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절대 안돼! 』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1913년 세기의 여름』
『페미니스트입니다만, 아직 한드를 봅니다』
인천in 기획연재 [작은 책방, 그 너머의 기록]의 필진이 추천하는 도서목록을 매주 소개합니다. 이번주에 추천해주시는 분들은 필진 '딴뚬꽌뚬' '마쉬책방' '동네책방 시방'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서점안착' 책방지기 5분입니다.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추천 : 『그렇게 이상한가요』 고혜경 외 5인, 키효북스
우리는 살면서 남들과 비교하며 나의 삶을 재단하곤 합니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맞을까 수시로 걱정도 잊지 않죠. 옆을 보지 않고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가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인생이라는 난제에 명쾌한 답은 없습니다. 정답이 없는 걸 알면서도 굳이 해답을 찾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렇게 이상한가요」 책의 한 문장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인생이 똑같이 흘러가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우리는 이렇게 다른데 말이죠.”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듯, 무엇으로 생각하든, 어떻게 해석하든 모두 다 맞는 거 아닐까요?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 말이죠. 6명의 작가님들의 나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다채롭게 담겨있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유쾌한 공감과 솔직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마쉬 책방 추천; 『코끼리는 절대 안돼!』, 리사 맨체프 글, 유태은 그림, 김선희 옮김, 한림출판사
아무도 코끼리를 키우지 않기 때문에 코끼리를 반려동물로 키우면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게 됩니다. ‘코끼리는 절대 안 돼!’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문 앞에서 코끼리와 아이는 다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매일 수백 명씩 코로나가 확진되며 5인 이상 집합 금지도 몇 달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큰 명절인 설에 가족끼리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긴 설 연휴가 끝날 무렵 정부의 조치가 발표됩니다. 직계가족의 경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형제(자매, 남매 포함)는 직계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없이는 형제끼리의 만남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합니다. 부모 자식은 코로나가 전염되지 않고 형제끼리는 감염률이 높다는 연구나 근거는 없습니다. 부모가 없는 가정에서는 형제가 서로의 부모가 됩니다. 부모와 자식만을 가족으로 그은 선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모든 사람이 경험하지 못 한 경우를 모두 헤아려 말하고 행동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법이라는 것, 국가에서 시행하는 조치라는 것들은 누군가를 소외시키는데 익숙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요? 소위 사회에서 만들어내는 정상 범위라는 것들이 자주 소수와 때론 다수의 사람들을 테두리 밖으로 밀쳐냅니다. 지금은 내가 아니라도 언제고 누구든 그 테두리 밖에 서야 할 경우가 분명히 생깁니다.
그림책 <코끼리는 절대 안 돼!>를 통해서 우리가 가진 평범에 대한 편견과 다름에 대한 차별이 만드는 상처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법을 조금이라도 배워봅니다. 많은 분들도 그림책을 통해 함께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동네 책방 시방’ 추천 :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유계영 등 지음, 아침달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짝이 되는 동무’라는 ‘반려’의 사전적 의미처럼,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개념을 넘어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서로 기꺼이 곁을 내줍니다.
오늘 소개하는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는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김상혁, 박준, 송승언, 심보선, 안미옥, 유계영 등 스무 명의 시인이 각각 두 편의 시와 한 편의 짧은 산문을 써 엮은 ‘댕댕이 시집’입니다.
유계영 시인은 여는 글에 ‘개들은 항상 그런 식이다. 인간보다 더 맑게 인간을 용서할 줄 안다. 행복할 때에도 슬플 때도 솔직하게 흔들리는 꼬리처럼’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처럼 개들은 내어주고도 대가를 바라지 않아요. 무조건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베풀죠. 그래서인지 제목부터 크게 와닿았습니다.
저는 16년 8개월 동안 반려견을 키우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감정을 전부 배웠던 것 같아요. 불과 3주일 전까지만 해도 그 아이의 몸을 쓰다듬으며 더 오래 머물러주길 바라고 또 바랐었지만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강아지들을 키우면서 죽음과 이별을 배웠다’는 심보선 시인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어요.
반려견을 보내고 겨우 견뎌내는 날들을 보내며 틈틈이,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웃고 또 울었습니다. 지난해 출간된 시집임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소개하는 이유는 제가 지쳐있을 때나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면 조용히 곁에 다가와 온기를 전해주던 반려견처럼 따뜻하고 감동이 느껴지는 위로의 시집이기 때문입니다.
강아지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키우는 과정뿐만 아니라 이별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간직하고 싶은,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만한 글들로 묶여있습니다. 챕터마다 글을 쓴 시인과 반려견의 일러스트,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려 있어 정다운 순간을 더욱더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어요.
딴뚬꽌뚬 추천 ; 『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한경희 옮김, 문학동네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책입니다. 혹시 역사책은 지루하다고 생각하실 분이 계시다면, 아마 이 책이 역사라는 소재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줄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1913년은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었던 전쟁이 벌어지기 1년 전입니다. 하지만 플로리안 일리스는 1914년의 역사적인 대사건이 아니라 1913년의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일화들을 모아놓은 이 책에 ‘세기의 여름’이라는 어마어마한 제목을 붙였습니다. 1913년이 세기의 여름이라니, 제목부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지 않나요?
1913년에도 유럽 문명은 여전히 전성기에 있었지만,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그러한 진보와 번영이 앞으로도 이어지리라는 낙관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서구문명에서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사그라들고, 그 빈자리를 불안과 강박이 채워가는 모습을 일상적인 풍경들을 통해 바라보게 됩니다. 그것도 지그문트 프로이트, 토마스 만,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버지니아 울프, 오스카 코코슈카 등 19세기말 20세기초 최고의 예술가들과 지성인들의 일상을 통해 말이지요. 어쩌면 굵직한 인물들이 겪은 사소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나오는 이 책의 구성이 독자들에게 혼란과 어려움을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야?’라는 생각에 빠져 에피소드들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정말 재미있으니까, 남의 이야기 듣는 재미로 즐겁게 책을 읽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서로 무관한 인물들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절묘하게 연결시키며 1913년이라는 세기말적 풍경화를 완성해 나가는 글쓴이의 모자이크 실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 모자이크화를 통해 벨 에포크의 마지막 한 해가 풍겨냈던 절망적이고 환멸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서점안착 추천 ; 『페미니스트입니다만, 아직 한드를 봅니다』권순택, 김세옥, 탐탐
- 부제 : 한국드라마에 여전히 기대하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
책은 4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1, 2장에서는 다양한 한국 드라마에서 보여진 여성 주인공을 젠더 관점에서 살피면서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해도 충분히 알아 들을 정도의 줄거리를 제공합니다. 작가는 ‘기승전-연애’가 공식같던 한국 드라마에 조금씩 변화가 오고 있음에 주목하며, 아쉬운 설정 속에서도 돋보이는 주체적 여성 캐릭터가 시사하는 점을 짚습니다. 기존 드라마 속 여성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서사를 갖고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히려 판타지처럼 보이는 것은 드라마에서 만들어놓은 여성의 한계를 대중이 자연스레 납득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점도 놓치지 않습니다.
3장에서는 미디어 및 대중문화 전문기자, 연구자, 인권과 법 제도 개선 활동가들과 만나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속의 아쉬웠던 부분과 앞으로의 기대에 대해 이야기 하고, 4장에서는 3장의 전문가들이 젠더 관점으로 추천하는 드라마를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작가는 처음부터 한국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내비칩니다. 책 소개글처럼 드라마에서 그동안 소외시키고 왜곡시켰던 여성들의 삶을 제대로 담아내는 길에 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시선으로 미디어와 대중문화, 인권, 노동의 현실을 함께 이야기하는 출판사 ‘탐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