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방]이 추천하는 도서목록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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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이 추천하는 도서목록 (33)
  • 작은책방 책방지기
  • 승인 2021.03.0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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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아이』
『엄마, 나는 오늘도 삽니다』
『기억하겠습니다 : 일본군 위안부가 된 남한과 북한의 여성들 』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나의 10년 후 밥벌이』

인천in 기획연재 [작은 책방, 그 너머의 기록]의 필진이 추천하는 도서목록을 매주 소개합니다. 이번주에 추천해주시는 분들은 필진 '딴뚬꽌뚬' '마쉬책방' '동네책방 시방'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책방지기 4분입니다.
 

 

- 마쉬 책방 추천 ; 『태어난 아이』 사노 요코 글. 그림, 황진희 옮김, 거북이 북스

이 그림책은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아이는 태어나지 않았으니 모든 일이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다가 아이는 공원에서 넘어지고 울면서 엄마에게 달려가는 한 아이를 봅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반창고를 붙여주는 것을 봅니다.

'반창고 반창고'

태어나고 싶지 않던 아이는 태어나지 않아서 아무 상관이 없던 아이는 아프지도 가렵지도 배고프지도 않던 아이는 반창고를 외치며 태어납니다. 반창고는 아픔이며 동시에 치유입니다. 아이는 태어남으로 인해 상관이 있어졌습니다. 관계가 시작된 것이지요. 모든 감정의 근원이 관계이지요. 아마도 죽을 때까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근원적인 욕구일 것입니다. 이 그림책은 단순하지 않기도 하고 굉장히 단순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의 아이가 말하듯이 태어나는 것은 피곤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선택하고 기꺼이 때론 아프고 때론 즐기며 살아가지요. 지금 같은 시기에는 누구를 탓하고 미워하기보다 서로에게 반창고를 붙여주고 반창고가 되어주어요. 피곤하지만 살아갈 이유가 되는 관계의 힘으로 또 함께 살아가보아요.

그림책 《태어난 아이》는 2004년 세상에 태어난 아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가 절판되고 2016년 번역가 황진희 선생님의 번역으로《태어난 아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판되었습니다.
 

-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추천; 『엄마, 나는 오늘도 삽니다』 박희진 외 3인 키효북스

‘엄마, 라는 말은 참 신기합니다. 소리 내어 입 밖으로 꺼내면 툭하고 터질 것 같고, 반대로 꾹 삼켜버리면 뭉툭한 마음 끝이 저릿해집니다. 숨겨도 보고 열심히 외면 해봐도 결국 돌고 돌아 마주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엄마, 그래도 오늘을 삽니다」 책은 그러한 순간들을 용기 있게 그려냈습니다. 네 명의 작가님들이 엄마와 딸, 그리고 가족과 나에 대해서 솔직하게 인생을 풀어낸 책입니다. 누군가는 부재의 상실에 눈물 짓기도 했고, 다른 이는 상처를 돌보며 스스로를 안아주었어요. 또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깨닫기도 하고, 잊고 지냈던 감사함에 미소 지었습니다. 아직 ’엄마‘에 대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면 이 책을 통해 작은 실마리를 얻어보면 어떨까요.

 

딴뚬꽌뚬 추천 ; 『기억하겠습니다 : 일본군 위안부가 된 남한과 북한의 여성들 』 이토 다카시 글 · 사진, 안해룡 · 이은 옮김, , 알마출판사

기억하겠다는 책 제목은 의미심장합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기억이라는 언덕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이니까요. 이 사건에서 기억의 주체는 당연히 피해자인 할머니들이지만,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사람들은 할머니들의 기억이 의심받도록 끊임없는 공작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극우세력이 명성 높은 교육기관에 꼭두각시 교수를 심어놓고 학술논문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런 역사 테러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왜 성노예 문제를 부정하려는 자들은 이런 비열한 공격을 계속하는 것일까요? 이는 그들이 할머니들로부터 기억 주체 자리를 찬탈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공식적 기억’으로 만들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뜻대로 된다면 피해자들의 기억이 잊히게 될 것은 물론, 가해자들의 범죄와 그 후손들이 물려받아야 할 책임도 없었던 일들이 되겠지요.

그러므로 할머니들의 기억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이 기억들을 물려받는 것은 할머니들과 연대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실천입니다. 일본인 이토 다카시가 할머니들과 나눈 인터뷰를 엮은 『기억하겠습니다』는 그 사례입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신 할머니들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어느 양심적인 ‘일본인 남성’이 기록한 그 분들의 증언은 이 책 안에 남아 우리와 만나게 됩니다. 그 증언들을 듣고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국적과 성별, 나이와 시대, 생과 사를 초월하여 돌아가신 분들과 함께 부당한 망각에 맞서 싸우는 기억의 주체가 됩니다.

불행한 역사를 기억하는 일은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하는 일은 우리가 미래를 어디로 이끌어야할지 성찰하기 위한 준비입니다. 그러니 나아갈 방향(方向)을 고민하지 않고 그저 미래를 지향(指向)하겠다는 말은 실현 불가능한 거짓말입니다. 할머니들이 생전에 남기신 목소리들은 우리에게 그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 ‘동네 책방 시방’ 추천 :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글 윤여림·그림 안녕달, 위즈덤하우스

여전히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 아이들은 설렘과 염려 속에 새 출발을 위한 발걸음을 뗐습니다.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언제 이렇게 컸나, 뭉클한 마음이 더하죠. 어른도 낯선 환경에 놓이면 적응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한데 아이들은 그 과정이 얼마나 두렵고 막막할까요.

오늘 소개하는 도서는 따뜻한 글과 그림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와 엄마가 분리 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용기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림책이에요. 저와 아이가 3년 동안 꾸준히 읽고 있는,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라는 제목은 부모와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주문 같습니다. 실제로 저와 아이는 잠시 헤어질 때면 “잘 다녀와”라는 인사 대신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라고 말하며 포옹을 나눕니다. 그 순간 두려움은 사라지고 환한 웃음꽃이 피어나죠.

이 책은 엄마랑 처음 떨어져 유치원에서 하룻밤 자고 나오는 아이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기다리며 아이의 지난 시간을 회상합니다. 아기였던 시절, 잠시라도 엄마가 안 보이면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 유치원에 가게 되었을 때 다시는 엄마를 못 볼 것처럼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안 가겠다고 떼를 쓰던 아이.

그런 아이가 성장하여 엄마와 하루를 떨어져 지냈습니다. 아이를 보내고 엄마 역시 보고 싶은 마음을 가다듬고 씩씩하게 하루를 보내며 언젠가 엄마의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을 누빌 아이를 상상해봅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하더라도 언제나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걸 엄마와 아이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아래 문장을 가슴에 심어 두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야,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렴. 날다가 힘들고 쉬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오렴. 엄마가 꼭 안아 줄게.’
작년 한 해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감내해야 했던 우리 아이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를 읽어주며 이제 막 새롭게 시작한 날갯짓에 용기를 불어 넣어주세요.
*추천 연령 : 4~7세

 

서점 안착 추천; 『나의 10년 후 밥벌이』 이보람, 헬로인디북스

오늘을 그럭저럭 버텨냈는데 10년 후 뭐해 먹고살지 생각하면 너무 막막해 주저앉아서 엉엉 울고 싶어진다는 42세의 7년 차 책방 지기 이보람. <10년 후의 나의 밥벌이>는 나이 듦과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이보람 작가의 고민이 담긴 세 번째 책입니다. 인터뷰 형식의 이 책에는 37세~45세까지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는 7명의 밥벌이와 삶이 담겨있습니다.

처음 작가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오는 답답함을 안고 시작합니다. 계속 이렇게 암울한 현재만 이야기할 것인지 걱정될 즈음 인터뷰가 시작됩니다. 인터뷰이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꺼내 놓은 작가의 코멘터리(때론 신랄하고 때론 코믹하고, 가끔 자학적인)는 책을 읽는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며 공감과 비공감 사이를 다니게 합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부러워할 수도 있는 직업을 가진 작가이지만, 끊임없이 현실을 걱정하고 실천하지 못할 수도 있는 미래를 계획합니다. 내일을 계획하는 이야기에서 사실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단순하게 읽을 수도 있는 ‘밥벌이 에세이’가 별 생각을 다 갖다주더라고요.

추가로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블라인드를 내려놓아도 손님이 들어오는 책방이니 가진 게 없다고 우는소리 말자”던 대목에서는 내가 이보람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현타도 옵니다. 책 속 표현대로 낀낀 세대의 타인이 내놓은 밥벌이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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