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노동안전보건 조례 제정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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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노동안전보건 조례 제정에 부쳐
  • 김은복
  • 승인 2021.04.0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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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칼럼] 김은복 / 노무사, 민주노총인천본부 노동법률상담소

 

 

- 강력한 집행의지와 실천을 촉구한다.

2021년 3월 23일 시의회에서 인천광역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증진을 위한 조례(이하, 노동안전보건조례)가 통과되었다. 이번 조례는 산재예방과 노동안전보건 증진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경제생태계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적용대상은 인천시와 인천시 산하 공공기관 및 출자·출연기관, 건설현장, 불완전 고용 노동자, 외주 사업장, 이주노동자 그 밖에 노동안전보건이 취약한 사업장과 노동자이며, 주요 내용에는 인천형 명예산업감독관 운영, 노동안전보건센터 설치(또는 운영), 노동안전보건 자문위원회 설치(또는 운영), 노동안전보건 우수기업 인증, 유해작업 도급 금지, 노동안전보건에 관한 실태조사,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이에 인천시는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1년 단위로 시행계획을 집행하면서 노동자 참여 확대방안 마련, 정책연구, 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 관리지도, 안전보건에 관한 교육과 홍보, 사업장 자체 점검 지원, 안전보건 관련 정보 제공, 법령 위반 신고 지원, 산재 노동자 재활과 재취업 지원 등 사업을 집행하도록 정하였다.

부동의 산재 사망 세계 1등 대한민국에서 2017년 8월 고용노동부는 중대산업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했고 2018년 2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법안을 마련했으며 (2018년 12월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산재사망으로 비로소) 2019년 1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에 2020년부터 공공행정기관과 각급 학교 현업 노동자들이게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적용됨으로써 기재부는 공공기관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을, 고용노동부는 공공기관 안전활동 수준평가에 관한 고시를 제정·시행했다.

나아가 2021년 1월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어 내년 2022년부터 노동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2024년부터 노동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그리고 2023년에는 산재예방 전담조직인 산업안전보건청 출범이 예정돼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각 지자체들은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도입했다.

경기도는 2018년 3월에 전국 최초로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제정했고, 서울은 2019년 2월에 산업안전과 노동환경 전담조직을 먼저 설치한 뒤 2020년 1월에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경남(19년11월), 부산(20년5월), 전남(20년5월) 충남(20년10월), 울산(20년12월), 전북(21년2월)이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인천시가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제정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현장이 안전해지는 건 결코 아니다. 중요한 건 관점과 강력한 집행의지일 것이다. 여전히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어가며 병들어가는 게 현실이고 작은 사업장일수록 또 비정규직일수록 더 그렇기 때문이다.

연수구 상가 신축현장 50대 건설 노동자가 떨어지는 벽돌에 맞아 사망, 서구 폐기물 처리업체 하청 소속 8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 미추홀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60대 건설노동자가 천공기 수리 중 기계가 작동되어 사망, 28세 청년 건설 노동자가 남동구 고잔동 아파트형 공장 신축 현장 8층에서 추락하여 사망 등 올해 1~2월에만 인천지역 중대재해가 10건에 이른다. 인구 300만명을 내다보는 인천에 사업체는 10만개 수준이고 사업체 고용인원은 97만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체(안전·보건관리자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같은 관리조직이 없어도 되는 사업체)는 98%, 50인 미만 사업체의 고용인원은 전체 고용인원의 67% 수준이다. 2019년 인천의 산재 건수는 6천 건이 넘었고 그 가운데 사고 산재가 5천 건이 넘는다.

고용노동부의 2018년 산재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노동자수 대비 재해자 수로 산출하는 재해율에서 인천(0.65)이 전국(0.54)에서 강원(1.08) 다음으로 높고, 사고성 재해율도 인천(0.59)이 전국(0.48)에서 강원(0.72) 다음으로 높다.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비율(만인율)은 0.70으로 전국 평균 0.51을 상회한다.

즉 인천은 재래형 산재사고와 중대재해가 많은 지역이다. 재래형 산재가 많다는 건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안전보건 관리의 사각지대인(안전보건관리 체계 밖의) 50인 미만 사업체와 비정규직 등 취약 노동자가 많은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한편 현행 노동안전보건 법 체계는 사업장 자체 안전보건관리 조직을 통해 현장을 관리하도록 설계했고, 이러한 사업주의 안전보건 관리 책임을 중앙정부(고용노동부)가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인천에는 2개의 고용노동청이 있고 각 청의 산재예방과 직원 숫자는 36명(중부청 24명, 인천북부지청 12명. 수도권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 제외)에 불과하다. 자! 현실이 이러한데 현행 노동안전보건 시스템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년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위와 같다. 중앙 정부가 메우지 못한 노동안전보건의 공백을 지방정부가 나서서 메우고 강력한 집행의지로 노동현장의 안전보건증진을 관철시켜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드러나 있던 것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노동안전보건은 헌법 상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기본이다. 누구라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며 먹고 살 수 있는 곳에서 가족을 이루고 정착하고자 할 것이다. 즉 노동안전보건은 지역사회가 지속발전하는 밑바탕이다. 그러나 노동안전보건은 언제나 부차적인 비용이었고 먼 훗날의 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루면 안 되는 오래된 숙제이다. 이에 촉구한다.

인천시는 소속 공무원과 공무직의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법률적 책무와 안전배려 의무를 철저히 실행해야 한다. 인천시와 산하 공공기관이 발주하거나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모범적인 관리자로서 지도하고 노동안전보건이 부실한 사업에 대해서는 철저히 평가하고 시정에 반영해야 한다. 인천시는 올해 안에 노동안전보건 전담조직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 그 전담조직의 인력, 권한 그리고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노동안전보건센터, 노동안전보건 자문 위원회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확보되고 신분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안전보건을 위한 재원마련과 예산 확보를 우선순위로 두어야 한다.

그리고 당장 중대재해 발생 사업과 그 책임이 있는 원청, 산재은폐 사업장은 절대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중대재해, 산재은폐 사업에 대한 정보 공유 협력체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그 정보 활용에 있어서 누락이 없어야 한다. 나아가 산재 다발 사업과 취약 노동자를 찾아내 적극적으로 노동안전보건 개선에 대해 지도·지원해야 한다. 특히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운 중소·영세 사업장과 비정규직 그리고 불완전 고용상태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집요하게 찾아내 노동안전보건 증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경험한 뒤 그 이전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안전보건에 관하여 역진 없는 개선을 실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지방정부의 집행을 방해하거나 방침과 지도를 위반하거나 노동안전보건 책무를 소홀히 하는 기업, 산재 다발, 중대재해, 산재은폐 사업에 대해서는 철저히 가능한 모든 지원을 배제함으로써 인천시의 노동안전보건에 관한 지도력과 집행력을 확실하게 다져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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