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토크] 청소년들에게 듣는 '알바 피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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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토크] 청소년들에게 듣는 '알바 피해' 현장
  • 이병기
  • 승인 2010.02.16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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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무시는 기본, 폭언과 노동력 착취 심해

어른들의 그릇된 인식이 일터에 나간 우리 청소년들을 멍들게 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소위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며 늦은 밤까지 일하는 청소년들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일은 더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청소년들이 폭언이나 성추행을 당하더라도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할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청소년들의 노동인권 피해 현장을 그들에게 직접 들어보자.

[생생토크 참석자]
조원일 부천중원고 3학년
홍대기 해양과학고 3학년
박혜민 인천여고 1학년
윤지영 부천계남중 1학년

취재 이병기 기자

조원일 학생조원일(이하 조)
아르바이트는 지금 하는 것을 포함해서 3번째 하고 있어요. 처음은 주유소에서 시작했고, 식당에 이어 지금은 학원에서 보조 강사로 일하고 있어요. 제 경우에는 페이(급여)도 만족스럽고, 시간도 괜찮아요. 하지만 친구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 특히 편의점에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최저임금이 4110원인데 2800원을 받기도 해요. 또 법에 걸리지 않게 3600원만 주다가 3개월만 일을 시키고 나가라고 해요.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기존 4000원에서 4110원으로 인상되면서 주 33시간제 근로사업장은 수습근로자에게 3개월까지 최저임금의 90%인 시간당 3699원을 지급할 수 있다.)

홍대기(이하 홍)
급여도 문제지만 다른 면에서도 부당한 면이 많아요. 저도 처음 일한 곳이 주유소였는데, 그곳이 공장 주변이라 트럭을 비롯해서 차가 굉장히 많았어요. 쉬는 시간도 없었죠. 밥 먹으려고 하면 15분 이내로 먹으라고 했어요. 천천히 먹기라도 하면 소장이 와서 빨리 먹으라고 하죠.

또 내가 일하기로 한 시간은 7~8시간인데 혹시라도 한 명이 빠지기라도 하면 대신 했어요. 겉으로는 "자유 의지로 정해라"라고 말하지만 암묵적으로는 일을 더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요. 근로시간이 넘어가면 추가임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그런 것도 없었구요. 10분~15분 일 더 하고 가라는 것은 자주 있었죠.

친구 부탁으로 친구 아버지가 주인인 편의점에서도 알바를 했었죠. 점장은 따로 있었는데 저한테 욕을 많이 했어요. 마감때 계산이 잘못되면 책임은 무조건 제가 졌죠. 주말 야간 근무였는데 야간 인센티브도 없이 시급 3500원만 주더라구요.

주유소에서 일할 때 당한 일이 너무 억울해서 신고도 할까 생각했었는데, 아버지가 참으라고 했어요. 또 같이 일하는 애들도 다 청소년들이었는데 모두 순응하는 분위기였죠. 나만 이상한 놈 되는 것 같고. 그냥 '이런 사회 현실을 알았다는 것 자체가 공부다'라고 생각했죠.

박혜민 학생박혜민(이하 박)
저는 아직 알바를 해보지는 못했고 친구한테 들은 얘기는 있어요. 친구가 고1 때 저녁 5시~11시까지 편의점에서 알바를 했어요. 그 전까지는 편의점에서 주류와 담배를 팔기 때문에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은 알바를 못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 친구도 알바를 하고 싶어 하고, 편의점도 직원을 구하지 못하다 보니 사장이 "우리 둘이 맞으니 임금을 깎아서 하자"고 친절하게 말했대요. 저희가 "너 나중에 걸리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부모님 동의서 있으면 괜찮다고 하던데"라고 말했어요.

다른 친구는 중3 때 오후 4시~5시 쯤 학교가 끝나자마자 분식집에 가서 저녁 늦게까지 알바를 했는데도 한 달에 60만원만 받았어요. 또 식당에서 일했던 친구는 50만원 받으면서 매일 5~6시간씩 서빙, 청소부터 설겆이까지 되게 힘들게 일했어요. 친구들은 일단 돈을 벌어야 하니까 월급이 적아도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거죠.

윤지영(이하 윤)
아는 오빠가 고1인데 작년에 피씨방에서 일했어요. 시급은 3000원 정도 받았구요. 낮에만 일했는데 사장이 사소한 걸로 트집 잡아서 많이 혼났다고 해요. 피씨방에서 노래를 틀어줬는데 최신곡을 안 틀었다고 화내고. 별걸로 다 혼냈나 봐요. 끝날 시간이 됐는데도 보내주지 않고.


청소년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런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 일을 그만 두는 게 다예요. 적극적으로 문제 삼지 않아요.


혹시라도 처음에 계약서를 요구하면 사장이 귀찮다고 안 쓴다고 해요. "골치 아픈데 차라리 다른 애를 쓰겠다"고 말하죠.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청소년들은 많고, 일 할 곳은 적으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예요.

홍대기 학생
청소년들은 이런 일들에 '순응'하는 데 익숙해져 있어요. 일부는 아는 사람도 있지만 거리감이 멀죠. 어떤 학교는 알바를 규정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어요. "저 알바 하는데요"라고 말하면 부정적으로 보거나 그만두라고 개입하는 어른도 있어요. 정부가 "청소년들의 노동인권은 당연하다"고 말해도 실질적으로 우리 피부에 와 닿진 않아요. 노동부에 신고한 친구도 있었는데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은 적도 있었어요.


'알바'를 하면 학교에서도 인식이 좋지 않아요. 하지만 생활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편의점에서 새벽 야간 일하고 6시에 끝나 학교에 와서 자는 거죠. 선생님들은 뭐라고 하고.


어른들은 "너희가 지금 알바 해서 가계살림 보태는 것보다 공부하는 것이 낫다"고 정당화해요. 그러나 그 친구들은 당장 급해 고민할 여유조차 없어요. 이런 친구들이 생계적 고민을 하게 만든 사회가 부끄러워요.


저도 앞으로 주유소나 피씨방에서 알바를 하고 싶어요. 부모님이 용돈을 주기는 하지만 많지 않거든요. 내가 벌어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 어른들은 임금이 싸고, 애들이 원하니까 우리들을 이용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어른이었으면 부당하게 대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죠. 청소년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고 자신이 강압적으로 대하더라도 '난 돈만 원하니 상관 없다'는 태도죠. 노동부에서 '벌금을 부여하겠다, 청소년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해도 어른과 학생들 모두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적은 임금에도 알바를 하려는 친구들이 있고, 그 친구들을 이용하려는 어른들도 계속 생기겠죠.


우리들이 알바를 하는 이유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함이 아니라 단순히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한 것이라도 알바는 고된 과정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요. 알바를 하면서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잘못된 시각으로만 보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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