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지옥철'...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검단 주민 되보니
상태바
'말 그대로 지옥철'...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검단 주민 되보니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1.05.27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포] 6월 입주 검단신도시서 서울 강남 출퇴근 체험기
출퇴근 시간대 공항철도·서울9호선 탑승 못해 기다리기 일쑤
몸 구겨 탑승하면 손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옴짝달싹 못해
한 승객의 촌철살인 "집갑 잡지못한 정부, 출퇴근이라도 편하게 해줘야"
26일 아침 공항철도 김포공항역 승강장에서 서울9호선 열차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26일 오전 6시55분. 아직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아침이 평화로워 보였다. 이날 기자는 다음달 검단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입주가 시작되는 '호반써밋' 1차 단지를 찾았다. 오는 동안 거리 곳곳에선 ‘출퇴근 지옥 검단’, ‘GTX-D 원안사수’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굵은 글씨 아래엔 작은 글씨로 여러 검단 주민단체의 이름이 적혀 있다. 아직 입주를 하지 않은 예비 주민들까지 거리로 나서는 이유는 무얼까.

서부권광역급행철도 GTX-D 노선의 강남 직결을 요구하는 검단 주민들의 시위가 매주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서부에서 서울 강남권까지 이어지는 직결 노선은 서울9호선 하나뿐이라 매일 출퇴근 때마다 혼잡도가 극에 달하니 대체 노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주민들은 서울9호선, 그리고 9호선 탑승을 위해 거쳐가는 공항철도를 ‘지옥철’이라 부르며 자조하고 있다.

기자는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체감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검단신도시에서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역까지의 출퇴근길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검단신도시 '호반써밋' 1차 단지 인근에 개설된 임시 버스정류장

'호반써밋'에서 걸어서 약 10분 가량 떨어진 위치에 개설된 임시 버스정류장에서 “강남권 출퇴근길을 체험하러 왔다”는 기자를 한 시민이 반겼다. 그는 최근까지 강남 소재 직장에 다니다 이직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강남까지요? 매번 느끼지만 9호선 혼잡도는 정말 말할 수없을 정도에요. 그래도 가장 빠른 방편이니 타지 않을 수는 없고...”라며 한숨을 내쉰 그는 “한번 타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라고 덧붙이며 버스에 올랐다.

기자는 7시10분에 공항철도 계양역행 30번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이른 시각임에도 좌석은 이미 만원. 앉기는 커녕 몸을 실을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후 서너곳의 정거장을 지나는 동안 승객은 더욱 불어나 버스 출입문 계단까지 금새 꽉 찼다. “조금씩만 안으로 들어가주세요”라는 기사의 외침에도 비집고 들어설 공간이 나지 않자 승차대기 행렬 끝 시민들은 탑승을 포기하기도 했다.

공항철도 계양역에 도착한 버스에서 시민들이 우르르 내렸다. 수용 인원을 초과한 탓에 하차에도 얼마간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 때의 시각은 7시26분. 피곤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역사 안으로 들어서는 시민들을 따라가니 김포공항행 열차 승강장엔 이미 긴 행렬이 늘어서 있었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행렬의 마지막에 선 기자는 첫 번째 열차에 탑승하지 못했다. 승객들을 따라 일단 몸부터 밀어넣었지만 다시 튕겨나오기 일쑤였다. 탑승한 시민들의 시선을 보니 기자를 포함한 승차대기 시민들에게 ‘다음 차를 타라’고 무언의 압박을 보내는 듯 했다.

“매번 비슷해요. 빨리 가야 하니까 일단 어떻게든 타보려 하는데, 오늘은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야죠” 기자와 함께 열차 탑승에 실패한 청년이 멋쩍게 말한다. 공항철도와 9호선을 이용해 여의도까지 출근한다는 그는 매일 아침이 피곤하다고 했다. 다음 열차는 탈 수 있었다. 청년의 말처럼 운이 나쁘지만은 않았는지 이번엔 대기 인원이 모두 탑승할 수 있었다.

 

출근길 승객들로 포화상태에 이른 서울9호선 열차 내부 모습.

기자는 7시40분에 김포공항역 9호선 환승 승강장에 도착했다. 환승 승강장은 공항철도와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온 인천·김포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승객 중 일부는 일반행 열차에 탑승했지만 대다수는 급행열차를 기다렸다. 행렬은 계속 길어졌고 곳곳에 배치된 역무원들이 경관봉을 흔들며 질서 유지를 유도했다. 한 역무원은 “고속터미널역까지를 기준으로 급행열차가 일반열차보다 약 20~30분 가량 빠른데다, 일반열차는 운행 중 정차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9호선 급행열차의 혼잡도가 234%에 달하는데도 기다렸다 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급행열차가 도착하자 승객들은 스크린도어의 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앞으로 돌진한다. 열차 내부가 거의 차긴 했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열차는 다다음 정거장인 가양역에서 만원이 됐다. 그 다음 정거장인 염창역에 다다르자 몸을 움직일 틈조차 생기지 않았다. 염창역에서부터는 기자가 공항철도 계양역에서 탑승에 실패했던 것 처럼 승차하려던 시민들이 승차를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객차 내부는 그야말로 콩나물시루에 가까웠다. 서로 몸을 밀착한 시민들은 저마다 사투를 벌였다. 다음 역에 도착할 때마다 밀고 들어오는 승객들 탓에 여기저기서 ‘윽’ 소리가 났다. 하차하려는 시민은 일찍부터 헛기침을 내며 비켜달라는 신호를 보내야 했고, 탑승에 성공한 시민들은 튕겨나가지 않기 위해 출입문, 광고판 등에 손을 대고 버텨야 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다리에 힘을 줘야 했는데, 옴짝달짝 할 수 없어 넘어지지는 않았다.

고속터미널역 도착 시각은 열차 탑승 후 약 35분 가량이 지난 8시20분. 약 1시간20분만에 검단신도시에서 서울 강남에 도달했다. 검단신도시의 입주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과 인천 서구 및 김포시의 인구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대체 노선이 생기지 않을 경우 검단신도시에서 서울 강남권까지의 이동 시간은 갈수록 길어질 것으로 보였다.

 

퇴근시간 9호선 고속터미널역 승강장에 열차에 탑승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기자는 이날 오후 6시25분에 다시 9호선 고속터미널역을 찾았다. 출근길의 역순(고속터미널역→김포공항역→계양역)으로 퇴근길 열차 혼잡도를 살폈다.

퇴근 시간대 고속터미널역 승강장엔 오전보다 더욱 많은 승객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들 사이에선 “왜 이렇게 많지”라는 볼멘소리도 더러 들렸다. 기자는 선 채로 두 대의 열차를 보냈다. 줄지어 있는 승객들의 행렬이 너무 길어 스크린도어 가까이에도 다가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퇴근길 시민들은 출근길과는 달리 급행·일반 열차를 구분지어 타지는 않았다. 회사원으로 보이는 한 승객은 “아무래도 출근할 때 보다는 여유가 있지 않습니까”라며 “그보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기 차례가 오면 일단 타고 봐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6시36분. 세 번째 열차가 들어오고 문이 열리자 뒤편에서 강한 힘이 기자의 등을 떠밀었다. 탈지 말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열차에 실렸다. 뒤편에서 계속 밀고 들어오는 승객들 탓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문이 닫혔고 열차가 출발했다. 손 하나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다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퇴근시간 9호선 고속터미널역 승강장에서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시민들이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객차가 흔들릴 때마다 허리를 비틀어 균형을 잡아야 했다. 떠밀려 급하게 탑승한 탓에 가방을 제대로 메지 못해 팔이 아파왔다. 열차 안 온도는 계속 올랐고, 이마에선 땀이 흘렀다. ‘자동냉난방모드가 가동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부착된 열차 내부의 땀냄새는 짙어져만 갔다.

열차 출발 뒤 5분여가 흘렀을까. 객차 한 켠에서 강한 기침소리가 들린다. 승객들은 잠깐 그 시민을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차량 내 방송에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창문 열기와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를 지켜달라”는 안내 멘트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하지만 열차 안 누구도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는 없었다.

열차 내부는 염창역에 도달할 즈음에서야 다소 여유로워졌다. 7시10분께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열차의 문이 열리자 공항철도로 환승하려는 시민들이 앞다퉈 달려나갔다. 반응이 늦었던 기자는 또 한번 열차에 타지 못하고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 했다.

피곤한 듯 달리기를 포기하고 행렬 마지막에 선 시민 한 명을 쫒았다. 그는 서울 강남권에서 퇴근해 9호선과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청라국제도시 주민이라고 했다. 기자임을 밝히고 “힘드시죠?”라고 묻자 그는 “오늘도 헬(Hell)이었어요”하고 씩 웃는다. 그는 '김부선'으로 쪼그라든 GTX-D 노선에 대해 묻자 “집값이 너무 올라 서울에 살지못하는데 정부가 출퇴근이라도 편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아니냐”며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에도 환승 승차장으로 달려가는 승객들의 모습과 도착한 열차에 타지못하고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모습은 계속 이어졌다.

 

퇴근시간 9호선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 계양역 방면 열차에 탑승하는 시민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