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부적합 판정 사월마을 주민 호흡기질환 사망... "즉각 이주시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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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부적합 판정 사월마을 주민 호흡기질환 사망... "즉각 이주시켜 달라"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1.05.13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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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마을 환경비상대책위, 시청서 기자회견 열고 집단이주 촉구
"숨진 60대 주민, 열악한 사월마을 주거환경과 관련“
"매일 청소했다는 집 곳곳에서 쇳가루 발견... 호흡기 질환 사유도 없어"
서구 사월마을
서구 사월마을. 주거지 인근에 공장들이 빽빽히 몰려 있다.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인천 서구 사월마을 거주민 한 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투병 생활 끝에 사망하자 주민들이 인천시에 즉각적인 집단이주를 요구했다.

서구 사월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환경비상대책위, 글로벌에코넷, 수도권매립지연장반대 범시민단체협의회 등은 13일 인천시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년간 호흡기 질환을 앓던 주민 A씨(67)가 지난 4일 운명했다”며 “당장 사월마을 주민들을 이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A씨의 사망과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월마을의 열악한 주거환경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주장했다.

고인이 매일 청소했다는 집안 구석구석에 큰 자석을 대어 보니 수많은 쇳가루가 나왔으며, 고인이 호흡기 질환을 앓게 된 특정 사유가 밝혀지지도 않았다라는 것이 이들 주민의 주장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사월마을에서 태어나 줄곧 이 마을에서 지냈고, 12년 전부터는 1,500만톤의 건설 폐기물이 적치된 곳에서 약 470m미터 떨어진 곳에 주택을 짓고 생활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월마을에서 최근 숨진 60대 남성의 집에 자석을 대어 본 결과 쇳가루가 붙어 나왔다. ©글로벌에코넷

주민들은 “안 그래도 불안해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닌 상황에서 (A씨의 죽음으로) 이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생지옥이 됐다”며 “주민들은 쓰레기매립장, 불법 적치 폐기물이 코 앞에 있어도 그냥 참고 살았지만 행정청은 건조기·공기청정기 하나 지원해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천시와 서구청은 주민들의 목숨값인 수도권매립지 특별회계를 입 맛대로 써 대면서 주민들의 건의에는 예산과 사용처(항목)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며 “전국 최초로 주거 부적합 마을이 되면서도 도시개발(이전)을 해 준다는 공무원들의 말을 믿고 살아온 우리가 바보였다”고 자조키도 했다.

이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즉각적인 이주와 이주 조례 개정, 매립지특별회계 사용처 개편은 물론 제2의 사월마을이 될 수 있는 인근 부지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 승인을 당장 취소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서구 왕길동 소재 사월마을은 지난 2019년 환경부가 실시한 주민건강실태조사에서 미세먼지 농도, 야간 소음도, 주민 우울·불안증 호소율 등이 높아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 마을과 1km 떨어진 지점엔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돼 있으며, 마을 내 주거지 인근엔 약 150여개 가량의 폐기물 처리업체, 도소매업체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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