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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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전해라!”
  • 최원영
  • 승인 2021.05.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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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행복산책]
(116) ‘그냥’ 즐겁게 해나가는 삶

삶이 힘겨울 때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깨달음을 얻은 유명한 스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자들이 어떻게 스승님을 기억하면 되냐고 물으니까, “그 노인네,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전해라”라고 답했습니다. 이 말씀에서 우리는 어떤 가르침을 배울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말씀의 의미를 쉽게 ‘그냥 살아라’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하고 있는 일을 즐겁게 해나가는 사람이 깨달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태도입니다. 어떤 처지에 놓였든지, 그 상황에서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 해나가는 삶이 행복을 부릅니다.

《18시간 몰입의 법칙》에 전설의 록밴드 ‘비틀스’에 관한 얘기가 나옵니다. 1962년 1월 1일, 무명 밴드가 생애 첫 오디션을 보고 있었습니다. 혼신의 노력을 다했지만,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냉혹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모르겠다거나 대체 누가 자네들 노래를 돈을 주고 듣겠는가, 라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날 숙소로 돌아온 그들 중 어느 누구 하나 실망한 기색 없이 악기를 다시 들었습니다. 그것만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고, 그 일을 할 때만큼은 행복했으니까요. 그리고 새벽까지 연습했습니다. 그 뒤로도 49번의 오디션과 탈락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실패할 때마다 그들은 오히려 악기를 들고 즐겁게 노래 부름으로써 전설의 록밴드가 된 것입니다.

유명 스타가 되기 위해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가 즐거워서 ‘그냥’ 열심히 노래를 연습했는데,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 자연스럽게 유명 스타의 반열에 오른 것이지요.

어떤 삶이든 자신이 하는 일을 ‘그냥’ 즐겁게 해나가는 사람이 결국 행복의 문을 열게 됩니다.

《현문우답》에 종교 기자인 저자가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에 학교를 세워 열심히 봉사하고 있던 어느 수녀님에게 취재차 인터뷰를 요청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아주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교육은 고사하고, 부모가 돈을 받고 딸을 팔기도 했으며, 기반시설이나 사회환경도 1950년대의 우리나라와 비슷했다고 합니다.

학교 이사장으로 봉사하던 수녀님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수녀님은 거절했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 많은 후원자가 생길 것이고, 수녀님 자신도 유명해질 텐데 왜 그랬을까요?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너무도 안쓰러워서 수녀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그냥’ 하신 겁니다. 그 일로 인해 유명해지면 순수했던 초심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이런 의미에서 달라이 라마는 “오른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좋은 일은 ‘남몰래’ 하라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처럼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나 몰래’ 하는 태도가 더욱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수녀님의 취재 거절은 바로 이런 태도가 낳은 거절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더욱 그분이 빛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삶이 큰스님이 말씀하신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라는 삶의 태도와 같습니다.

행복은 이렇게 자신의 일을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 그것이 좋아서 해나갈 때 얻는 보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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