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랑 - 영화 「타이타닉」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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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사랑 - 영화 「타이타닉」을 보고
  • 안태엽
  • 승인 2021.05.11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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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안태엽 / 인천노인종합복지회관 글쓰기반
영화 '타이타닉' 중에서

 

내가 주방기구 도매업을 할 때였다. 옆집 상점에 부부가 운영하는 치킨집이 있었다. 치킨집 부인은 나의 아내를 잘 따르며 좋아했다. 어느 날 아내는 심각한 표정으로 “요즘 치킨 집 부인이 나의 허물을 들쳐 내며 상처가 되는 말을 계속한다며 참아내기가 힘들다”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나는 아내에게 말하는 것을 잘 들어주고 이해하며 잘 지내라고 대수럽지 않게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는 나에게 또 비슷한 말을 했다. 몇 차례를 들은 나는 퉁명스럽게 “그래 당신이 그렇게 분하고 화가 난다면, 하고 싶은 말 다 해요, 한 사람을 잃으면 그만이니까”라고 했다. 아내는 한참을 울더니 며칠 후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당신이 안 받아줘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런데 몇 해가 지난 후 문득 그 일이 생각났고 후회가 밀려왔다. 아내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남편에게 호소하듯 말을 했을까. 그 때 아내는 나의 반응에 내 남편이 아니라 남의 편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답답한 자기 마음을 어딘가에 덜어내고 싶었던 것을 남편이 되어 공감하는 시늉은커녕 도리어 언성을 높였으니 말이다. 듣는 시늉이라도 해 주었다면 그녀는 어쩌면 화가 조금이나마 가셨을 것이다. 성숙하지 못한 내가 지금에 와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저녁, 아이와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수천 명이 죽은 실화를 다룬 이 영화에 나오는 ‘타이타닉호’는 호화 여객선이다. 이 배를 만든 회사는 이 배가 완벽한 배라고 했다. 그런데 사고가 나자 구명보트가 모자라 죽은 사람이 1514명이나 되었다.

배가 침몰하는 가운데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 어린아이와 여자들을 먼저 태우기로 한 구명정에 자신만이 살려고 올라타는 부류가 있었고, 다른 한 부류는 남편과 죽음을 함께 하려고 일부러 구명정을 거부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승무원이 “아이들과 여자들은 이리로 오세요!”하고 불렀지만 가족을 버리고 구명보트에 오르는 여인은 몇 명 없었다.

이 배에 구명정은 51개가 필요했지만 16개만이 있었고 몇 개 안되는 구명정에도 반 정도만 태웠다. 어떤 구명정은 정원이 65명인데 신분이 높은 사람 12명만이 탔다. 생명을 더 구할 수도 있었는데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사망자가 더 생겼다. 배가 침몰하는 도중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 구명보트에 오르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미친 듯이 배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러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보였다.

첫 구명보트가 내려가고 갑판 위에 승무원이 말했다. “부인 어서 구명보트에 오르세요.” 하지만 그녀는 뜻밖에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배에 남겠어요.” 이 말을 들은 여성의 남편이 “그러지 말고 어서 타세요.” 말하자 아내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혼자 가지 않겠어요. 당신과 함께 이 배에 남을 거예요.” 그것이 구조 승무원이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한편 미국 메이시 백화점 창업자 ‘슈트라우스’ 씨는 그가 어떤 말로 설득해도 아내 ‘로잘리’ 씨를 구명보트에 태우지 못했다. 아내는 “당신이 가는 곳에 항상 함께 갔어요. 세상 어디든지 같이 갈 거예요.”라며 남편을 두고 구명보트에 오르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67세인 남편과 63세인 아내 ‘로잘리’씨는 남편의 팔을 잡고 최후의 순간을 기다렸다. 현재 이 부부를 기리는 기념비에는 ‘바닷물도 침몰시킬 수 없는 사랑’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최후의 순간에도 이런 아내들의 행동에 나는 감동되어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남편을 꼭 껴안고 혼자 살아남는 것을 거부했던 ‘리더스 씨’ 그녀를 기절시킬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남편, 이들은 신혼여행길에서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한 것이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바다 위에 떠 있는 구명보트 안이었다. 그녀는 평생을 재가하지 않았으며 남편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위대한 사랑이다. 타이타닉 호 선미가 물에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삶과 죽음의 마지막 순간, 사람들은 서로 외쳤다. “당신을 사랑해요.”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아내에게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며 당부까지 하는 남편과 남편을 따라가려는 아내의 모습을 생각하니 오래 전 무심했던 일이 떠올라 아내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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