가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황해의 푸른 바다 굴업도 안고 / 덕물산 연평산 정기 받들어 / 산기슭 아담한 삶의 배움터 / 몸과 마음 갈고 닦아 뻗어갈 우리 / 배우자 힘차게 굴업의 건아 / 우리들은 자란다 대한의 길로

늘푸른 넓은 바다 굴업도 안고 / 포근히 감싸준 맑은 물결에 / 앞마을 뒷마을 고운 모래밭 / 낱알모래 쓸어 모아 모래밭 되듯 / 배우자 힘차게 파도를 타고 / 굴어건아 나아간다 대한의 길로

- 작사 나경숙, 작곡, 조수현 「굴업의 노래」 전문

 

이 외에도 조수현은 개교한 학교에 부임하여 교가를 작곡하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시 같은 그의 음악은 아이들의 교정(인천 검암초교)에 오래도록 울려 퍼질 것이다.

그의 시 세계는 그가 몸담은 학교에서의 에피소드나 경험을 사실적으로 진술하거나 묘사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옛날이야기이지만 지금 세대의 젊은이들이 읽어도 감정선이 닿아 공감을 일으킬만한 시들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그의 ‘인생론 전집’이라 할 수 있는데 그가 드러내는 사회상이나 인간관계, 특히 부모 형제나 배우자, 자식, 지인들과의 관계는 꾸밈이 없고 가감없이 진실하여 삿됨이 없다.

『논어』 「위정」 편에서는 시가 ‘사무사’라고 했다. 조수현이 사십 사년 사 개월 동안 열일곱 번이나 일터를 갈아타고 다닌 흔적이 우장(雨裝)을 쓴 날씨처럼 변덕이 심하고 굴곡진 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는 언제든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하여 우뚝 섰다. 이 정도로 정직하고 꾸밈이 없다면 그가 이번 ‘시집 출간’을 통하여 생의 서랍 정리를 하더라도 기분이 매우 개운할 것 같다.

시인 정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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