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 언론 책임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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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 언론 책임도 크다
  • 전영우
  • 승인 2021.04.0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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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의 미디어 읽기]
(68) 부동산 책임 정부에 몽땅 뒤집어씌우는 언론
채널A 캡처
채널A 캡처

 

"부동산 기사가 아니라, 집 기사"를 보고 싶다는 취지의 글을 읽었다. 왜 아니겠는가. 미디어에 넘쳐나는 것은 부동산, 곧 집 값 관련 기사다. 모두들 집값에 목을 맨 것처럼 보인다. 어디 아파트가 얼마가 올랐고, 어디는 얼마이고, 어디는 얼마가 올라갈 호재가 있다는 식의 보도가 집과 관련한 우리네 부동산 기사이다.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기사, 즉 부동산의 값어치가 아닌, 사람 사는 공간으로서의 집에 관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똘똘한 강남 아파트 한 채"와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은 특히 보수 언론이 단골로 뽑는 제목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언론은 집을 사람 사는 공간이 아니라 투자 내지는 투기의 대상으로 취급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너무나 당연해서 부동산 기사는 당연히 부동산의 가치와 전망에 관한 기사일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아파트 건설 붐과,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려서, 집에 관한 기사가 곧 돈에 관한 기사가 되어버렸는데 아무도 이상하게 느끼지 않는다.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인데, 잘못되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문제를 문제로 느끼지 못할 정도이니,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

집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이고 따라서 집의 가치를 말한다면 당연히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으로서 적합성, 편의성, 또는 삶의 질과 관련한 얘기를 해야 한다. 미디어에서 집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면, 당연히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구조의 집은 어떠해야 하는가 등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서의 내용이 더 많이 다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집값, 전세값 급등에 최근 LH 사태까지 겹쳐서 더욱 부동산은 가격과 투기와 결부되어 다루어지고 있으니, 이 난제를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언론 특히 보수언론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몰고 가고 있는데, 정부 정책도 문제이지만 언론이 부동산을 대하는 태도는 더 문제이다. 부동산 문제에 관한한 언론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동안 언론의 보도행태를 보면 철저하게 건설사와 부동산업자 시각에서 접근하지 않았던가.

언론은 그동안 정부가 규제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날선 비판을 했고, 마치 부동산 경기에 한국의 사활이 달린 것처럼 기사를 쏟아냈다.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세금 정책은 항상 '세금 폭탄'이라는 자극적 제목을 뽑았다. 또한 빚내서 집을 사야만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것도 언론이 보여준 행태였다. 한편으로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투기를 규제하려는 정부 정책을 비난해 놓고, 부동산 문제의 책임은 몽땅 정부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부당하다.

정부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정책은 문제가 많았고, 그 결과 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불만을 갖게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를 비난하기에 앞서 언론은 자신들의 보도 행태가 과연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것이었는지, 있는 사람들의 자산을 지켜주고 건설사 광고주 이익을 챙기는 기사를 쏟아내지 않았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덮어놓고 정부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자기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까지 언론이 유포하고 있으니, 마치 그동안 부동산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은 바보라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이것이 과연 부동산을 안정시키고 서민들을 위하는 언론의 보도태도라고 볼 수 있겠는가?

부동산 문제의 본질은 복합적이어서, 단순하게 부동산 관련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 문화, 지리적 위치, 그리고 상위 기득권 계층의 자기 이익 지키기 등 여러 사회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따라서 단순히 부동산 정책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이다.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 접근법이 필요할 때이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릴 일이기에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책임 있는 언론의 역할은 자명하다. 문제의 본질을 짚고, 장기적 안목으로 일관된 정책 방향을 정부가 세워서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금처럼 단순히 특정 정권에 대한 호불호때문에 언론의 논조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 

미디어에서 부동산 문제를 다룰 때 더 이상 집 값이 아니라, 삶의 질을 다루는 콘텐츠로 채워질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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