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다문화 지수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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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다문화 지수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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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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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 이주여성만 12만 명. 이들이 낳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5만8000 명에 이른다. 2020년에는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다문화가정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점점 우리나라는 이제 '백의민족'에서 다문화사회ㆍ다문화가정이란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다문화 국가'로 나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다문화사회를 맞이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대한민국 인구의 2%를 차지하는 이주민들의 삶을 돌아보았다.

#. 뉴욕시의 시립병원은 주 이용객이 다민족 공동체의 의료보호를 받는 저소득층임을 감안해 진료, 처치, 치료 등 모든 의료 과정에서 동시통역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영어와 스페인어가 공용으로 지원되며, 기타 소수 언어는 필요에 따라 환자 도착 시 의료진이 헤드셋을 착용하고 동시통역 서비스를 이용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캐나다 정부 부처들은 모든 직원에게 다문화와 반차별주의에 대한 의무교육을 한다. 수출진흥청에서는 이슬람교, 힌두교, 기독교, 유대교, 불교 전통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종교적 다양성 패널' 통해 'lunch and learn'이라는 강습회를 열고 있다. 이민난민국은 신입사원 교육을 아예 다문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신입사원들은 캐나다에 머물기를 원하는 이민자와 망명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이민난민국의 3개 법정을 의무적으로 참관해야 한다.

다문화 포용력을 발휘하자

 

              글로벌 시대에는 다문화를 포용할 줄 아는 '능력'이 곧 도시 경쟁력의 척도다. 

이처럼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의 다문화적 특성을 살려 사회통합의 응집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한다.

문화적으로 나와 다른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능력은 이제 한 사회의 내부적 의사소통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시대 국가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2008년 7월 중국사회과학원과 미국 벅넬대가 조사한 세계 500대 도시의 경쟁력에서 상위권에 오른 뉴욕, 런던, 도쿄, 파리 등의 경우 모두 외국인 거주 비율이 다른 도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은 이를 잘 증명한다. 실제로 인구 중 뉴욕은 34%, 런던은 31%, 홍콩은 40%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외국인이다.

뉴욕은 아일랜드, 이탈리아, 도미니카공화국 등에서 이민을 활발히 받아들이면서 '인종 모자이크'라는 도시의 별칭에 걸맞게 문화적 포용성을 도시 경쟁력으로 승화했다.

금융도시 런던은 과감한 규제완화 정책으로 전 세계 기업가와 부유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 사이에 최상위권 부자들이 속속 런던으로 거처를 옮겼다. 요즘에는 중동과 서유럽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 동유럽 부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 다문화지수 46점

활발해진 국제결혼과, 외국인의 이주, 급증하는 국제결혼 등으로 최근 우리나라도 다양한 문화적·인종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문화사회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외국인 이주민(불법체류자 포함)은 1,106,884명으로 이미 100만을 넘어섰다. 주민등록 인구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외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영등포구나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경우 인구 1000명 당 외국인 수가 80명을 넘어선 상태이다.

정부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20년에는 외국인 인구가 176만6900여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인구 1000명 당 35.8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구호'만 난무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서울 YWCA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서울지역 13세 이상 4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인 스스로 생각하는 다문화 지수는 100점 만점에 46.3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낙제점'으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뜻이다.



한국인 스스로 생각하는 다문화 지수는
    100점 만점에 46.3점으로 아주 미흡하다.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든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5점 만점에 3.97점, '우리나라보다 경제발전이 뒤쳐진 아시아국가와 문화교류도 활발해야 한다'란 응답은 4.03점 등으로 비교적 괜찮은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은 경제적 필요에 의해 결혼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평균 3.6점으로 높았다. 특히 '한국인들은 외국인 이주자에 대해 편견이 심한 편이다'는 응답이 3.84점으로 아주 높았다. 이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다는 의미다. 

권위의식을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다문화를 바라보는 폐쇄적인 시각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우려이다. 즉, 우리 사회가 다문화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의식개선이 절실한 것이다.

이러한 폐쇄성은 비교적 개방적인 젊은 층에서도 발견된다. 지난해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전국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권위주의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유입을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 대학생들 사이에 외국인 혐오 현상도 존재하고 있었다.

특히 이민자 자녀와 서양인(백인)에 대해서는 사회적 거리감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답한 반면, 동남아시아인이나 중국인, 외국인 근로자 등은 사회적 거리감이나 감성적 인식 모두에서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셈.

  
 
다만, 극단적인 형태의 권위주의나 외국인 혐오 현상은 보이지 않아 앞으로 우리 사회가 다문화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성향은 충분히 변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흥미로운 점은 대학생들의 경우 한국인의 인정조건으로 '자신이 한국인임을 자각하는 것'과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것' 등을 들어 혈통적 조건을 중요시하는 일반인들보다는 좀더 '열린 사고'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은영 동아시아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우리는 한국에 온 사람들은 한국문화에 동화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외국의 한국동포들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어선 안 된다고 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혈통주의에서 벗어나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 희망 이제 다문화에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08년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를 시작하면서 공사기간 중 현장의 가림막을 시민과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아트펜스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 아트펜스는 당초 전당 설립의 취지를 반영해 모든 아시아권 시민들의 희망사항과 염원을 담은 소통의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다문화 사회를 향한 우리 사회의 열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희망은 이제 다문화에 있다"며 "100만 명이 넘는 다양한 사람들을 화합과 배려로 포용해 세계로 향한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사회로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정부도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법무부는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를 운영하고 있고,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는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다문화 정책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다문화 가족 관련 정책에 대한 총괄·조정기능을 담당할 국무총리실 산하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도 출범했다. 위원회에서는 ▲누리-세종학당을 통한 한국어 원격교육서비스 본격 제공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의 거주와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이주여성자활공간터' 설치 ▲초등·미취학아동 '이중언어교실'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린다. 이를 계기로 '국격'을 높이기 위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중인 지금, 다양한 문화를 포용할 줄 아는 성숙한 글로벌 의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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