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인호 인천여상 교사 / 청소년노동인권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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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인호 인천여상 교사 / 청소년노동인권 네트워크
  • 이병기
  • 승인 2010.02.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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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필요


하인호 인천여상 교사

취재: 이병기 기자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3학년 때 현장실습을 나가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학생들의 신분은 실습생이지만 일하는 것은 일반 노동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처럼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처음 접하는 노동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에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합니다."

하인호(57)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는 청소년 노동인권과 관련해 인천을 넘어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전문가다.

그는 실업계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보면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더불어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와 청소년노동인권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피해사례를 조사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 교육 과정은 사회에 첫 발을 딛는 학생들에게 노동인권을 알려줄 수 있는 장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노동인권 교육 뿐만 아니라 교사와 어른들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잘못된 인식 역시 청소년 노동인권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일선 학교에서는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형식적으로 외부 강사를 불러와 강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들조차 '돈 벌어서 비싼 핸드폰이나 사려고 한다', '공부나 하지 아르바이트는 왜 하냐' 등의 부정적 인식이 대부분이다.

하 교사는 청소년들이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입장이 되어 직접 체험해 보고 느끼면서 해결 방법을 함께 찾는 등의 실질적인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선 교장과 교감조차 "일터에 가서 말 잘 듣고, 일을 잘 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지 권리를 찾는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대부분 갖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요즘은 가정이 해체되거나 생계가 막막한 집이 많습니다. 자녀들은 용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죠. 공부에 필요한 것들을 사야 하지만, 가정에서 돈을 주지 않으면 자신이 벌어서 쓸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들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올바른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피해를 받게 되겠죠."

하 교사는 청소년 노동인권을 기본적으로 학교가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한다. 학창 시절은 청소년들이 처음 노동을 접하는 시기기 때문에 노동이 무엇인지, 자신이 번 돈의 가치나 어떻게 쓰는 것이 유용한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한다. 외국은 13~14세가 되면 스스로 용돈을 벌어서 쓰는 것을 장려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부정적 인식이 많아 자립심을 키워주는 차원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기업체에서는 말 잘 듣는 성실한 사람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기계처럼 양순한 사람을 요구하는 거죠. 거기서 권리를 얘기하면 통하지 않는 겁니다. 교사들조차도 그렇게 배웠고, 사회가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돌아갑니다. 예전 독재정권 때는 통할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그들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게 만듭니다. 여전히 지시나 강요로 성과를 내려고 하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인호 교사는 "요즘의 학교 교육 자체가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기보다는 이기거나 딛고 서는 교육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갈수록 힘들어진다"며 "학교와 교육청, 노동부 등 사회 전반에서 청소년 노동인권에 관심을 갖고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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