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책임자 인천자치경찰위원 추천 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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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책임자 인천자치경찰위원 추천 논란 증폭
  • 김영빈 기자
  • 승인 2021.04.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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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진상규명위, "유가족과 인천시민에 대한 모독"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임명 거부권 행사할 것 촉구
민변 인천지부와 인천평화복지연대도 부적격 지목

지난 2009년 발생한 용산 참사 당시 현장진압 책임자였던 전직 경찰 간부가 인천자치경찰위원 후보로 추천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 생존 철거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8일 성명을 내 “용산 참사 당시 진압 기동단을 지휘한 책임자인 신두호(당시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장)가 국가경찰위원회에 의해 경찰개혁의 상징인 인천시의 ‘자치경찰위원’ 후보로 추천된 것은 유가족과 생존자 등 피해자들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파헤치는 것으로 경찰에서 살인진압 훈장을 주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박남춘 인천시장이 임명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원통한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표하지 않은 용산 참사 살인진압의 책임자 김석기(당시 서울경찰청장)가 국회의원(국민의힘)이 되더니 이제는 신두호(당시 서울청 기동본부장)가 인천자치경찰위원으로 추천받았는데 시민의 인권과 생명보다 강경진압을 택한 살인진압 책임자를 자치경찰위원으로 임명한다면 이는 유가족과 피해자들, 인천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용산 참사에 대해 ‘경찰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경찰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난 과잉조치’였다는 의견서를 경찰 지휘 책임자들의 기소 여부를 다투는 재정신청 사건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며 “신두호는 검찰 진술에서 ‘현장에 투입된 특공대가 보고하지 않아 화재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진술해 참사의 책임을 특공대원들에게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는 용산 참사 재조사에서 뒤늦게나마 성급하고 무리한 진압작전 지휘 책임자들의 위법 혐의가 밝혀졌지만 공소시효 문제로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18년 ‘경찰 지휘부의 안전대책 없는 조기 특공대 투입 등 과잉진압 강행으로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내렸다.

또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19년 ‘긴박한 진압작전 개시의 필요성이 없었고 위험이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안전을 도외시한 채 철거민 체포에만 집중한 무리한 진압이었으며 이는 경찰관 직무규칙을 위반한 위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는 “용산 참사 재조사 결과와 관련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2019년 7월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만나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의 개혁 방안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시민들의 안전과 인권을 책임지는 자치경찰위원에 살인진압 책임자인 신두호를 임명하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냐”고 반문했다.

용산 참사 유가족, 생존 철거민, 진상규명위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조차 없이 형사 책임을 면했다고 출세를 꿈꾸는 신두호는 자치경찰위원 자격이 없는 만큼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후보에서 스스로 사퇴하라”며 “살인진압 훈장을 달아주는 것이 아니라면 박남춘 인천시장은 임명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인천시청 전경
인천시청 전경

이에 앞서 민변 인천지부와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신두호 후보를 인천자치경찰위원 부적격으로 지목하고 시장에게 임명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신두호 후보가 용산 참사 현장진압 책임자였을 뿐 아니라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도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과잉진압(6월 1일 안국동 로터리 부근 진압작전, 6월 28일 태평로와 종로 진압작전)에 나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침해에 따른 징계 권고를 받는 등 시민 안전과 인권을 다룰 자치경찰위원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민변 인천지부 등의 주장이다.

정의당도 오현주 대변인이 “용산 참사 현장진압의 총 책임자가 자치경찰위원을 맡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박남춘 인천시장은 임명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한편 인천시는 신두호 후보를 추천한 국가경찰위원회에 지역사회와 정치권 등에서 나오는 ‘우려’를 전달했으나 ‘자진 사퇴’ 또는 ‘재추천’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령상 시장이 임명을 거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0조(시·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의 임명 및 결격사유)는 자치경찰위원 결격사유로 ▲정당의 당원이거나 당적을 이탈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선거에 의해 취임하는 공직에 있거나 그 공직에서 사퇴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직원 또는 군인의 직에 있거나 그 직에서 퇴직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국립 또는 공립대학의 조교수 이상의 직에 있는 사람은 제외한다)이거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으로 퇴직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제4조(위원회 위원의 임명)는 ‘시장은 추천받은 후보를 위원으로 임명하려는 경우 추천권자에게 자격요건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추천을 위해 검토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고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결과 위원으로 임명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 그 내용을 추천권자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임명권자가 위원으로 임명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를 법령상 결격사유로만 제한적으로 볼 것인지, 사회적 물의를 포함해 폭넓게 해석할 것인지 등 미묘한 문제가 걸려있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경찰 출신의 신두호 후보가 인천자치경찰위원이 되면 상임위원으로 선출되고 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도 6명의 생명을 앗아간 용산 참사 등 다양한 과잉진압 경력을 가진 인사가 인천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상임 자치경찰위원이 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용인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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