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길, 그래도 그 길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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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없는 길, 그래도 그 길을 가보고 싶다”
  • 최원영
  • 승인 2021.05.2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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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첫회) 제대로 사랑하고 살기 위해서
'최원영의 행복산책'이 이번 회부터 '최원영의 책갈피'로 새롭게 연재됩니다. '행복 전도사' 최원영 박사가 직접 동영상을 제작해 매주 올리는 연재입니다.  

 

 

누군가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누군가는 사랑을 열정적으로 합니다. 사람은 ‘일’과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삶을 채워나가는 동안 누군가의 삶은 아름답고 행복하지만, 누군가는 그와 정반대의 삶을 살아갑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 싶어 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과연 정답은 없는 걸까요?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관계》(안도현)에서 저자는 이런 우화를 들려줍니다.

그는 길을 떠났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으려고. 그걸 찾지 못하면 다시는 집에 오지 않을 작정으로 떠났다. 발이 부르트도록 걸었지만 정작 찾지 못했다.

추운 겨울날, 거지를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물었더니, 배불리 먹고 따뜻한 방에서 잠자는 거라고 애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는 거지가 한심스러웠다.

‘너는 일하지 않고 게으르기 때문에 평생 구걸이나 하며 살아가겠군.’

그는 거지 몸에서 나는 역한 냄새 때문에 코를 싸쥐고 다시 길을 떠났다.

어느 마을 정자나무 밑에서 병든 노인을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물었더니, 아프지 않고 오래 사는 거라고 말했다. 그는 노인이 너무 욕심이 지나치다고 여겼다.

“늙고 병들면 당연히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

노인의 구부러진 허리를 외면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왁자지껄한 시장 복판에서 장사꾼을 만났다. 역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물었더니, 돈을 많이 버는 거라고 했다. 그는 웃었다.

‘당신은 속물이군.’

그는, 손가락에다 퉤퉤 침을 발라 돈을 헤아리는 그를 비웃으며 다시 길을 떠났다.

거지도, 병든 노인도, 장사꾼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구나, 답답했다. 다시 걸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 물었지만, 결론은 뻔했다. 대체로 인간이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매달려 사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를테면, 먹고 마시고 입고 잠자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과 욕망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었다.

하루는 어느 마을에서 집을 짓고 있는 광경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상량 고사를 지내는 날이어서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그는 술이나 한잔 얻어먹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짓는데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풍수장이가 말했다.

“뭐니 뭐니해도 집터를 잘 고르는 일이 중요해.”

다음엔 목수가 말했다.

“집터가 아무리 좋아도 집을 부실하게 지으면 사상누각이 되고 말지. 설계와 시공이 중요해.”

미장이가 말했다.

“내가 벽을 단단하게 바르지 않으면 바람이 들락거리는 집이 되고 말아. 벽 공사를 잘 마무리하는 게 가장 중요해.”

한마디씩 거드는 바람에 상량 고사가 난장판으로 변해갔다.

그는 깨달았다. 어서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그러나 서로 뒤엉킨 사람들 사이에 갇혀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팔짱을 끼고 소란을 지켜보던 집주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시오?”

“그게 뭡니까?”

그는 눈이 번쩍 뜨였다. 집주인이 아는 것처럼 보여서다. 빨리 듣고 싶어 그에게 바싹 다가갔다.

“어서 빨리 저쪽으로 가는 것이오.”

그는 집주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거기엔 그가 또다시 걸어가야 할 길이 가물가물 보였다.

‘삶이란 무엇일까?’

‘살아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제대로 사랑하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성공이란 무엇일까? 세상에서 부추기는 돈과 명예, 학식 등을 말하는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일까?’

이 모든 것이 분명하지 않은 채 우리는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를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길은 그래서 가물가물 보이는 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한 걸어가야만 합니다. 살아 있으니까요. 그래야 가물가물한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정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보고 싶습니다. 마치 무지개를 찾아 나서는 어린아이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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